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서울 서대문구 광산빌딩 전교조 4층 대회의실에서 '전교조 20대 대선 교육공약 요구안 발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전교조)

이번 대선을 두고 노동계에선 '노동 없는 대선'이라는 비판이 높다. 물론 이전 대선에서도 노동이 큰 이슈로 주목받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에는 노동과 더불어 고용, 일자리 정책도 보이지 않아 비판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노동계가 바라는 '노동이 함께하는 정의로운 전환', '노동 개혁' 등은 기대할 수 없다는 지적도 따른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 21대 대선까지 두 달이 채 남지 않은 가운데, 노동계에서 대선 정책 요구안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거대 양당의 정책과 공약에서 노동에 관한 뚜렷한 청사진이 보이지 않으니 노동계가 먼저 제시하고 요구하고 질의해서 만들어가겠다는 움직임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20대 대선을 앞두고 교육공약 요구안을 발표했다. 슬로건은 '차별과 불평등을 넘어 모두를 위한 교육으로'다. 전희영 전교조 위원장은 "모든 학생에게 평등한 배움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화두이자 대선 후보들의 화두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교조는 1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광산빌딩 전교조 4층 대회의실에서 '전교조 20대 대선 교육공약 요구안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 후보와 협약을 통해 전교조 교육공약을 알려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전교조가 밝힌 교육공약은 지난해 실시한 전교조 전국교육희망대장정과 현장 교사들의 직접 제안, 전교조 전국참교육실천대회 토론 등을 거쳐 선정된 것으로 ▲'학교를 학교답게' 교육이 가능한 학교 ▲'경쟁에서 협력으로' 입시경쟁교육 해소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교육 공공성 강화 ▲'교사를 교육의 주체로' 교원정책 혁신 등 4대 주요 방향과 이를 세분화한 13개 내용으로 구성됐다.
 

▲18일 전교조가 발표한 13대 교육공약 요구안 (자료=전교조)

전교조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우리 사회는 잊고 있던 학교의 역할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됐다"며 '교육이 가능한 학교'를 위한 △학급당 학생 수 20명 상한제 △교육내용 적정화 △학교업무 정상화 △학교 민주주의 강화 △직업계고 교육 정상화를 요구했다.
 
이 중 학급당 학생 수 20명 상한제 요구는 한 학급당 학생 수가 20명이 넘지 않도록 법제화하자는 것으로 지난해 전교조는 이를 강하게 요구하며 국회 앞 농성에 돌입하기도 했다.
 
정한철 전교조 부위원장은 "학급당 학생 수 20명 상한제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교육격차 문제를 해결하고, 안전한 등교로 학생의 일상을 돌보고, 교실의 사각지대를 줄여 수업의 질을 높이고 학습에서 소외되는 학생이 없도록 하자는 것"이라며 "이는 교육여건 개선의 출발점이며 교실에서 기초학력 부진 학생 개별 지도 등 학생 맞춤형 교육이 가능하게 하는 시작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교사, 학생, 학부모 모두가 고통받는 입시지옥에서 벗어나 학생 개인의 삶에 집중하는 초중등 교육 정상화를 위한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며 입시경쟁교육 해소를 위한 △고교 절대평가, 대입 자격고사화 △대학서열 해체도 요구했다.
 
정 부위원장은 "대학 입시에 종속된 초중등 교육 정상화 방안으로 고교 내신 전 과목 절대평가 시행과 수능시험을 합격ㆍ불합격의 판정 도구로 삼는 자격고사화를 제안한다"며 "대학서열을 해체하고 학력과 학벌에 따른 차별을 없애기 위한 차별금지법 제정 등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개선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대학 무상교육 △공립유치원 확대 △돌봄 국가사회책임제도 제안했다. 교육 공공성을 강화하고, 가정의 교육비 부담을 없애 모두에게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마지막으로 교원정책 혁신도 강조했다. 전교조는 "교사를 개혁의 대상이 아닌 주체로 세우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며 △차등성과급ㆍ교원평가 폐지 △교원정치기본권ㆍ노동기본권 보장 △교장 자격증제 폐지, 교장직선제 도입을 요구했다.
 
특히 차등성과급ㆍ교원평가 폐지와 관련해 정 부위원장은 "2001년 첫 시행 이후 교사 간 협력을 저해하고 교단을 황폐화하는 차등 성과급ㆍ교원평가는 폐지 1순위로 꼽혀왔다"며 "차등 성과급을 폐지하고 균등 수당으로 지급하는 한편 교원능력개발평가 시행지침을 폐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교조는 "전교조의 대선 교육공약 요구안 13개 과제는 차별과 불평등을 넘어 모두를 위한 교육으로 도약하기 위해 어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내용인 만큼 각각의 대선후보 공약에 반영되어 교육현장의 변화를 견인하기를 기대한다"며 "전교조는 이후 대선 후보와 협약식 등을 통해 13대 교육공약 요구안을 알려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동희 기자 dhlee@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