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 인사담당자들에게 큰 고민거리는 '원격근무'다. 현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이지만, 코로나19가 종식되고 난 이후에도 원격근무가 뉴노멀(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보는 의견이 다수일 만큼 원격근무는 기업이 일하는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았다. 실제로 국내 기업 288개의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취업 포털 잡코리아의 설문조사에서는,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재택근무가 새로운 일하는 방식으로 정착되리라 생각 하는가'라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69.4%가 '예'라고 답했다.
이제 원격근무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많은 기업이 원격근무를 실시하고 있는 가운데, 2013년부터 꾸준히 원격근무를 해온 기업이 있다. 슬로워크 조성도 대표를 만났다.

▲ 슬로워크 조성도 대표 (사진=박소망기자) 

슬로워크는 어떤 기업인가.
사회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고 싶은 디자이너와 개발자들이 모인 기업이다.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프로젝트에 디지털과 디자인 솔루션을 제공한다.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해 각 조직이 가진 미션을 어떻게 수행하면 될지 구체적으로 제안해주는 회사라고 보면 된다. 자체적으로 하는 임팩트 액셀러레이팅(사회적 가치를 촉진하는 활동)도 있다. 대표적인게 오렌지레터와 오렌지라이브다. 오렌지레터는 매주 월요일 발행하는 뉴스레터인데 소셜섹터의 동향, 펀딩, 채용 소식을 제공한다. 따로 광고비 없이 소규모 사회적 조직 또는 개인이 홍보하고 싶은 소식이 있을 때, 가장 먼저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규모가 크고 자원이 많은 조직은 홍보가 수월하지만, 그렇지 않은 조직은 힘들다는 사실을 고려해 만들었다. 오렌지라이브는 '소셜섹터 실무자 성장 플랫폼'이다. 사회적 경제 영역에서 실무자들이 성장할 수 있는 비대면 교육 서비스다.


2013년부터 원격근무를 진행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진행된 지금에야 원격근무가 활성화되고 있지만, 당시에는 생소한 개념이었을 것 같다. 도입계기는.
업무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업무 특성상 구성원들이 외근이 많다. 밖에서 고객을 만나다가 사무실로 돌아오는 게 비효율적이라고 느껴졌다. 외근 장소 근처에서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업무를 마무리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몇 년전부터 데스크톱 대신에 노트북을 지급하고 있는데, 사무실이 베이스가 아닌 컴퓨터 베이스로 일해보자는 뜻이다. 또 다른 이유로는 출퇴근 스트레스를 줄여보자는 것도 있었다. 아침저녁으로 출퇴근하면 스트레스가 큰데, 원격근무로는 지옥철을 경험해야 할 필요가 없으니까.


원하면 누구나 원격근무를 할 수 있나.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입사 직후에 그 자격을 검증하는 기간은 있다. 업무 적합성 평가기간이라고 하는데, 최대 3개월간 원격근무에 적합한 모습을 보여주는지 팀 리더들이 판단한다. '슬로워커다움'이라는 가이드라인에 맞는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검증되고 난 뒤에는 팀에서 자율적으로 주 몇 회 정도 원격근무를 할지 정하고, 원한다면 그렇게 하도록 한다. 사무실에서 근무를 할지, 원격근무를 할지 팀별로 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구성원들에게는 선택지가 하나 더 늘었다고 볼 수 있다.
 

원격근무를 하며 참고한 기업이 있었나. 시행착오도 많았을 것 같다.
베이스캠프와 오토매틱이라는 두 회사를 참고했다. 베이스캠프 창업자인 제이슨 프리드가 쓴 '리모트'라는 책을 읽었고, 오토매틱 창업자인 매트 뮬렌웨그가 결국 샌프란시스코의 본사 사무실까지 없앤 과정을 지켜봤다.
시행착오라고 하면 신뢰가 쌓이지 않은 상태에서 원격근무를 하다 보니 생긴 문제인데, 가이드를 세세히 만든 것도, 사람마다 원격근무에 대한 이해와 기대치가 달랐기 때문이다. 당연히 지키겠지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안 지키거나 원격근무를 악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기대치를 통일하려고 '우리 회사의 기준은 이것이다'라고 보여준 가이드라인이 '슬로워커다움'이다.
 

▲ 슬로워크 조성도 대표 (사진=박소망기자) 

'슬로워커다움'은 무엇인가.
책임, 관계, 전문성을 충분히 갖춘 상태를 말한다. 책임은 일에관해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업무상 약속을 잘 지키고 부정적이거나 윤리적으로 문제가 될만한 행위는 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관계는 업무를 수행하는 동안 동료들과 활발히 소통하고 업무진행에 적극 협조하는 것을 일컫는다. 전문성은 업무 전문성으로 자신의 역량을 향상하려는 의지를 말한다. 이 세 가지 요소는 각각의 조건이 있고, 이를 제대로 실현할 수 있는 사람을 '슬로워커답다'라고 이야기한다. 시행착오를 거쳐 만들어낸 가이드라인이다.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가이드라인이 촘촘해졌을 거 같다.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되면 안될 거 같다. 지금까지는 가이드라인을 촘촘하게 잡는데 집중했지만 요즘은 오히려 현재 수준에서 어떻게 가이드라인을 조금 더 느슨하게 할 수 있을지 구성원들과 논의 중이다. 개인의 자율성이 억압된다는 부작용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서로 신뢰가 있으면 빡빡한 가이드라인이 필요 없다. 담당자가 알아서 잘해줄 것이고, 관리자는 그렇게 할 것으로 믿으면 되니까.
 
