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는 내용과 관련 없음(이미지=클립아트코리아)
 

 

근로자가 누구인가의 판단에 관해서는 인적 종속(통제), 조직적 종속(편입), 경제적 의존, 법적 종속 등 다양한 관점이 존재한다. 각국의 법원은 주로 연혁적 이유에서 근로자성 판단에 대한 고유한 판단기준을 제시한다. 미국의 경우 공정근로기준법(FLSA)은 경제적 실태 기준을, 노동관계법(NLRA)은 보통법 기준(통제 기준)을 적용한다. 이는 초기 경제적 실태 기준을 채용한 연방대법원 판결에 대해 의회에서 법원의 태도를 제한하는 입법을 했는가의 연혁적 이유에서 비롯한다. 그래서 각 주의 주법 차원에서는 'ABC 테스트' 등 다양한 변형의 여지가 생긴 것이다.

<미국 각주의 근로자성 판단기준>

State	Test	State	Test
Alabama	Common law	Montana	Modified ABC (A, C)
Alaska	Nature of Work; ABC	Nebraska	ABC
Arizona	Right to Control	Nevada	ABC
Arkansas	Right to Control	New Hampshire	ABC
California	Right to Control	New Jersey	ABC
Colorado	Common law	New Mexico	ABC
Connecticut	Right to Control	New York	Common law
District of Columbia	Nature of Work; Right to Control	North Carolina	Right to Control
Delaware	Right to Control	North Dakota	Common law; Right to Control
Florida	Right to Control	Ohio	Common law; Right to Control
Georgia	Right to Control	Oklahoma	Common law
Hawaii	Right to Control	Oregon	Common law; Right to Control
Idaho	Right to Control	Pennsylvania	Nature of work
Illinois	Right to Control	Rhode Island	Common law
Indiana	ABC	South Carolina	Common law
Iowa	Common law; Right to Control	South Dakota	Modified ABC
Kansas	Common law; Modified ABC	Tennessee	ABC
Kentucky	Common Law	Texas	Right to Control
Louisiana	ABC; Right to Control	Utah	Right to Control
Maine	ABC	Vermont	ABC
Maryland	Modified ABC; Right to Control	Virginia	Right to Control
Massachusetts	ABC	Washington	Other (6 factors)
Michigan	Modified ABC	West Virginia	Common law; Right to Control
Minnesota	Common law	Wisconsin	Other (9 factors)
Mississippi	Common law; Right to Control	Wyoming	Common law; Right to Control
Missouri	Common law

 <https://www.workerclassification.com/Classification-Tests> (최종방문: 2021. 10. 25.)
 

 

프랑스는 근대 부르주아 민법의 영향으로 인적 종속 개념을 수용하기 어려웠던 탓인지 법적 종속의 방식으로 근로자 개념을 풀어냈다. 프랑스보다 민법의 입법이 100년 늦은 독일은 게르만법의 전통을 재생해 인적 종속의 방식으로 근로자성을 풀어냈다. 일본은 노동기준법의 법문에 근거해 인적 종속(사용종속)을 주된 표지로, 조직적 종속을 부수적 표지로 하는 공식을 만들었다.
 

각국에서의 이러한 다양한 이론, 판례의 전개는 근로자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일원적인 해법은 없다는 점을 시사한다. 결국 각국의 판례 등이 제시하는 근로자성의 표지들의 메타(Meta) 구조를 탐구할 필요가 있다. 근로자성의 판단지표로 제시되고 있는 다양한 징표 뒤에 짓궂게 숨어있는 근로자성의 본질을 간파해야 한다.
 

필자는 근로기준법의 본질은 '사업장법'이라고 생각한다. 공장(工場)만을 적용대상으로 했던 공장법에서 다른 사업장으로까지 적용대상을 확대한 것이 일본의 노동기준법이고, 이를 계수한 것이 1953년 제정 근로기준법이다. 노동기준법이라는 명칭은 물론 미국의 FLSA에서 차용한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미국의 FLSA에 비해 한국과 일본의 근로기준법의 내용이 포괄적인 것은 프랑스 등 제정법으로 노동관계를 포괄적으로 규율하던 국가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생각된다.
 

