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클립아트코리아
[월간노동법률] 강문혁 법무법인 안심 대표변호사
1. 서설
경업금지약정을 직접적으로 규율하는 법률은 따로 없고, 계약법의 일반 법리에 따라 규율되고 있다. 즉, 기본적으로 경업금지약정은 사적자치의 원리에 따라 계약 당사자가 자유롭게 체결할 수 있고 유효함이 원칙이다. 그러나 법원은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체결된 경업금지약정이 근로자의 헌법상 기본권(직업선택의 자유)이나 시장경제원리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경우에는 민법 제103조를 적용해 해당 경업금지약정이 무효라는 법리를 선언했다. 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9다82244 판결에서 이러한 법리를 확립한 이래 지금까지도 이 법리는 유지되고 있다.
경업금지약정의 유효성에 관한 판단기준이 위와 같이 확립됐다고 하더라도 구체적인 사안에서 문제 되는 경업금지약정이 유효한지는 여전히 법관의 판단에 맡겨져 있으므로, 위 대법원 판례 법리가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어떻게 적용될 것인지 검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편 경업금지약정 유효성이 문제 되는 대표적인 직종이 바로 입시학원이나 보습학원 강사인데, 이에 관한 분쟁사례도 많고 축적된 하급심 판례도 많다. 이에 필자는 학원 강사 분쟁사례를 중심으로 대법원에 제시한 경업금지약정 유효성 판단기준 중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을 하급심에서 어떻게 판단하는지, 법리적인 문제점이 없는지 검토했다.
2.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에 관한 최근 판례 분석·학원 강사 분쟁사례를 중심으로
가. 판례 경향
(1)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을 인정한 판례는 대체로 경업금지약정의 유효성을 인정했다. 대표적인 최근 하급심 판례 판시는 다음과 같다.
①피고가 원고 학원을 그만두고 인근에 동종의 학원을 개설하거나 경쟁학원으로 이직해 강의를 할 경우 일부 수강생들이 피고를 따라 학원을 옮길 여지가 있는바, 이러한 경우 피고는 원고가 제공한 유·무형의 시설, 서비스 등을 통해 형성한 인지도를 이용해 이익을 얻는 반면, 원고는 수강생 감소로 인한 손해를 입게 되며, 특히 이 사건과 같이, 기존 학원과 상당히 가까운 장소에 새로운 학원이 설립된 경우라면, 기존 학원을 보호할 필요성이 더욱 크다고 인정한 사례(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2020. 6. 19. 선고 2019가합101781 판결, 수원고등법원 2021. 6. 17. 선고 2020나16835 판결)
②소속 강사가 경쟁 학원으로 이직하거나 인근에서 학원을 설립할 경우 학습의 연속성을 위해 학생들이 강사를 따라 이동할 가능성이 크므로, 원고 학원으로서는 이 사건 경업금지약정을 통해 이와 같은 고객 관계를 유지할 필요성이 인정되고, 원고 학원에서 학생들이 피고의 강의를 수강한 것이 전적으로 피고의 개인적인 자질이나 능력에 의한 것이라 보기 어렵고, 원고 측의 영업활동, 조력에 의한 성과를 이용한 측면도 적지 않을 것이므로, 그 과정에서 원고가 들인 노력과 비용도 제한된 범위에서 보호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인정한 사례(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11. 14. 선고 2019가합531436 판결)
③원고 학원으로서는 이 사건 경업금지조항을 통해 원고 학원이 속한 상권 내에서 지금까지 해 오고 있는 영업을 유지시키고 장래에 그 영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소속 강사의 이직을 일정 정도 제한해야 할 필요, 피고들이 위와 같이 영어강의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원고 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원고의 지속적인 영업활동과 그 동안의 영업활동으로 축적된 노하우 등에 의존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인정한 사례(인천지방법원 2018. 12. 21. 선고 2017가합61279 판결)
④학원 운영자인 원고로서는 위와 같은 학원 운영의 어려움 등을 미리 방지하기 위해 강사와의 계약 체결 시 경업금지약정을 할 필요가 있다고 보이고, 여기에 투자된 원고의 유·무형의 자산 역시 법률상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판시한 사례(대구지방법원 2019. 10. 30. 선고 2019나304705 판결)
⑤원고가 유·무형의 자산을 투자해서 창출한 정당한 경제적 이익(영업비밀의 보호, 고객 및 영업망의 확보 등)도 법률상 보호받을 가치가 있다고 인정한 사례(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2018. 5. 24. 선고 2017가단222336 판결, 수원지방법원 2019. 1. 8. 선고 2018나67367 판결)
(2) 반면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을 부정한 판례는 대체로 경업금지약정의 유효성을 인정하지 않고 해당 약정을 무효라고 판단했다. 대표적인 최근 하급심 판례 판시는 다음과 같다.
