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사진=SK하이닉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SK하이닉스기술사무직지회(이하 지회)가 사측을 상대로 인사평가제도인 셀프디자인(self-design)과 관련해 소송을 진행한다. 지회는 2일 소식지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초 성과급으로 갈등을 겪었다. 사측은 1월 말 초과이익분배금(PS) 지급 규모를 밝혔으나 지난해 영업이익이 급증했음에도 전년과 동일한 성과급 규모에 반발이 이어졌다. 이에 사측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산하 교섭대표노조는 3차에 걸친 노사협의회를 통해 합의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인사평가제도인 셀프디자인에 불이 붙었다.
 
셀프디자인은 SK하이닉스가 지난 2018년에 처음 도입한 인사평가제도다. 셀프디자인의 주요 내용은 연봉 중 업적급 적용률을 절대평가로 회사가 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성과에 따라 임금이 올라갈 수도 있고 반대로 임금이 저하될 수도 있다. 초기에는 몇 개 팀에만 적용하는 등 시범 운영을 하다가 지난해부터 기술사무직을 대상으로 전사에 도입됐다. 이에 기술사무직으로 구성된 지회가 반발하게 된 것.
 
지회는 셀프디자인이 불이익한 제도이기 때문에 구성원들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에 따라 구성원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노조에 따르면 2018년 당시 사측은 셀프디자인 도입에 앞서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따로 거치지는 않았다.
 
반면 사측은 불이익한 제도가 아니라고 본다. 사측 관계자는 "셀프디자인 제도는 조직별 특성에 맞게 디자인 하는 제도로 임금 총액이 저하되는 제도는 아니"라며 "오히려 다수 구성원들의 반응은 좋다"고 설명했다. 셀프디자인 제도가 도입되기 전에는 칼 같은 상대평가 체제였고 이에 절대평가를 도입하라는 구성원들의 요청이 있었다. 이런 요청에 따라 구성원들과 소통하고 설명회를 진행하며 의견 수렴을 통해 셀프디자인을 도입했다는 게 사측 설명이다.
 
지회 관계자는 "총액 저하가 없더라도 개개인 입장에서는 임금 저하가 있다"며 "사측은 총액 저하가 없다는 증거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다수의 반응이 좋다는 것에 대해서는 "설문조사 결과 99.9%가 셀프디자인에 반대했다"고 답했다. 다만 설문 참가 인원은 밝히지 않았으며 이를 법정에 증거로 제출할 예정이다.
 
사측은 불이익 변경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올해 초 구성원 동의 절차를 밟았다. 회사는 지난 1월 설명회를 열고 셀프디자인 도입에 대해 직원들의 동의를 구했다. 사측 관계자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회는 설명회 동의 절차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회는 "담당자가 설명회 후 commitment(확약)라는 이름으로 동의를 강요하는 메일을 전달했고 동의하지 않은 인원을 조사해 동의를 강요했다"고 밝혔다.
 
지회는 이번 주 내에 변호사 선임 계약을 체결하고 빠른 시일 내에 소장을 접수할 계획이다. 지회 측에 따르면 동의절차를 밟지 않고 셀프디자인을 도입한 것에 대한 적법성, 설명회에 따른 동의 절차의 유효성 등이 주요 쟁점이 된다.
 
한편, 소송과 별개로 지회와 회사는 셀프디자인 제도 개선에 나선다. 사측이 제도개선을 먼저 제안했으며 지회 역시 참여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지회는 "확약 동의 무효, 2018년~2020년 업적급 삭감, 2021년 업적급 삭감에 있어 회사의 행동이 선행돼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지예 기자 jyjy@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