민주노총이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두고 헌법소원을 통해 공식 문제제기에 나선다. 이번 헌법소원 제기는 민주노총이 제1노총으로서 더 커진 책임감에 대한 부응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현행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가 본래 취지와는 달리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을 할 권리를 박탈하는 수단으로 악용됐다는 주장이다. 복수노조의 효과를 둘러싼 노동계와 재계의 논쟁은 지속적으로 있어왔지만, 헌법소원을 통한 정식 법개정 시도는 8년 만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2월 14일,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번 헌법소원 심판 청구인은 민주노총 금속노조 경지지부 다이셀지회로, 헌법상 주장한 주요 권리는 평등권과 노동3권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은 이번 헌법소원을 시작으로 위헌법률심판제청도 제기하겠다는 계획이다.


박주영 민주노총 법률원 부원장은 "제도로 인한 피해 사례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다 심지어 신규 노조를 설립 할 때는 거의 대부분 사용자가 복수노조 전략을 펼치고 있다"며 "10년을 맞은 시점에서 노동기본권을 근본적으로 박탈하는 제도에 대한 대응"이라고 설명했다.

복수노조 교섭창구단일화제도는 2010년 1월 1일 사업장에 자유로운 노동조합 설립과 운영을 보장한다는 취지로 신설돼 올해로 10년째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복수노조를 악용하는 부당노동행위로 수많은 노동조합이 노조파괴를 당했고, 사용자가 개입한 어용-유령노조들로부터 실질적인 노동3권을 침해당했다"고 성토했다.
 
헌법재판을 통해 복수노조 교섭창구단일화제도를 문제 삼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헌법재판소는 2012년 4월 한국노총이 제기한 복수노조 교섭창구단일화제도 위헌소원을 헌법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한 바 있다(2012.4.24. 헌법재판소 2011헌마338).

하지만 민주노총은 "당시 합헌결정은 기본권 박탈이 발생하는 구체적인 상황을 전혀 검토하지 않은 상태에서 판단한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교섭창구단일화제도가 초기업 노조의 권리를 제한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노조법은 29조 2에서 복수노조 청구 단일화 절차를 거쳐야 하는 노조를 정하면서 '조직형태에 관계 없이'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부분이 문제라는 뜻이다.
 
즉 산별노조기 때문에 개별 기업을 넘어선 초기업단위로 단체교섭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창구단일화 제도 탓에 기업단위 교섭권을 확보해야 초기업단위 단체교섭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민주노총은 "초기업단위 노동조합의 자주적인 설립 및 운영에 상당한 제약을 가하는 조항"이라며 "헌법상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에 대한 본질적 부분을 침해하므로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복수노조 제도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선택에 따라 소수 노조와 개별적으로 교섭이 가능한 부분도 문제제기 할 예정이다.
 
현행 노조법은 사용자가 교섭창구단일화 절차를 거치지 않기로 동의한 경우에는 노조가 각자 사용자와 교섭을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사용자가 선택에 따라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치지 않고 소수 노조와도 개별적으로 교섭을 할 수 있는 셈인데, 여기에 대해서는 결국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게 아니냐는 노동계의 지적이 있어 왔다.  
 
민주노총은 "사용자는 친사용자 노조가 교섭대표 노조가 되는 경우에는 자율교섭 동의를 거부하고, 친사용자 노조가 교섭대표 노조가 될 수 없는 경우에는 자율교섭 동의를 통해 친사용자 노조의 교섭권을 보장해주는 등 부당노동행위에 자율교섭 동의 제도를 사용하고 있다"며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창구단일화 없이) 개별동의를 할 지를 결정할 수 있는 제도로 법익 균형성을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쟁점은, 현행 노조법이 교섭대표노동조합이 주도하지 않은 쟁의행위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한 점도 위헌성이 있는 것인지 여부다(노조법 29조 의5, 37조 2항).
 
우리 노조법은 노동조합이 주도하지 않은 쟁의행위를 금지하고 있는데, 여기서 노동조합을 교섭대표 노동조합으로 정하고 있다. 결국 교섭대표 노조가 사용자와 진행한 교섭이 결렬되거나 단협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경우에도, 다른 소수 노조들은 쟁의행위를 할 수 있는 아무런 방법도 인정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민주노총은 "교섭대표노동조합이 아닌 노동조합은 교섭대표노동조합의 결정에 종속되고 자주적인 단체행동권 행사가 본질적으로 침해된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시작으로 지난 10년간 사업장 단위로 교섭창구단일화제도로 인한 노동3권 침해사례 실태조사를 추진할 예정이다.

박주영 부원장은 "전수 조사를 진행하고 문제된 사례를 종합해 추가 사례가 있으면 후속 헌법소원을 제기해 병합 형식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kyh@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