이렇게 이해하면, 근로기준법은 '사업장' 내부의 노동관계를 규율하는 법으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근로기준법을 '사업장법'으로 인식한다면, 근로자의 개념을 따지기 전에 '사업' 및 그러한 사업의 소유자인 '사업주'가 존재하는가에 대한 규범적 평가가 선행돼야 한다. 사업장법으로서의 근로기준법에서 사업주는 단순히 근로계약의 일방당사자가 아니라 근로계약 체결에 앞서 사업의 주인, 즉 사업주에 해당해야 한다. 근로기준법의 적용대상을 둘러싼 해석상 난맥은 근로자에 선재(先在)하는 사업의 개념을 간과한 것이 주된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근로기준법상 근로계약의 개념은 '근로자가 사용자(사업주)에게 근로를 제공'하는 계약이다. 즉, 노무제공의 상대방이 사용자(사업주)여야 근로계약에 해당하는 것이지, 근로계약을 체결한 사람이 사용자로 되는 것이 아니다. 후자로 이해하면 해결할 수 없는 순환론에 빠진다. "근로계약을 체결한 자가 사용자이고,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는 계약이 근로계약"이라는 뫼비우스의 띠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 근로계약에 앞서 사업주의 개념을 먼저 규명해야 하는 이유이다. 따라서'사업'이야 말로 근로기준법의 체계적 이해를 위해 필요한 미싱 파츠(Missing Parts)라고 할 것이다.
 

이러한 이해에 근거해, 필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의 본질은 사업에 내재하는 '위계구조'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거의 100년 전 코즈가 말한 위계(Hierarchy)와 시장의 구분 및 기업(Firm)의 본성에서 착안한 바 크다. 동일한 피사체라도 조명의 방향을 조금만 움직이면 서로 다른 그림자를 그린다. 사업의 본질로서의 위계구조가 개별 사업장, 나아가 개별 근로자에게 현출되는 인적 종속도 마찬가지이다. 심지어 ICT의 발전은 인적 종속이라는 그림자를 극도로 작게 만들어 낼 수 있다. 적도 부근의 해시계 막대가 정오에 짧은 그림자를 드리운다 해서 막대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근로자성의 판단기준으로 인적 종속을 고집할 경우 다양한 통제기술에 삶을 맡긴 노동자는 근로자의 신분을 잃게 된다. 그림자인 통제를 넘어 위계구조라는 본질로 나아가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위계구조'라는 기업의 본질에 주목해야만 종속성을 희석하는 다양한 메카니즘을 활용한 노동법 회피 시도에 발본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의 본질은 기업에 고유한 위계질서에 편입된 내부자라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위계구조에서 발생하는 지휘·감독(인적 종속)은 위계구조의 그림자일 뿐이다. 결국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의 본질적 징표는 위계구조로의 편입(이를 '구조적 종속'으로 부를 수 있을 것이다)이라고 생각한다.
 

 

근로기준법의 특정 조항의 적용의 국면에서 바라보면, 당해 법률조항의 적용을 주장하는 자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사실은 당해 법률조항의 법률요건의 일부를 구성하는 요건사실이 된다. 예컨대,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중략) 하지 못한다."는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의 적용이 문제되는 국면에 있어, 동 규정의 법률요건은 '사용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근로자를 해고'했다는 것이고, 여기서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의 적용을 주장하는 자가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사실은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이 적용되기 위한 총체적 요건, 즉 법률요건의 일부를 구성하는 '요건사실'이 된다. 따라서 근로기준법의 적용과 관련된 쟁송(예컨대, 해고무효확인의 소)에서 있어 원고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사실(실제로는 법원의 판단작용의 결과)은 원고의 청구의 당부를 판단하는 전제가 된다.
 

그렇다면 근로관계소송에서 이와 같이 원고의 청구의 당부 판단이 전제가 되는 원고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에 인정은 사실문제인가 아니면 법률문제인가? 근로관계 소송에 있어 원고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고 인정하는 것은 법원의 규범적 판단 내지 평가의 결과이지, 당사자가 주장·증명해야 하는 사실이라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이는 사실문제가 아니라 법률문제에 해당한다. 일반적 언어관용으로 '근로자성을 증명한다'라고 말하고 있지만, 엄격하게 분석하면 '근로자성에 관한 판단'이라는 규범적 평가를 위한 근거사실을 제출한다는 의미로 이해하는 것이 옳다.
 

 이처럼 '근로자'와 같은 '규범적 요건'은 증명의 대상이 아니라 규범적 판단의 결과에 해당하므로 근로자성 자체를 증명의 대상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근로자성에 관한 규범적 판단에 관한 근거 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의 분배는 여전히 문제 된다. '규범적 요건'에 관한 판단의 국면에서도 기본적으로는 전통적인 증명책임의 분배에 관한 일반 원칙인 법률요건분류설(규범설)이 적용될 수 있을 것인바, 이러한 원칙에 따르면 근로자성 판단에 있어 '종속관계의 존재'에 관한 평가를 적극적인 방향에서 근거 짓는 사실(평가근거사실)은 원고가 주장·증명해야 할 것이다. 한편, 이러한 평가근거사실과 논리적으로 양립가능하면서 당해 평가·판단을 방해하는 사실(평가장애사실)의 소송법적 성격에 관해서는 간접사실설, 부인설, 간접반증 유추설, 항변설 등이 대립하나, 실무상으로는 평가장애사실에 대한 주장을 독립한 항변으로 취급하지 아니하고 평가근거사실과 평가장애사실을 종합해 판단하는 것이 일반적인 실무 관행이다.
 

