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20일 오후 서울을 포함한 전국 14개 지역에서 전국동시다발 민주노총 총파업 대회를 개최했다. 서울도심대회는 서대문 사거리 일대에서 기습적으로 열렸다. (이지예 기자 jyjy@)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예고했던 총파업 투쟁을 강행했다. 20일 강행된 총파업은 민주노총 조합원 약 55만 명이 일손을 놓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서대문역 사거리 일대에서 열린 서울도심대회에는 2만7000여 명(주최 측 추산)의 조합원이 집결해 인근 교통이 마비되고 경찰과 물리적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민주노총은 거듭된 정부의 총파업 철회 요청에도 총파업 대회를 예정대로 진행했다. 정부는 총파업 당일 오전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방역상황을 위협하고 일상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무너뜨릴 수 있다"며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하겠다"고 다시 한번 경고했다.

경영계에서도 같은 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실장은 "모든 경제주체가 합심해 경제위기, 방역위기를 극복해야 할 때"라며 "다시 한번 민주노총 총파업의 철회를 촉구하고 무리한 파업이 지속되는 경우 정부는 법과 원칙에 입각해 엄정하게 대처해 주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이 같은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관해 "우려의 시선이 있음을 알고 있으며 이를 불식시키고 강화된 자체의 방역 지침을 준수하며 안전한 대회를 진행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민주노총은 이번 대회 자체 방역지침으로 ▲발열 체크ㆍ손 세정ㆍ마스크 착용 ▲2미터 거리두기 ▲참가자 서명부 작성 ▲대회 종료 후 식사 금지ㆍ사적 모임 최소화 ▲이상 징후 발생 시 코로나19 진단검사 등을 마련했다. 하지만 많은 조합원이 한 장소에 몰리면서 2미터 거리두기 등 일부 방역지침은 지켜지지 않았다.
 
이날 총파업 대회는 오후 2시부터 서울, 대전, 광주, 대구, 세종, 경남 등 전국 14개 지역에서 동시에 개최됐다.
 
이 중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지역 조합원까지 집결한 서울도심대회는 지난 7.3 전국노동자대회 때와 마찬가지로 대회 시작 직전 장소를 공개해 서대문역 사거리에서 기습적으로 이뤄졌다.
 
민주노총은 "이른 아침부터 서울도심에 경찰 170여 개 부대가 동원ㆍ배치되고 차벽과 펜스가 설치된 상황에서 불필요한 충돌을 피하고 참가자들이 거리두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고자 서대문역 사거리로 장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회 장소가 기습 공개되면서 통행 금지가 사전에 이뤄지지 않은 탓에 서대문역 사거리 일대는 일정 시간 교통 마비를 겪었다. 조합원들이 도로 위를 점령하면서 일대를 운행 중이던 버스 등 차량이 제자리에 멈췄고, 차량이 꼼짝 못 하자 운전자들은 클락션을 울렸다. 이 과정에서 오가던 시민들이 불편을 겪기도 했다.
 
애초 대회사, 투쟁사, 연대사, 총파업 선언문 낭독, 행진 등으로 1시간가량 예정됐던 서울도심대회는 대오 정비, 교통 마비로 인해 30분 늦게 시작됐다. 오후 2시 30분쯤 시작한 서울도심대회는 2시간가량 진행된 후 마무리됐다. 대회 이후 예정됐던 행진은 경찰과 불필요한 충돌을 피하기 위해 취소됐다.
 
민주노총은 왜 거리로 쏟아져 나왔나
 
이번 총파업은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민주노총 임원선거 후보 시절부터 강조해왔던 핵심공약이었다. 양 위원장은 지난해 말 후보였을 당시 총파업을 통해 양극화 해소와 사회대전환 등 노동자들의 의제로 내년 3월 대선이 치러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이렇게 총파업을 내걸고 당선된 현 민주노총 집행부는 대의원대회에서 총파업 투쟁을 올해 사업계획으로 의결, 10월 20일 총파업 투쟁을 선언하고 실현하기에 이르렀다.
 
