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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 2021-04-05 16:33:23

어느 스타트업 기업의 몰락

2021-04-05 16:33:23



어느 스타트업 기업의 몰락
[2021년 4월호 vol.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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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간노동법률] 한준기 솔브릿지 국제경영대학 교수 / 에임즈인터내셔널코리아 고문
     

    어떻게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을까?

    한때 잠시 몸 담았던 스타트업 기업이 무너지고 있다. 수많은 기업들의 부침(浮沈)이 일상화된 작금의 자본주의 세상에서 그다지 큰 뉴스도 안 되겠지만, 나름 애증(愛憎)의 감정이 있는 회사가 휘청거린다는 것은 그리 유쾌한 일만은 아니다. 그래도 잘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기에 지난해 회사가 급격하게 부진의 늪으로 빠지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투자한 금액을 어떻게 회수할지 생각조차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주변의 모든 사람들은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는 한 이 기업은 문닫는 일만 남았다고 입을 모은다. 공식적인 영업활동은 이미 중단한 상태다. 얼마전 까지만 해도 시리즈 B라고 불리는 투자까지 받고, 스타트업 답지 않게 회사 통장 잔고가 200억이 남아있어 든든하다며 자신감을 보이며, 주식시장 상장 시점을 언제로 잡아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까지 활발하게 진행이 되고 있었다. 그런데 불과 1년여 사이에 150여명에 육박했던 임직원 숫자가 30명 대로 쪼그라들었다. 작년 가을까지도 가끔씩 긍정적이고 고무적인 뉴스로 언론에도 간간히 등장하기도 했는데. 어떻게 이렇듯 한 순간에 침몰할 수가 있을까?

    무엇이 성공을, 그리고 실패를 부르는가?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경영자나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스타트업 기업의 성공에는 몇 가지 요인이 있다고 한다. 운과 타이밍에 대한 이야기를 의외로 많이들 한다. 팀에 대한 이야기도 결코 빠지는 않는 메뉴이다. 팀이란, 결국 사람과 조직에 대한 부분인데, 조직역량, 팀워크, 조직의 순발력, 기업문화 등 여러 각도에서 조명이 가능하다. 여기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좋은 비즈니스 모델일 것이다. 확실히 카피하기 힘든 수익성 있는 사업모델이 있다면 성공에 한 걸음 더 가까이 갈 수 있으리라. 동시에 좋은 비즈니스 모델이 있더라도 시대를 제대로 만나지 못하면 생각만큼 잘 안될 수도 있는 개연성은 존재한다. 실패를 부르는 요인은 이보다 더 많을 수도 있을 것이다. 앞서 말한 타이밍, 조직역량과 팀(사람과 조직)에 더해 실행력 등이 거론될 수 있다. 이러한 성공이나 실패의 요인은 비단 꼭 스타트업 기업에만 국한이 되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어떤 기업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요인이다.

    그런데 이 성공과 실패라는 결과를 모두 관통하는 키워드가 있는데 바로 사람이다. 운과 타이밍이라는 요인도 공통적으로 관통하는 성공의 키워드이지만 이 두 요인은 우리들의 통제권 밖에 놓여있다. 사람이라는 키워드는 팀, 조직역량, 조직문화, 인재, 실행력 등의 관점에서 많이 다뤄지는 주제다. 물론 좋은 비즈니스 모델도 결국은 사람이 만들어 내는 것이지만 이 부분은 순수하게 사람이라는 요인과 차원이나 결이 조금 다를 수 있다. 사람이라는 요인은 어쩌면 상당히 진부하게 들릴 수도 있다. 그런데 사람은 분명 열쇠를 쥐고 있다. 결국 스타트업 기업이 성패를 결정하는 요인은 크게 두 가지로 재해석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사람이라는 중요한 요소를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엉뚱한 곳에 집중해 고배를 마시는 경우와, 중요하다고 머리 속에서는 알고 있는데 철저하게 준비 작업을 하지 않다 보니 '알면서 눈뜬 상태에서' 당하는 경우이다.

