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회노동위원회(사진=노동법률)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근면위)에서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한도에 대한 사회적 대화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노사 양측의 요구안이 나왔다. 노동계는 면제 한도 구간 통합을, 경영계는 면제 한도 구간 세분화를 주장하고 있어 앞으로 시작될 본격적인 논의에서 노사 이견이 좁혀질지 관심이 쏠린다.
 
근면위는 앞서 지난해 7월 발족해 노조 전임자가 급여를 받으며 노조 활동을 할 수 있는 근로시간 면제 한도를 논의 중이다. 지난해 11월 30일 경사노위 심의 요청에 따라 근면위는 내달 3일까지 근로시간 면제 한도 심의ㆍ의결을 마쳐야 한다. 원래는 1월 29일까지 마쳐야 하지만, 설 연휴와 겹치면서 일정을 조정했다.
 
경사노위는 지난 4일 근면위 제12차 전원회의에서 노동계가 요구안을 제시한 것에 이어 11일 제13차 전원회의에서 경영계가 요구안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노동계 "구간 통합해 지나친 개입문제 해소해야"
 
양측 요구안에 따르면 노동계는 ▲면제 한도 구간 통합 및 파트타임 사용인원 제한 폐지 ▲지역분포에 따른 면제 한도 추가 부여 대상 기준(1000인 이상 사업장) 삭제 ▲교대제 근무 사업장과 연합단체에서의 활동을 고려한 면제 한도 추가 부여 ▲중소사업장을 대상으로 산재예방 활동 전임자에 대한 면제 한도 예외 인정을 요구했다.
 
노동계 요구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면제 한도 구간 통합 및 파트타임 사용인원 제한 폐지다.
 
면제 한도는 조합원 규모가 클수록 늘어난다. 현행 면제 한도(연간)는 노조 조합원이 99명 미만이면 최대 2000시간, 100~199명은 최대 3000시간, 200~299명은 최대 4000시간인데, 노동계는 이 구간을 하나로 통합해 면제 한도를 최대 4000시간으로 할 것을 요구했다.<표1>
 

 
이어 조합원 300~499명(현행 최대 5000시간)과 500~999명(현행 최대 6000시간)을 통합해 최대 6000시간으로 설정하고, 1000~2999명(현행 최대 1만 시간)과 3000~4999명(현행 최대 1만4000시간)을 통합해 최대 1만4000시간으로 설정하는 등 세분화된 현행 면제 한도 구간을 통합하자는 것이 골자다.
 
노동계는 "현행 면제 한도 고시는 조합원 수에 따라 10개 구간으로 유급 노조활동 시간을 지나치게 촘촘히 규제하고 있다"며 "정부 고시에 의한 노사관계의 지나친 개입문제 해소를 위해서라도 세분화된 면제 한도 구간을 통합해 노사의 자율적 교섭 여지를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파트타임 사용인원 제한 폐지도 주장했다. 현행 제도는 조합원 수가 300명 미만(이상)인 노조가 파트타임을 사용할 경우 그 인원이 풀타임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인원의 3배(2배)를 초과할 수 없도록 파트타임 사용인원을 정해놨는데, 이를 폐지하자는 것이다.
 
노동계는 "면제 한도뿐만 아니라 사용인원까지 제한하는 것은 과도한 입법적 개입이므로 사용인원 제한을 폐지하거나 기준을 풀타임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인원의 3배로 단일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역분포에 따른 근로시간면제한도 개편도 요구했다.<표2> 현행 제도인 조합원의 지역적 분포에 따른 가중치 부여 기준은 조합원 수가 1000명 이상인 경우에만 적용되고 있는데, 이러한 기준 자체에 합리적 근거가 없다는 게 노동계 주장이다.
 

 
따라서 조합원 수가 1000명 미만인 경우에도 조합원의 지역별 분포에 따른 가중치를 부여하는 것이 타당하고, 조합원의 지역별 분포에 따른 추가 부여 대상 사업체 기준을 폐지할 것을 요구했다.
 
