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로보월드(국제로봇산업대전)가 개막한 지난 10월 경기 고양시 킨텍스 전시장을 찾은 참가자들이 로봇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산업용 로봇의 등장이 전체 일자리 감소에는 큰 영향을 주진 않지만 단순 반복 직종ㆍ일자리에는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단순하고 반복적인 기계 조작으로 자동화가 가능한 직종은 로봇 사용으로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로봇을 관리하고 유지하기 위한 일자리가 새롭게 창출돼 결과적으로 전체 일자리에는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최근 '로봇이 노동수요에 미치는 영향' 연구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로봇 도입 증가가 지역별 전체 노동수요에 미치는 영향은 음의 값으로 추정됐으나 통계적으로 의미가 있지는 않았다. 로봇으로 인해 인간의 일자리가 직접적으로 줄진 않았다는 뜻이다.
 
보고서는 2010년부터 2019년 사이 우리나라 229개 시ㆍ군ㆍ구 지역별 기업의 구인인원 증가분을 지역별로 합산해 분석했다. 워크넷 구인정보자료와 국제로봇협회의 산업용 로봇도입 자료를 바탕으로 했다. 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 '사업용 로봇 도입'만을 고려했다. 키오스크 등 서비스 업종은 제외됐다.
 
2019년 기준 우리나라 로봇 밀집도는 774대다. 이는 831대인 싱가포르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연구자인 김혜진 한국은행 부연구위원은 "국내에서도 제조업을 중심으로 (산업용 로봇이) 매우 빠른 증가세를 보이자 로봇 도입의 노동시장 파급 효과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대됐다"고 설명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로봇 도입이 이론적으로 대체 효과와 생산성 효과를 동시에 발생시킨다고 했다. 대체 효과란 자동화가 가능한 업무를 로봇이 대체해 노동수요가 감소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신하게 되는 상황이다. 생산성 효과란 자동화가 불가능한 업무에 대해 노동 수요가 증가하는 효과를 말한다. 다시 말해 로봇을 유지ㆍ보수하고 관리하는 업무를 하는 새로운 인력들이 나타나기 시작gks다는 의미다.

분석 결과 로봇 도입 증가가 지역별로 전체 노동수요에 미치는 영향은 음의 값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로봇이 인간의 노동수요를 감소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 부연구위원은 "로봇 도입이 많이 늘어난 지역에서 대체 효과와 생산성 효과가 거의 상쇄되면서 노동수요 감소가 발생하지 않은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단순 반복적 직종 노동수요 '감소'...자동차 등 제조업 영향 커
 
단순 반복적인 직종에서는 로봇이 노동수요를 더욱 감소하게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 부연구위원은 "노동수요를 세분해서 살펴보면 산업별로는 제조업 부문, 직종별로는 단순 반복적 직종에서 로봇 도입 증가 시 노동수요가 유의al하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단순 반복적 업무는 설비 관련 단순 계측업무, 반복적인 기계의 조작이나 조립 등 로봇을 이용한 자동화가 비교적 쉬운 업무 프로세스로 구성돼 있다. 단순하고 반복적인 노동을 하는 업종에 있어서는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감소시킨다는 것이다.
 
예컨대 근로자 1000명당 로봇 대수 변화를 보여주는 로봇 노출도의 경우 2010년부터 2019년 사이 변화가 중간값(2.318)인 지역과 변화값이 없었던(0) 지역을 비교했을 때 제조업과 단순 반복적 직종 구인인원 증가율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제조업의 구인인원 증가율은 -6.7%포인트였고 단순 반복적 직종 구인인원 증가율은 -6.5%포인트였다.
 
이러한 결과는 특히 자동차나 전기ㆍ전자 업종이 포함된 제조업에서 두드러졌다. 직종별로는 단순 반복적 직종이면서 로봇이 대체하기 쉬운 업무 프로세스에서 그런 경향이 나타났다.
 
실제 2010년에서 2019년 사이에 로봇 노출도 변화를 보면 산업별 평균 로봇 노출도는 23대지만 제조업은 34대로 큰 차이를 나타냈다. 구체적으로 자동차 업종의 경우 190대, 전기ㆍ전자 업종은 179대로 평균인 23대를 훌쩍 뛰어넘었다.
 
김 부연구위원은 "로봇 도입 증가는 로봇으로 대체하기 쉬운 업무 프로세스가 많은 제조업과 단순 반복적 직종에서 노동수요를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난다"면서 "이러한 로봇과 노동 간 대체성은 앞으로 로봇기술이 발전할수록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로봇과 노동 간 대체성 강화는 거스르기 어려운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을 완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직업훈련 확대, 재교육, 교육체제 정비 등을 통해 기존 근로자와 신규 근로자의 업무처리 능력과 숙련도를 높임으로써 노동 생산성이 제고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로봇이 전체 노동시장을 확대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관측도 제기된다.
 
장윤석 대진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아무래도 육체노동 등 단순 반복적인 노동을 하는 노동자에게는 산업용 로봇 도입이 큰 경쟁자가 될 것이지만 그 로봇을 설계하고 운용하고 지속해서 사용 가능하도록 연구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게 될 것"이라며 "로봇을 다루기 위해선 그에 맞는 지식 수준이 필요한 만큼 관련 노동자들도 교육과 경험을 통해 로봇을 다룰 수 있는 인력으로 발전할 것이고, 관련 직종들이 훨씬 더 많이 늘어나게 돼 결론적으로는 노동시장의 확대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소망 기자 hope@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