    지금 우리가 다시 점검해야 할 것들

    그래서 통제할 수 있는 영역에서 기업이 실패를 피하고 성공의 확률을 높이기 위해, 늦은 감은 있지만 다시 진지하게 점검을 해야 할 것들이 있다. 첫째, 조직에 맞는 최적의 구성원을 확보하는 데 타협하지 말아야 한다. 새롭게 떠나는 항해길에 올바른 멤버를 승선시켰는지를 확실히 따져봐야 한다. 둘째, 선명한 조직문화를 구축하고 실천하는 데 역시 타협하지 말아야 한다. 정체성이라는 본질에 뿌리를 내린 일상의 사고와 행동에 대해 구성원 간 의견 일치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이 두 문제는 생각처럼 되지 않는 매우 어려운 과제다. 필자의 다양한 현장 경험에 비춰 보았을 때 거의 '미션 임파서블'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쪽으로 궤도수정을 하고 애를 써야만 한다. 롱런하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말이다.

    앞서 언급한 무너지는 스타트업 기업은 어땠을까? 필자가 목격한 것은, 면접의 현장에서 '옥석을 가려내는데 효과적이지만, 자칫 상대방을 좀 힘들게 할 수도 있는' 질문을 대부분 회피한 모습이다. 괜히 후보자에게 좋지 않은 이미지도 줄 수 있고, 자칫 잘못해 '소셜 네트워크'라는 공간에서 구설수에 오르는 것을 경영진이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바라던 대로 그런 일은 피할 수 있었으나 회사와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인재가 부족한 기업, 성공하지 못한 기업, 책임감 없는 기업, 침몰하는 기업 등의 지우기 어려운 수식어가 따라붙고 있다. 기업문화도 아쉽다. 벽면의 액자 속에는 그들의 철학을 멋지게 써 놓았지만, 실제의 현장에서는 어느 누구 하나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을 당당하게 설파하지 못한 경향이 강했다. 아마존, 구글 등이 쓰는 용어와 제도를 벤치마킹해왔지만 선진기업의 제도와 용어를 소화할 수 없는 수준이었고, 정작 본인들의 정체성은 모호했다. 아침 8, 9, 10시에 사정에 맞게 출근하는 유연근무제를 도입했지만, 어느 순간 대부분이 10시에 출근해 5시에 퇴근하는 '웃픈' 근무 패턴이 일반화되기도 했다.

    우리의 젊은 기업들은 여기저기에서 목격되는 이런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인력선발제도의 재정비와 가치관 경영 방식의 도입을 놓쳐서는 안될 것이다. 한국형 전자상거래 비즈니스의 저력을 보여주면서 세계최강의 전자상거래 회사를 위협했던 한 벤처기업 CEO의 임직원 선발 스타일은 매우 독특했다. 그가 제일 중요하게 보았던 포인트는 '한(恨)'이었다. 짧은 가방 끈에 흙수저 출신이라는 핸디캡 때문에 러브콜도 받지 못하고 성공에 대한 한(恨)이 맺힌 사람을 찾아내려고 부단히 고민했던 것이다. 알려지지도 않은 벤처기업에 명문대 출신이나 다른 안정된 조직에 몸담고 있던 경력사원들을 괜찮은 조건으로 영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미국 최고의 100대 중소기업은 물론 최고의 100대 직장으로 선정됐던 '젠틀 자이언트'라는 이사짐 운송업체가 있다. 이 기업은 임직원을 선발할 때 채용 타겟부터 명확했다. 업의 특성상 힘, 팀워크, 민첩함이 구성원들에게 필요하다는 것으로 진단했고 이러한 특성을 가장 잘 갖춘 대상 중의 하나가 운동선수라고 생각했다. 이들은 그래서 채용 타겟으로 운동선수 출신을 우선적으로 정했다. 채용을 한 후에도 그들이 특성상 경쟁과 수상을 좋아하는 것에 착안해 교육훈련 프로그램도 마치 경기를 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며 포인트를 부여하고 포상하는 식으로 관리했다. 인력선발의 방식이나 기업의 철학도 세월에 따라 진화할 수 있겠지만, 본질을 놓치지 않은 것, 그리고 기업의 이름 하나만을 달랑 구성원들에게, 시장에 던져 놓았을 때, 양자의 입을 통해 공통적으로 회자되는 핵심 키워드가 없다면 가장 중요한 그 무엇인가를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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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브릿지 국제경영대학 교수 / 에임즈인터내셔널코리아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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