①원고가 영업비밀이라고 주장하는 강의교재 및 이를 위한 각종 참고자료 일체, 학원생 모집 및 관리의 노하우 등에 관한 정보가 무엇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주장이나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는 점, 피고가 원고 학원에 근무하면서 직무수행 과정에서 통상적으로 얻을 수 있는 '일반적인 지식'은 경업금지약정에 의해 보호받을 수 있는 정당한 이익에 해당하지 않는바, 피고가 원고 학원의 강사로 근무하면서 학생들과 신뢰관계가 형성됐다고 하더라도 피고가 다른 학원으로 전직하는 경우에 원고 학원에서 피고의 수업을 수강했던 학생들이 당연히 피고가 전직한 다른 학원으로 옮겨 가게 된다고 보기는 어렵고, 피고를 따라서 학원을 옮기는 학생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피고와의 개인적인 신뢰관계가 형성돼 작용한 측면도 있는 점을 근거로 경업금지약정을 통해 보호해야 할 가치 있는 원고의 이익이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한 사례(서울남부지방법원 2019. 5. 31. 선고 2018나60296 판결)
②이 사건 전직금지약정에 의해 보호해야 할 원고의 이익은 이른바 '고객관계(수강생), 학원의 교재나 강의자료'라고 할 것인데, 고객관계(수강생)가 그 자체로 원고의 보호할 가치 있는 이익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학원의 교재나 강의 자료가 원고만이 가지고 있는 지식이나 정보라고 보기도 어려워, 원고의 이익이 크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한 사례(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11. 10. 선고 2016가합535512 판결, 서울고등법원 2017. 3. 22. 선고 2016나2081483 판결)
③원고가 원고 학원을 운영하면서 인근 학교기출문제 등 정보를 수집해 보유하면서 이를 피고 등이 활용했으나, 인근 학교 기출문제는 원고만이 수집할 수 있는 자료라거나 원고만이 가지고 있는 지식이나 정보라고 보기 어렵고, 달리 원고가 직접 제작한 교재 등 지적제작물이 있었다고 보이지 않으며, 학원 수강생들의 신상정보는 피고가 수업을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는 것에 불과하고, 피고는 고등학교 3학년 수업을 진행했는바, 고등학교 3학년의 경우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재수학원으로 이동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학원 수강생들의 신상정보를 피고가 경쟁학원에서 활용했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이 사건 용역계약상 경업금지약정을 통해 보호할 가치가 있는 원고의 이익은 상대적으로 적다고 판시한 사례(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6. 25. 선고 2020가단5098315 판결)
④이 사건 각 정보들은 영업 비밀에 해당하거나 원고가 상당한 투자와 노력을 기울여 만들어 낸 고유의 성과 내지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학원 강사와 수강생 사이의 신뢰관계는 업무 수행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에 불과해, 일부 수강생들이 피고 C 등을 따라 이 사건 학원을 이용하게 된다 하더라도 이러한 인적관계는 경업금지약정을 통해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한 사례(전주지방법원 2020. 7. 22. 선고 2019가합4075 판결)
⑤강의 전체 커리큘럼, 수업의 기술, 학생 관리기술, 강사의 의무와 권리, 판서방법, 강의자세, 설명방법, 발성방법, 돌발 상황 대처요령 등 원고의 영업노하우라고 주장하는 부분은 원고가 독자적으로 개발해 원고만이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나 노하우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고, 피고가 'D'에서 사용하는 교재들이 원고의 이 사건 학원에서 사용하던 교재들과 중복된다고 볼 만한 사정은 보이지 아니하므로, 이들을 원고의 '영업비밀'이라거나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한 사례(서울서부지방법원 2017. 8. 10. 선고 2017가합32510 판결)
나. 검토
위와 같이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이 존재하는지가 문제 된 최근 하급심 판례를 검토한 결과,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을 인정한 사례에서는 대체로 사용자인 학원운영자가 투입한 유·무형의 자산을 보호할 필요성, 영업비밀의 보호, 고객 및 영업망의 확보 필요성, 해당강사가 이직할 경우 학생들이 따라서 이동할 가능성, 영업을 유지시키고 장래에 그 영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소속 강사의 이직을 일정 정도 제한해야 할 필요성을 근거로 들었고, 반대로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을 부정한 사례에서는 사용자인 학원운영자가 주장하는 영업비밀 또는 이에 준하는 영업노하우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거나 학원 강사와 수강생의 신뢰관계나 신상정보는 업무 수행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거나 습득되는 것이라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그런데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을 인정한 하급심 판례는 학원운영자의 영업상 필요성이나 장래 입을 수 있는 영업상 불이익과 같이 그 내용이 추상적이고 장래 발생할지가 불문명한 가능성을 근거로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다.