즉, 이번 총파업은 민주노총이 내년 대선을 향해 가는 핵심 여정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민주노총은 내년 3월 대선 전까지 큰 흐름에서 11월 전국노동자대회, 12월 정기 국회 투쟁, 1월 민중총궐기 등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노총이 이번 총파업을 통해 쟁취하겠다고 밝힌 3대 목표는 ▲비정규직 철폐 및 노동법 전면 개정 ▲코로나19 재난 시기 해고금지 등 일자리 국가 보장 ▲국방예산 삭감 및 주택ㆍ의료ㆍ교육ㆍ돌봄 공공성 강화 등이다.
 
지난 7.3 전국노동자대회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된 양 위원장은 옥중 서신을 통해 "자본에게 퍼준 기간산업을 다시 국유화하지 않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은 기만이고, 비정규직을 철폐하지 않고서는 소득 불평등을 해소할 수 없다"며 "이런 요구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자본과 기득권 세력이 제멋대로 착취하지 못하도록 노조 할 권리를 보장하고 노동자를 지켜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디지털 전환은 노동자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노동시간을 줄이고 노동강도를 낮추며 안전한 현장으로의 전환이어야 한다"며 "기후 위기로 인한 탈 탄소 정책은 누군가의 희생을 담보로 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살기 위해 추진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오늘 민주노총의 총파업은 불평등체제 타파, 한국사회대전환을 위한 정의로운 투쟁의 역사적 출발"이라며 "새 사회를 열망하는 민중과 함께 불평등체제 타파, 평등사회로의 대전환을 위해 힘차게 투쟁하고 전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누가, 얼마나 참여했나
 
앞서 민주노총이 밝힌 총파업 규모는 55만 명이었다. '역대 최대' 규모의 총파업인 만큼 여러 민주노총 가맹조직 단위에서 파업 또는 파업에 준하는 방식으로 총파업에 참여했다.
 
건설노동자들이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는 전국건설노동조합은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지난 19일 조합원 7만 명이 일손을 놓고 파업 투쟁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건설안전특별법은 건설 현장의 산재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것으로, 건설산업 특성에 맞춰 건설공사 참여자 모두에게 권한에 상응하는 안전관리책임을 부여하는 것이 골자다.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속해 있는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공공운수노조)에서는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한국가스공사비정규직 등이 파업에 참여했다.
 
특히, 이 중 가장 규모가 큰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전국여성노조와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를 구성해 진행한 교섭이 결렬됐다면서 1만5000명이 파업에 돌입했다.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에서 밝힌 민주노총 총파업 참여 인원은 약 4만 명이다.
 
공공운수노조는 이번 민주노총 총파업을 시작으로 11월 말까지 연속적인 총파업을 예고한 상황이며, 오는 11월 27일에는 공공운수노조 전 조합원 총궐기를 앞두고 있다.
 
금속노조에서는 90여 개 사업장, 5만여 명의 조합원이 파업에 동참했다. 대우조선, 케이조선(구 STX조선해양), 삼호중공업 등 조선사업장 조합원 3만3000명이 파업에 참여했고 현대차, 기아, 한국지엠 등 완성차사업장에서는 교육총회 소집의 형태로 1만7000여 명이 참여했다.
 
전국민간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서비스연맹)에서는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 소속 코웨이 노동자 7000여 명이 사측에 성실 교섭을 촉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코웨이 공동투쟁본부는 ▲성실 교섭 ▲비대면 판매 전략에 따른 고용불안 해소 위한 총고용보장 ▲감정노동수당 지급 ▲합리적 수준의 임금개편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외에도 서비스연맹에서는 전세버스연대지부 조합원 200여 명, 서비스일반노조 배달서비스지부 1000명, 전국택배노조 1700여 명도 파업에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업 등 쟁의 행위가 불가능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조합원 15만 명은 총파업 당일 오후 12시부터 1시까지 점심시간 민원 행정 업무를 멈추는 '1시간 멈춤'에 돌입했다. 교사들의 노조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총파업 당일 조합원들에게 노동인권교육 실시하거나 조퇴 투쟁 등을 통해 파업에 참여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21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총파업 결과 보고, 입장 및 향후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민주노총은 "안전한 대회를 만들기 위한 기간과 경과를 공유하며 총파업과 파업대회를 기점으로 한 향후 민주노총의 계획을 발표한다"고 밝혔다.

이동희ㆍ이지예 기자 dhlee@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