3. 근로자성에 관한 증명책임의 전환 논의
 

가. ILO 고용관계 권고(제198호)
 

ILO 고용관계 권고(제198호) 제9항은 '계약이든 다른 형태의 협정이든 당사자들이 합의했을 수 있는 여타의 협정에 관계가 어떻게 규정돼 있는지에 관계없이 고용관계에 있는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국가정책에서 고용관계의 여부는 일차적으로 업무수행 및 노동자에 대한 보수와 관련된 사실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고 해 근로자성 인정에 있어서의 '사실 우선의 원칙'을 제시했고, 이 권고 제13항은 "회원국은 국내법과 규정에 의해 또는 기타의 방식으로 고용관계의 존재에 대한 특정지표를 정의할 수 있는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하고, 구체적인 지표로 "(a) 상대방의 지시와 통제에 따라 업무 수행, 노동자가 기업조직의 일부로 통합, 전적으로 또는 주로 상대방의 이익을 위해 업무 수행, 해당 노동자에 의해 직접 업무 수행, 업무를 요구하는 당사자가 결정하거나 합의한 특정 노동시간이나 작업장에서 업무 수행, 업무가 특정 지속기간과 연속성을 가짐, 해당 노동자의 가용성(Availability)이 요구됨, 업무를 요구하는 당사자가 도구·자재·기계 제공, (b) 노동자에 대한 정기적 보수 지급, 이러한 보수가 해당 노동자의 유일한 소득원이거나 주요 소득원이라는 사실, 음식·숙소·교통 등 현물 지급, 주휴일과 연차휴가 수급자격, 업무를 요구하는 당사자가 업무수행을 위한 출장경비 지급, 해당 노동자에 대한 재정적 리스크 부재"를 제시했다. 한편, 동 권고 제11항은, "고용관계의 존재를 결정할 수 있도록 회원국은 이 권고에 언급된 국가정책의 범위 내에서 다음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하고 다음의 세 가지를 제시했다.
 

(a) 고용관계의 존재를 결정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 허용 (b) 하나 이상의 지표가 존재할 경우 고용관계가 존재한다는 법률상 추정 제공 (c) 가장 대표적인 노사단체와의 사전협의를 거쳐 일반 업종이든 특수 업종이든 일정한 특성을 가진 노동자는 피고용인 또는 자영업자로 간주돼야 한다고 결정(밑줄은 필자)

 

나. 미국의 ABC 테스트
 

캘리포니아주 대법원은 다이나멕스 사건에서 임금법령의 연혁과 근로자의 사회적 보호라는 입법 목적을 근거로 원고의 주장을 인용했다. 즉 근로자와 독립계약자를 구분하는 판단에서도 '일하는 것을 묵인 또는 허용'한 경우 역시 고용한 것으로 봤다. 연방법인 FLSA도 "일하는 것을 묵인 또는 허용"을 포함해 고용을 커먼로(Common Low) 보다 넓게 해석하는데, 다만 그 범위를 제한하기 위해 경제적 실질 기준을 사용한다. 그러나, 캘리포니아주 대법원은 FLSA보다 캘리포니아주 임금명령이 앞서 도입됐다는 연혁적 측면과 캘리포니아주의 근로자들을 연방법보다 더 넓게 보호하겠다는 입법 목적을 고려하면 캘리포니아주 임금명령을 해석할 때 경제적 실질 기준을 굳이 따를 필요가 없다고 보고, 대신 노무제공자가 근로자가 아니라 독립계약자라고 주장하려면 기업은 "(A) 노동자는 업무 수행과 관련해 계약상이나 실제로 기업의 통제와 지시(Control and Direction)를 받지 않는다, (B) 노동자는 기업의 통상적인 사업 범위(Usual Course of Business) 외의 업무를 수행한다, (C) 노동자는 관례적으로 기업과 독립적으로 설립된 직종, 직업 또는 사업에 종사한다"라는 세 가지 요건(ABC)을 모두 증명해야 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 근로자로 추정하는 ABC 기준을 채택했다.
 

