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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 2022-03-25 09:30:00

    수정 : 2022-05-03 00:41:52

[법원] ‘특정노조 승진 차별’ 연달아 철퇴...법적 분쟁 대응 방안은?

2022-03-25 09:30:00



‘특정노조 승진 차별’ 연달아 철퇴...법적 분쟁 대응 방안은?
[2022년 4월호 vol.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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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민들이 서울의 한 파리바게뜨 매장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뉴시스) 

    특정 노조 소속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승진을 차별한 것은 부당노동행위라는 판단이 연달아 나오고 있다.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올 초 SPC그룹 파리크라상 자회사인 피비파트너즈가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인 파리바게뜨 제조기사를 승진시키지 않은 것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정했다. 한국노총 소속 조합원들은 모든 직급에서 승진자 비율이 평균을 웃도는 반면 민주노총 소속 노조원들 승진율은 평균보다 현저히 낮았다는 지적이다.
     
    법원도 최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옛 삼성테크윈)가 금속노조 삼성테크윈지회를 소수노조로 만들기 위해 인사 고과나 승진 과정에서 차별을 둬 부당노동행위를 저질렀다고 봤다.
     
    전문가들은 이와 유사한 법적 분쟁에 대응하려면 근로자일 경우 인사 관련 자료를 적극적으로 확보하고 사용자일 경우 인사평가의 공정성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피비파트너즈ㆍ한화에어로, 특정 노조만 승진 차별하다 '제동'
     
    25일 <노동법률>이 입수한 경기지방노동위원회 판정문을 보면 피비파트너즈 제빵ㆍ음료 제조기사들은 소속 노조에 따라 승진자 비율이 큰 차이를 보였다.
     
    직급별 승진대상자 대비 승진자 비율을 보면 차이가 드러난다. 피비파트너즈의 직급별 승진자 비율은 ▲기사→조장 35% ▲조장→반장 25% ▲반장→주임대행 20% ▲주임대행→주임 12% ▲주임→직장 8%다. 상위 직급으로 갈수록 승진율이 낮아지는 구조다.
     
    한국노총 식품산업노련 피비파트너즈노동조합(노조)의 직급별 승진율은 11~39%로 모든 직급에서 승진자 비율이 평균을 웃돌았다. 반면,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지회)는 0~10%로 모든 직급에서 평균을 한참 밑돌았다.
     
    경기지노위가 자문받은 자료를 보더라도 지회의 승진 빈도는 24.1%로 노조(119.6%)와 차이가 컸다.
     
    경기지노위는 "상위 직급인 주임과 직장 두 직급에서 노조 조합원은 46명의 주임 승진자와 4명의 직장 승진자가 있지만 지회는 주임과 직장으로 승진한 조합원이 한 명도 없다"며 "승진평가의 공정성에 의문이 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승진 여부를 결정하는 승진평가가 세부적인 기준 없이 주관적으로 이뤄져 직원들이 수긍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미흡하다는 점도 판단 근거로 제시됐다.
     
    피비파트너즈는 심문회의 당시 평가자(사업부장) 한 명이 400명 내외의 승진대상자를 평가하고 근무태도, 정책수용, 대인관계 등 5가지 평가 요인에 관한 객관적 자료가 없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사업부장이 승진대상자 면담 내용과 가맹점주나 제조장에게서 들은 내용을 머릿속에 축적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지노위는 "사업부장 1인이 수백 명을 정성평가하는데 해당 사업부에서 2년 미만 정도 근무하면서 승진대상자를 1년에 1~2차례 대면하는 것에 불과해 세부적인 평가 기준 없이 대인관계, 희생정신 등을 임의로 판단할 여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성평가에서 다수의 피평가자에 대한 평가자 1인의 자의적 주관성에 너무 크게 의존하고 있다"며 "객관성이나 합리성을 검증해 피평가자가 확인하고 수긍할 수 있는 장치나 제도가 미흡하다"고 꼬집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금속노조 삼성테크윈지회를 소수노조로 만들기 위해 지회 간부들의 승진을 차별한 것과 관련해 손해배상 책임을 짊어지게 됐다.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최근 금속노조가 한화에어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금속노조와 삼성테크윈지회 간부들에게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단이다.
     