또 조합원이 교대제 근무를 하는 사업장의 경우에는 연간 면제 한도의 20%를 추가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대제 사업장의 경우 노조의 고충처리 활동, 조합원 교육이나 간담회, 조합원 투표, 교섭결과 설명회 등을 시간을 변경해 여러 차례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비교대제 사업장에 비해 노조 활동시간이 더 많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면제 한도를 부여할 때 상급단체 파견활동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노사관계를 선도할 상급단체 활동의 활성화와 바람직한 노사관계 발전을 위해서도 노사합의로 연합단체 전임활동을 하는 경우 일정 한도 내에서 별도의 면제 한도를 추가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표3>
 

 
마지막으로 300인 미만의 중소사업장에서 노사 합의를 통해 명예산업안전감독관 등 안전보건ㆍ산재예방 전임담당자를 두는 경우 면제 한도 예외를 인정해줄 것을 요구했다. 중대재해예방 및 산재예방 활동을 위해 노사 합의로 전임담당자를 두는 것에 면제 한도를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면제 한도 예외를 인정하고 정부가 이를 지원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영계 "합리적 축소 조정 필요해"
 
경영계는 ▲면제 한도 구간 세분화 및 최대 한도 축소 ▲지역분포에 따른 면제 한도 추가 부여 폐지 ▲초기업 단위 노조 산하 조직의 면제 한도 축소 ▲근로시간면제 사용계획서 제출 등을 주장했다.
 
경영계는 근면위 실태조사 결과 및 글로벌 스탠다드를 고려했을 때 현행 면제 한도의 '합리적 축소 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면제 한도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가되, 타임오프 제도 도입 배경에 '중소기업의 합리적인 노조활동 유지'가 있었던 만큼 상대적으로 여력이 있는 규모가 큰 노조를 대상으로 조정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먼저 조합원 수가 1000명 이상인 노조를 대상으로 면제 한도 구간을 세분화하고 최대 한도를 축소할 것을 요구했다.<표4> 조합원 1000~4999명 구간을 현행 2개 구간에서 4개 구간으로 세분화하고 조합원 5000명 이상 구간은 하나로 통합해 최대 2만 시간으로 한도를 축소하자는 것이다.
 

 
지역분포에 따른 면제 한도 추가 부여를 폐지하자는 주장도 이어갔다.
 
경영계는 "근면위 실태조사 결과 지역분포 가중치가 부여되는 조합원 1000명 이상 사업장의 노조 활동시간은 현행 한도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실태조사 결과 파악된 노조 활동시간에 지역별 분포 가중치(10~30%)를 재차 감안해 계산하더라도 현행 근로시간면제 한도 내에서 노동조합 활동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2013년 근면위에서 지역분포를 고려해 가중치를 부여한 것은 사업장 간 물리적 이동 거리 등 때문이었는데 지금은 교통 및 디지털 기술이 더욱 발달했기 때문에 물리적 거리감은 노조 활동에 장애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며 코로나19 상황에서 비대면 활동이 활성화되고 있다"면서 "전국단위 사업장도 과거와 달리 필요 시 화상회의 시스템, 노조 홈페이지 내 고충처리 게시판 등을 활용한 비대면 조합활동이 가능해진 만큼 지역분포 가중치는 별도 부여할 필요성이 사라졌다고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초기업 단위 노조(산별노조) 산하 조직의 면제 한도 20% 축소도 요구했다.
 
경영계는 "산별노조의 경우 단체교섭 등 노조의 주요 활동이 산별노조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만큼 사업 또는 사업장 단위로 부여되는 현행 면제 한도의 축소 적용이 필요하다"며 "예를 들어 산별교섭 진행 시 지부ㆍ지회에서 단체교섭이 진행되지 않거나 보충 교섭이 진행되더라도 단체교섭에 소요되는 시간이 대폭 축소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근로시간면제 사용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요구안도 제출했다.
 
경영계는 "앞서 근면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단체협약으로 정한 근로시간면제 한도 중에서 노조가 '노조 활동시간'으로 사용한 시간은 약 21~24%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근로시간면제제도가 법 취지에 맞게 합리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근로시간면제 활동에 대한 노사 간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사용계획서를 제출한 이후 근로시간면제 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노사 양측의 요구안이 드러나면서 근로시간면제 한도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다. 근면위 제14차 전원회의는 오는 18일 오전 10시 경사노위 대회의실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이동희 기자 dhlee@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