원격근무 때문에 회사원들의 '보고 스트레스'가 더 심해진다는 얘기가 나온다. 원격이다 보니 관리 감독을 위해 보고를 좀 더 자주 하게 될 것 같은데.
업무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하다. 과정을 알려면 정보 공유는 중요하다. 감시를 위해서가 아니라, 조직의 투명성을 위한 보고는 필요하다. 보고는 관리자가 꼭 부하직원을 부리고 관리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서로 투명하게 뭘 어떻게 하는지 알 수 있도록 한다. 부하직원이 무엇을 하는지 CEO가 알 수 있는 것처럼, CEO가 무엇을 하는지 부하직원도 알 수 있게 해야 한다. CEO가 먼저 투명하게 하면, 다른 사람들도 따라올 수 있다. 그래서 더욱 보고를 자주 하려고 하는 편이다.


▲ 슬로워크 조성도 대표 (사진=박소망기자) 

아무래도 떨어져있다 보면 팀원 간의 유대감이 약화될거 같은데, 이런 문화적 약점은 어떻게 해결하고 있나.
뭉쳤다 흩어지는 방법을 쓴다. 예를 들면 월화수는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목금은 재택근무를 하는 식이다. 모든 구성원이 같은 날에 모일 필요는 없지만, 아무래도 팀끼리는 만나서 서로 직접 소통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100% 재택근무를 장려하지 않는 이유다. 아무래도 재택근무만 하면 물어볼 데도 없고, 고립감도 생길 것이다. 만남이 아예 없는 상황에서 유대감이 생기기는 어렵다. 그래서 뭉치는 시간과 흩어지는 시간을 완전히 구별하려고 한다.
 
원격근무에 대한 구성원들의 반응은.
신입사원은 처음부터 원격근무를 하게 되면 주위 분들에게 뭔가를 물어보기가 어렵다고 한다. 바로 옆에 사람이 없으니까 집에서 '혹시나 바쁘진 않을까'하면서 주저하게 된다. 팀장도 마찬가지다. 팀장은 이 업무를 할 때는 팀이 좀 같이 모이면 좋겠는데, 원격 근무하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으니까 곤란해진다. 또 학습이랑 사회화에 애를 먹는 신입사원을 챙겨야 한다. 하지만 가운데에 있는, 입사한 지 몇 년이 된 분들은 매우 좋아한다. 자기가 자율적으로 일하는 것을 선택하고 결정권이 있으니까.
 
상시적으로 원격근무를 하다 보니 채용과정도 남다를 거 같다.
100% 비대면으로 진행한다. 서류 과정을 거친 뒤, 텍스트 면접과 화상 면접으로 나눠서 본다. 텍스트 면접은 1차 면접인데, 업무협업 메신저 툴인 슬랙에서 채팅으로 면접을 보는 것이다. 원격근무를 하다 보니 조직의 투명성을 위해서 기록을 많이 남기려고 하고, 거기서 문자는 의사소통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채팅을 면접 과정에 넣었다. 본인의 의사를 명확하게 전달하는지, 윤리적인 언어를 쓰는지를 본다. 이후 화상면접을 보는데, 지원자의 시간에 맞춰 밤 10시에 보기도 하고, 주말에도 보기도 한다.
 
최근 한국은행은 원격근무가 생산성을 낮춘다고 발표했고, 경총은 오히려 큰 차이가 없다고 했다. 업무 생산성은 어떤 차이가 났나.
사실 정량적으로 조건을 갖춰서 생산성을 검증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아무래도 조직 문화로 인한 차이가 있을 거 같다. '슬로워커다움'이라는 가이드라인이 있을 때와 없었을 때 차이가 있었다. 원격을 해서 생산성이 떨어졌다면 원래 생산성이 떨어지는 조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원격근무를 일종의 복지로 보는 입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지원자들도 원격근무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긴 하지만, 원격근무는 복지가 아니다. 어떤 회사는 복지라고 표현하는데, 우리는 기업 문화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불이 나지 않아도 예방해야 하는 것처럼, 앞으로 코로나19 같은 상황이 또 올 수 있기 때문에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준비나 훈련이 되어야 하는 상황에서 꼭 필요한 기업문화다. 원격근무와 이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기 위한 기업의 준비는 이제 기본값이라고 생각한다.

박소망 기자 hope@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