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이 10일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를 점거한 후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이지예 기자 jyjy@)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이 파업 45일째 CJ대한통운 본사 점거농성 돌입을 선포했다.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은 "절대 물러날 수 없고 물러서지도 않겠다"며 "본사 점거는 출발이고 결의대회와 오는 13일 택배노조 임시대의원대회를 통해 파업 사태를 하루라도 속히 마무할 수 있도록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겠다"고 말했다. 택배노조는 임시대대에서 파업 지원을 위한 채권 구입 등을 결의할 예정이다. 

택배노조는 10일 오후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본사 점거농성 돌입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진 위원장은 "지금까지 택배노조는 법적 테두리 내에서 최대한 합법적으로 수많은 집회와 시위, 기자회견, 선전전 등을 진행했지만 오늘은 본사를 점거했다"며 "45일 동안 거리에서 외쳤는데 CJ대한통운에게는 얼굴 좀 보자는 게 노조가 해서는 안 될 일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공권력이 투입돼서 강제 해산하지 않는 한, 사태가 최종 정리되지 않는 한 스스로 제 발로 CJ대한통운 본사를 걸어 나올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택배노조는 이날 오전 11시 30분경 CJ대한통운 본사를 긴급 점거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 자택 앞에서 농성을 이어가던 중이었다. 택배노조 관계자에 따르면 본사 내부에 200여 명이 진입했고 외부에도 200여 명이 결의대회를 위해 집결했다. 

앞서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이 사회적 합의에 따른 임금인상분을 택배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위해 쓰지 않는다면서 지난해 12월 28일 파업에 돌입했다. 지난해 체결된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가 사실상 파기됐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CJ대한통운이 대화에 나서지 않으면서 파업은 장기화 되고 있다. 오늘로 45일째다. 물류대란이 예견됐던 설 명절이 지나가면서 출구전략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 역시 분류작업 인원 투입 등 사회적 합의 이행 상황에는 문제가 없고 수수료 문제는 CJ대한통운과 노조가 협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에게 직접 대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CJ대한통운은 대화에 나서지 않고 있다. 택배노동자와 직접 계약 당사자가 아니어서 대화에 응할 이유가 없다. 더욱이 CJ대한통운은 택배노조의 파업에 명분이 없다고 주장한다.

택배노조는 국민에게도 호소했다. 국민과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이해한다면서도 투쟁을 이어나가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진 위원장은 "여론이 좋지 않은 것도 알고 있고 국민들이 당연히 누려야 할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현실을 알고 있다"면서도 "하루라도 조속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좀 더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고 본사 점거가 그 시작"이라고 말했다.

택배노조는 오는 13일 임시대대를 열고 투쟁을 계속하기 위한 방안을 고안한다. 임시대대에서는 파업 지원을 위한 채권 구입 등을 결의할 예정이다.

한편, CJ대한통운은 택배노조 점거 직후 입장을 냈다. CJ대한통운은 "택배노조의 불법적인 점거 및 집단적 폭력행위를 강력하게 규탄하며, 즉각 퇴거 및 책임자 사퇴 등을 요구한다"며 "비관용 원칙에 따라 관련자 모두에 대한 형사적, 민사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도 "택배노조 본사 진입 과정에서 본사 정문이 파괴되는 등 회사 기물이 손괴됐고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폭력행위도 발생해 경영계는 이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는 바"라며 "경영계는 택배노조의 불법점거와 업무방해 등 불법행위에 대한 정부의 즉각적이고 엄정한 법집행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지예 기자 jyjy@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