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택배노동조합 조합원들이 6월 9일 서울 송파구 복합물류센터에서 규탄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전국연대노동조합 택배산업본부가 택배사와 정부에게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이하 사회적 합의기구)에서 나온 1차 합의 이행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했다. 택배산업본부는 사회적 합의기구 이행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 노사정 논의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택배노동자가 과로로 연이어 사망하자 정부와 여당, 한국통합물류협회, 택배 대리점연합회, 화주, 노동조합 등은 사회적 합의기구를 꾸려 대책을 논의했다. 그 결과 지난 1월 "택배 분류작업은 택배노동자 업무가 아니"라는 1차 합의를 도출했다. 또 5월 말까지 1차 합의를 이행하기 위한 후속 합의를 내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지난 8일 2차 합의는 결렬됐다. 사회적 합의기구 참여 주체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에 따르면 택배사가 1차 합의 이행 시기를 1년 유예하자고 주장한 게 합의 파행의 주요 원인이 됐다. 또 국토교통부가 마련한 2차 합의안에는 이런 택배사 주장이 일부 포함됐으며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임금보전방안이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택배노조는 9일부터 전면 파업과 분류작업 거부에 돌입했다.
 
택배산업본부 역시 9일 택배사와 정부에 쓴소리를 더했다. 택배산업본부는 "현장의 의견과 사회적 합의에 반해 분류인력 투입의 1년 유예를 주장하는 각 택배사 원청의 입장에 대해 매우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며 "그간 1차 사회적합의의 이행을 촉구하며 묵묵히 현장에서 택배업무를 수행해온 택배노동자들을 기만하는 행위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만약 분류인력 투입에 대한 합의가 지속적으로 지켜지지 않을 경우, 우리는 경사노위를 통해 공식적인 노사정 논의를 한국노총에 요청할 것"이러며 "법적 강제를 통해 안전한 택배현장, 공짜노동 없는 공정한 택배산업 조성을 위한 투쟁에 나설 것"이러고 밝혔다.
 
이는 택배노조의 주장과 궤를 같이한다. 다만 경사노위 사회적 대화를 대안으로 제시한 건 택배노조와 다른 점이다. 민주노총 택배노조는 지난 한 해 택배노동자 과로사 투쟁을 이어나갔으며 사회적 합의기구 구성부터 논의까지 모두 함께했다. 그러나 택배산업본부는 지난해 12월 전국택배노동조합으로 처음 시작됐으며 1월 한국노총 산하로 편입됐다. 따라서 택배산업본부는 사회적 합의기구에는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민주노총은 경사노위를 거부하고 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역시 지난 3월 기자간담회서 이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따라서 사회적 합의기구 대신 경사노위에서 택배노동자 처우 개선에 대해 논의할 경우 민주노총은 배제되는 상황에 놓일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경사노위에 회의체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절차를 거쳐야 할 예정이다. 경사노위 관계자는 "의제를 요구할 순 있으나 경사노위 의제로 채택되기 위해서는 노사정 간 공감대가 형성돼야 하고 사회적 대화를 통해 채택 여부를 결정한다"며 "실무자 단위 의제개발ㆍ조정위원회를 시작으로 부대표급 회의, 대표급 회의를 모두 거쳐야만 최종 의제로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민주노총도 이날 택배노조 파업과 분류작업 거부에 지지를 보냈다. 민주노총은 "합의를 지키지 않는 사용자가 문제다.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하락에 대해 제대로 된 해법을 마련하지 못하는 정부가 문제"라며 "택배노동자의 노동이 존중받고 더 이상 과로사와 공포에 떨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세상을 위한 투쟁에 민주노총 모든 조합원의 이름으로 함께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지예 기자 jyjy@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