즉, ①경업금지약정의 유효성을 인정할 수 있는 제반사정은 사용자에게 증명책임이 인정되는데, 사용자의 영업상 필요성이나 장래 입을 수 있는 영업상 불이익과 같이 구체적이지 않고 추상적인 사유를 근거로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을 인정할 경우, 사실상 이 요건에 관한 사용자의 증명책임이 면제되는 결과가 발생하는 점 ②사용자는 당연히 자신의 영업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경업금지약정을 체결하는 것인데 계약 성질상 당연히 인정되는 필요성만으로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을 인정한다면 이를 경업금지약정 유효성 판단기준으로 제시한 취지가 무색해 지는 점 ③대법원 2009다82244 판결에서 영업비밀, 그 정도에 이르지 않았더라도 당해 사용자만이 가지고 있는 지식 또는 정보로서 근로자와 이를 제3자에게 누설하지 않기로 약정한 것, 고객관계, 영업상의 신용의 유지를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에 해당한다고 판시했으나, 이는 위 사항들이 구체적으로 주장·입증될 경우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으로 볼 수 있다는 취지이지 막연히 영업상 필요성이나 영업상 불이익을 입을 가능성만으로 이를 인정할 수 있다는 취지가 아니라는 점 등에 비춰 볼 때, 위 하급심 판례는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다.
특히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을 인정한 사례에서 대부분 근로자가 경업금지약정을 체결한 대가를 별도로 지급받았다는 사정이 없음에도 위 약정의 유효성을 인정했는바, 이러한 하급심 판례의 태도는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할 위험이 높다고 본다.
따라서 판례가 제시한 경업금지약정 유효성 판단기준인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은 이를 사용자의 영업상 필요성이나 장래 입을 수 있는 불이익만으로 쉽사리 인정해서는 안 되고, 구체적으로 ①경업금지약정을 체결한 근로자가 영업비밀 또는 영업 비밀에 준할 정도의 정보나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었다는 점 ②근로자의 능력, 경력, 평판 등으로 해당 근로자가 경쟁업체로 이직하거나 동종 영업을 할 경우 사용자의 영업상 불이익이 발생할 개연성이 높다고 인정되는 점 ③사용자가 근로자에게 경업금지약정에 따른 상당한 대가를 지급하거나 각종 비용을 지출하는 등 상당한 노력과 비용을 투입했다는 사실이 인정되는 점 등이 주장·입증된 경우에 한해서 인정함이 타당할 것이다.
3. 결론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체결되는 경업금지약정은 영업양도·양수 시 독립적인 사업자 사이에 체결되는 경업금지약정과 달리 계약 체결 시점에 사용자가 협상력의 우위에 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설령 법적인 관점에서 그 약정이 당사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의해 체결됐다고 하더라도 근로자는 근로계약을 유지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체결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러한 계약 체결 배경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사용자의 영업상 필요성이나 장래 발생할 수 있는 영업상 불이익만으로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을 넓게 인정한 판례 태도는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고, 보다 구체적으로 사용자가 보호받아야 할 자신의 이익을 주장·입증할 것을 요구하는 입론이 타당하다. 이것이 사용자의 헌법상 권리(영업의 자유, 재산권)와 근로자의 헌법상 권리(직업선택의 자유)를 보다 균형 있게 보호할 수 있는 해석론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