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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 2020-12-17 10:44:55

    수정 : 2021-01-04 10:55:37

[현장] 파업하면서 대체기사 투입 방해한 CJ대한통운 택배기사, 이번엔 “유죄”

2020-12-17 10:44:55



엇갈리는 하급심 판결, 중구난방...이번에는 “CJ대한통운이 사용자” 판결
[2021년 1월호 vol.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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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간노동법률] 곽용희 기자
     
    이번엔 유죄다. CJ대한통운 택배기사 파업과 관련해 유무죄 결론이 완전히 엇갈리는 하급심 판결이 쏟아지는 가운데, 울산에서는 유죄가 나왔다.
     
    울산지방법원 단독 이상엽 판사는 지난 12월 16일, 업무방해, 상해, 공동폭행 등 혐의로 기소된 택배기사 박 모씨 등 5명에 대한 판결에서 전원 벌금형 유죄 판결을 내렸다.
     
    피고들은 택배기사이자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조합원이다. 이들은 2017년부터 대리점에 단체교섭을 요구했지만 각 대리점이 이에 응하지 않자, 12월부터 택배분류작업 시간 단축을 요구하며 배송을 거부했다. 이에 CJ대한통운이 타지역 택배터미널을 이용하거나 CJ대한통운의 비노조 택배기사, 직영기사로 하여금 배송 업무를 대신하도록 하며 대응에 나섰다.
     
    갈등이 커졌고, 결국 조합원들은 울산의 CJ대한통운 택배터미널에서 택배 분류 업무를 방해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컨베이어벨트 위에 올라가 호루라기를 불면서 근로자들에게 작업을 중단하라고 말하거나 컨베이어 벨트를 중단시키기도 했고, 비노조원 택배기사의 트럭 앞을 가로막거나 터미널 출입구에 자신들의 택배트럭을 주차해 출입을 막는 방식으로 운행을 못하게 하기도 했다.
     
    아예 비노조 택배기사의 차량이 세워진 아파트 주차장에 가서 가로막거나 트럭 밑에 들어가 눕는 방식으로 업무를 방해하기도 했으며, 일부 조합원들은 다른 터미널에서 업무지원을 나온 택배기사의 멱살을 잡거나 말다툼 끝에 폭행을 한 사실도 밝혀졌다. 이 과정에서 비노조원 택배기사의 트럭에 실려 있던 택배화물을 바닥으로 쏟기도 했다.
     
    결국 이들은 업무방해와 공동폭행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조합원들은 업무방해의 위력 수준이 아니고, CJ대한통운이 자신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을 제지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정당행위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향후 법적 절차에서 회복될 수 없을 정도로 (조합원들의 권리) 침해가 심각하지 않으며, 물리력을 통해 저지하는 것이 유일한 수단으로 보이지도 않는다"라고 판단해 이를 일축했다.
     
    결국 법원은 전원에게 유죄(벌금형)를 선고했다.

     
    ■"CJ대한통운, 노조법 43조상 택배기사들의 사용자 맞다"


    한편 유죄판결에도 불구하고 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들의 사용자라는 취지의 결론을 내놔, CJ대한통운 입장에서는 상처뿐인 승리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조합원들은 CJ대한통운이 노동조합법상 43조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자신들의 적법한 쟁의행위가 이뤄지는 동안, 타 지역 직영기사를 이용해 직접 택배화물을 배송하려 한 것은 대체근로를 금지하는 노조법에 위반되므로, 이를 저지하려 한 행위는 정당행위라는 주장이다. 이 주장이 성립하려면 CJ대한통운이 노조법 43조상 '사용자'에 해당해야 한다.






     
    그런데 법원은 이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상엽 판사는 "CJ대한통운과 택배기사 사이에 직접적인 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CJ대한통운은 각종 지침이나 업무매뉴얼을 마련해 택배기사들에게 준수를 요구하는 등 수시로 업무수행을 확인하고 지시를 내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각종 지표를 마련해 택배기사들을 평가하고, 이 지표를 택배기사가 소속된 집배점과의 재계약 여부를 결정하는데 활용한다"며 "이 같은 사정을 종합해 보면 CJ대한통운은 이들을 고용한 사업주로서 택배기사들의 노동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고 지적해 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들의 사용자라고 결론지었다.
     
    다만, CJ대한통운이 타 지역 직영기사를 투입한 것은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상엽 판사는 43조의 '당해 사업' 해석을 두고 "지역별로 사업장을 두고 있다고 해도, 경영주체가 동일한 법인격체인 이상 그 전체를 하나의 사업이라고 봄이 타당하다"며 "당해 사업을 개별 지역 택배 사업장 단위로 국한해서 해석하면, 해당 규정의 취지가 몰각된다"라고 지적했다.
     
    결국 직영택배기사들은 '당해 사업과 관계 없는 자'가 아니므로, 대체인력으로 투입하는 것이 위법은 아니라는 취지다. 법원은 이를 바탕으로 택배기사들의 정당방위 주장을 기각하고 유죄를 선고했다.
     
    이번 판결은 같은 사건을 두고 나온 이전 하급심 4건과 법리를 달리하는 새로운 유형의 판결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기존 판결도 결론이 다 달랐다"며 "결론만 놓고 보면 유죄이지만, 사용자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새로운 형태의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택배사업이 전국단위로 이뤄지는 점에 비춰 CJ대한통운이 43조 상 사용자라면 타 지역 택배기사는 당해 사업과 관계있는 자가 맞아 43조 위반은 되기 어렵다는 결론"이라며 "다만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한 부분은 논란이 많고, 결국 상급심에서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곽용희 기자 kyh@elab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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