    승진자만으로 부당노동행위 입증 한계...소수노조, 대응도 못 해
     
    이러한 판단에도 특정 노조를 대상으로 한 승진 차별이 부당노동행위의 일환이라는 점을 입증하는 것은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다.
     
    인사권은 원칙적으로 사용자 권한에 속한다. 업무상 필요하다면 사용자의 재량에 속하는 영역이 된다. 이 때문에 사용자가 재량에 따라 인사권을 행사한 것인지 특정 노조를 차별하려는 목적으로 인사권을 남용하는 것인지 구분하기도, 입증하기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두산 산하의 모트롤(두산모트롤)이다. 두산모트롤에는 금속노조 두산모트롤지회와 기업노조인 두산모트롤노동조합이 설립된 상태였다.
     
    당시 두산모트롤 현장관리자 41명(기장 7명ㆍ직장 23명ㆍ반장 11명) 중 두산모트롤지회 소속 근로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승진 제도를 도입한 후 시행된 2차례의 승급심사를 통해 총 57명이 승진했는데 이 가운데 두산모트롤지회 조합원은 6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51명은 두산모트롤노조 조합원이었다.
     
    두산모트롤지회는 두산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심은 불이익 취급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판은 2심에서 뒤집혔다. 2심은 두산모트롤지회와 두산모트롤노조 사이의 인사상 격차가 회사의 반조합적 의사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7월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2심 판결을 확정했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상고 대상이 아닌 판결의 본안 심리를 하지 않고 기각하는 것이다.
     
    인사상 차별을 받는 노조가 피비파트너즈 사례처럼 소수노조라면 교섭이나 쟁의를 통한 해결도 기대하기 어렵다.
     
    민주노총은 지난 1월 낸 <복수노조 침해사례 조사집>을 통해 "현행 교섭창구단일화 제도에서 소수노조는 독자적으로 교섭권ㆍ쟁의권 등을 행사할 수 없어 사용자 등의 차별 행위 등에 대해 대항할 수단이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특정노조 승진 차별' 법적 분쟁 대응 방안은?
     
    노동계는 인사상 차별을 당할 경우 적극적인 증거 수집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승진 차별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인다면 이를 입증할 수 있는 관련 증거들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금속노조는 지난해 11월 발간한 <복수노조 대응 매뉴얼>에서 "출근부, 임금명세서, 일일 생산량, 업무일지, 인사평점 기준표, 인사평가결과서, 인사명령서 등 각종 공문서 촬영 및 복사"와 "차별을 확인할 수 있도록 가능하면 타 조합원이나 비조합원 관련 각종 문서도 촬영 및 복사"할 것을 당부했다.
     
    관리자와의 면담을 통해 차별과 불이익 조치에 관한 사유를 묻고 녹취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조합원에게 발생하는 차별을 구체적으로 명시해 차별 사유에 관한 자료 요청과 차별 중단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할 것도 제안했다.
     
    물론 한계는 있다. 실제 현장에서는 기업들이 노조 요구대로 인사평가 관련 자료들을 흔쾌히 내주는 경우가 드물다.
     
    박준성 금속노조 법률원 노무사는 "사용자들이 인사평가 기준이나 결과를 잘 공개하지 않는 상황에서 부당노동행위 입증 책임이 노동자 측에 있어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되는 사례가 많다"며 "인사평가 결과가 유의미한 차이를 보인다면 사용자 측이 합리적 이유가 있는 차별이라는 점을 입증하도록 입증 책임을 완화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인사평가의 공정성을 최대화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 또한 어려움이 따르기는 마찬가지다. 현실적으로 인사평가에서 주관적인 요소를 완전하게 배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기업이 부당노동행위의 여지를 덜어내기 위해 인사평가를 할 때 노사관계를 고려한다면 이는 또 다른 차원의 논쟁거리가 될 수 있다.
     
    기세환 태광노무법인 대표노무사는 "인사평가는 노사관계를 신경쓰면 안 된다"며 "굳이 답을 찾자면 노사관계를 신경쓰지 않을 공정한 평가자들에게 오로지 업무 중심으로만 평가하도록 명확한 메시지를 강조하고 논란의 여지를 만들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대영 기자 kdy@elab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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