이러한 방식은 모든 노무제공자(All Workers)에 대해 우선 근로자라고 추정하고, 기업이 이러한 추정을 복멸하기 위해는 위에서 제시한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증명할 것으로 요구하는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다. 독일 연방노동사회부의 '플랫폼 경제에서의 공정한 노동'
 

2020년 11월 27일 연방노동사회부는 "플랫폼 경제에서의 공정한 노동(Faire Arbeit in der Plattformökonomie)"이라는 발표를 통해 플랫폼노동에 관한 독일정부의 핵심적 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위 발표는 플랫폼 경제에서 활동하는 1인 자영업자(Solo-Selbstständige)에 대한 노동법 및 사회보장법상의 보호 내용으로 (1) 노동플랫폼으로서의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 강화, (2) 사회적 보호의 강화, (3) 근로자성 판단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증명책임 완화, (4) 공정한 활동조건의 보장, (5) 계약조건에 대한 통제, (6) 투명성 제고를 위한 신고 및 통계의무 도입을 제시했는데, 이 중 (3)이 증명책임의 완화에 관한 내용이다.

 

(3) 근로자성 판단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증명책임 완화 플랫폼활동자들은 실제 상황에 따라 어떤 계약관계에 있는지 여부가 불안정한 상태에 놓이게 됨. 연방노동사회부는 플랫폼활동자의 노동법적 지위 확인을 보다 용이하게 하도록 하기 위해서 플랫폼노동자를 위한 증명책임규정을 도입하고자 함. 플랫폼활동자가 근로관계 존재에 대한 정황증거(간접증거)를 제시하면 근로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증명책임은 플랫폼사업자가 부담하도록 하는 것임. (밑줄은 필자)

 

라. 스페인 라이더법 
 

스페인에서는 대법원(Tribunal Supremo)이 음식배달 플랫폼 기업 글로보(Glovo)의 배달 라이더가 임금노동자(trabajador por cuenta ajena)라고 판결하자, 스페인 정부에서 위 판결을 반영해 배달 플랫폼 노동자를 임금노동자로 추정하는 조항을 도입한 '라이더 법(Ley Rider)'을 입법했고, 의회의 추인을 얻어 2021. 5. 12. 시행됐다.
 

 

증명책임의 분배 문제는 어찌 보면 무엇을 원칙으로 보고, 무엇을 예외로 볼 것인가의 문제이다. 일하는 사람에게 자신이 근로자임을 증명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일하는 사람의 규범적 기본값이 근로자가 아니라는 가정을 전제로 한 것이다. 이는 근로기준법은 민법의 특별법이므로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주장하는 당사자가 근로기준법이 적용되기 위한 요건, 즉 자신이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점을 증명하라는 인식에 근거한다.
 

자본주의의 여명기에는 근로자와 비근로자가 명확하게 분기되지 않았을 것이다. 공장에 출근하는 사람 중에는 자신이 사용할 도구를 가져온 사람도 있을 것이고, 맨몸으로 온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을 생각하면 자본주의적 생산방식이 일반화, 보편화되기 전의 단계에서는 '일하는 사람의 규범적 기본값이 근로자가 아니라는 가정'이 타당했을 수 있다. 실제로 초기 자본가들은 '생산'의 과정을 통제할 기술을 알지 못했다. 산업혁명 이전 장인들의 노동은 기본적으로 도급계약이었다. 즉, 작업방법은 장인들에게 내부화돼 있어 의뢰인(자본가)이 일일이 지시명령을 내리는 일은 없었다(정확하게는 지시명령을 내릴 능력이 없었다).

당시 고용계약의 전형적인 분야는 집사나 하녀 등 가정 내 가사노동자였다(주종법의 적용대상). 그러나 산업혁명에 의해 공업 분야의 노동 방식이 크게 바뀌어 종래의 독립성이 높은 장인 노동에서 공장 전체의 작업 중 일부를 할당받아 수행하는 것이 됐다(분업화). 이러한 전환에 의해 노동자는 작업내용을 사용자로부터 지시받고, 그대로 수행하는 만큼 약자로 자리매김하게 됐으며, 따라서 특별히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로 간주되게 됐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대부분의 생산활동이 기업에 의해, 즉 근대적 생산방식에 의해 수행되고 있는 오늘날의 상황에서 '일하는 사람의 규범적 기본값이 근로자가 아니라는 18세기적 가정'을 그대로 고수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고 생각된다. 따라서 규범적인 기본값 자체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 즉, 일하는 사람의 규범적 기본값을 '근로자'라고 추정하고, 이러한 추정을 깨뜨리고 싶은 당사자에게 반증의 증명책임을 부담하게 하는 것이 자본주의적 생산방식이 일상화된 지금의 사회경제적 상황에 부합할 것이다. 따라서, 근로자성의 증명책임(정확하게는 근로자성 판단에 관한 근거사실의 제출에 대한 책임)을 사용자에게 전환하는 입법 또는 판례의 변경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