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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 2020-04-16 09:32:10

[법원] 대법, “상여금 재직자 요건, 관행 있으면 인정”···효성, 통상임금 소송 승소

2020-04-16 09:32:10



대법, “상여금 재직자 요건, 관행 있으면 인정”···효성, 통상임금 소송 승소
[2020년 5월호 vol.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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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식회사 효성, 통상임금 소송서 승소

     
    관행적으로 재직자에게만 상여금을 지급해 왔다면 재직자 요건이 인정돼, 그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월간 노동법률 취재 결과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는 지난 4월 9일, 주식회사 효성 창원공장 소속 생산직 근로자 A씨 등 800여명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 소송에서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지었다.
     
    창원공장은 효성중공업 근로자들이 주식회사 효성에 합병되기 전부터 일하던 곳이었고, 현재 효성 소속 생산직 근로자들이 근무하고 있는 곳이다. 근로자 A씨 등은 민주노총 금속노조를 상급단체로 둔 효성창원지회 소속 조합원으로, 창원공장에 채용된 생산직 근로자다.

    회사는 근로자들에게 2010년부터 2013년까지 매년 짝수 월과 설, 추석에 각 통상임금의 100%씩 총 800% 상여금을 지급한 바 있다. 그런데 회사는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서 정한 대로 기본급과 일부 수당만 반영해서 통상임금(약정 통상임금)을 계산했고, 이런 약정 통상임금을 기초로 시간외근무수당이나 휴일근무수당 같은 법정수당과 평균임금(퇴직금)을 계산해 지급한 바 있다.
     
    이에 2013년부터 A씨 등은 "상여금은 근로기준법상 통상임금에 해당하는데도 이를 제외하고 기본급이나 기타 수당만을 통상임금으로 봐서 각종 수당을 지급했다"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법정수당을 추가로 지급하라"는 취지로 소송을 제기했다.
     
    여기 맞선 회사 측은 "상여금은 지급일 현재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하기로 정해진 금원이고, 회사 경영실정에 따라 지급여부가 달라지므로 소정근로의 대가에 해당하지 않을 뿐 아니라 고정성이 없어서 통상임금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 사건에서 결국 핵심 쟁점은 '재직자 요건'의 존재를 인정할 수 있는지 및 재직자 요건의 유효성이 됐다. 통상임금은 고정성 요건을 갖출 것이 필요한데, 지급 당시 재직 중인 자에게만 지급하는 재직 요건이 있는 경우에는 고정성이 인정되지 않아 통상임금으로 볼 수 없다는 게 법원의 다수 판결례였기 때문이다.
     
    밝혀진 바에 따르면 효성 노사가 체결한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는 따로 명시적인 재직자 요건을 두고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1심과 원심 법원은 회사 측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재판부는 "노사 양측이 상여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자격조건으로 재직자 요건을 둔다는 명시적·묵시적 합의가 이뤄졌거나 그런 관행이 확립됐다"며 재직 요건의 존재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그 근거로 "회사는 '지급일 현재 재직 중'인 자를 지급대상으로 명시한 품의서를 작성해 이를 기준으로 상여금을 지급했고, 그 전에 퇴사한 중간퇴직자의 경우엔 근로를 제공했다고 해도 재직일수에 비례해 상여금을 지급한 적이 없다"며 "그럼에도 노조나 근로자들이 이번 소송 제기 전까지 한 번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그대로 수령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합병 전 효성중공업 급여 규정에도 '지급일 현재 재직 중인 자에 한해 상여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있었으며, 합병 후 창원공장 근로자와 회사 사이에는 재직 중인 사람에게만 상여금을 지급한 관행이 그대로 이어져 왔다"며 "따라서 재직자 요건이 상여금을 받을 수 있는 자격요건이 돼 고정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해 회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원고들은 "재직자 요건이 근로기준법 상 위약예정금지원칙이나 임금전액지급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재정상태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상여금 지급조건을 정할 수 있으므로, (상여금을 제외한) 임금 총액이 최저임금법상 기준에 미달하지 않는 이상 유효하다"고 판시했다. 결국 이 같은 1심 판결은 원심 고등법원에서도 그대로 받아들여졌고, 대법원 역시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며 회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판결은 우선 노동관행에 따른 재직자 요건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식회사 효성을 대리한 최진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노동법률>과의 통화에서 "근로자에게 유리한 노동관행은 인정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사용자에게 유리한 노동관행이 인정되는 경우는 별로 없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판결도 엇갈렸다. 최진수 변호사는 지난해 5월 '강원랜드 사건'에서는 대법원이 특별상여금에서 관행에 의한 재직자 요건을 인정된 바 있지만, 반대로 같은 해 5월 갑을오토텍 파기환송 재상고심에서는 노동관행 형성을 엄격하게 해석해 관행에 의한 재직자 조건을 부정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해 7월에는 부산고등법원에서 이번 효성 사건과 유사한 사례임에도 "재직 요건을 품의서에 기재한 것은 사실이지만, 단협이나 급여규정에 재직 요건이 명시돼 있지 않은데 근로계약 내용을 이루는 관행으로 승인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근로자 측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이번 사건에서 대법원이 관행에 의한 재직자 요건을 인정해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통상임금 재직자 요건 유효성 논란 정리될까···세아베스틸 사건은 전원합의체 회부돼

     
    한편 이번 사건을 계기로, 최근 세아베스틸 사건(관련기사)과 기술보증기금 사건에서 제기돼 노동계를 뜨겁게 달구었던 '정기상여금에 부가된 재직자 요건의 유효성' 문제도 곧 정리 되는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당시 세아베스틸 사건에서 서울고등법원의 판단은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당연히 이런 서울고등법원의 전향적인 해석을 대법원에서 받아들일 경우 그 파급효는 겉잡을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면서, 이 법리를 대법원에서 받아들일지도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사실상 대법원이 어느 정도 입장을 밝힌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사건에서 근로자 측이 세아베스틸 사건처럼 재직자 요건의 부당성에 대해 주장했지만, 대법원이 재직자 요건이 유효하다는 원심 판단을 두고 "통상임금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대법원이 재직자 요건의 유효성에 대해 구체적인 판단을 하지는 않았기는 하지만, 상고를 기각한 것은 정기상여금에 부가된 재직자 요건의 효력을 인정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관련기사)
     
    최진수 변호사는 "세아베스틸 사건은 전원합의체에 회부된 것으로 안다"며 "이번 사건에서도 근로자 측이 (세아베스틸 사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을 지켜보고 선고를 내려달라고 주장했지만 대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은 것을 보면, 대법원 내부에서 어느 정도 입장을 정리했다는 의미 아닐까"라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kyh@elab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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