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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 2022-03-30 07:20:00

    수정 : 2022-03-30 07:24:12

[특별기고] 직접고용 의무, 자회사 방식만으로 모든 문제 해결 못 해

2022-03-30 07:20:00



직접고용 의무, 자회사 방식만으로 모든 문제 해결 못 해
[2022년 4월호 vol.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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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미지=클립아트코리아

    [월간노동법률] 송연창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1. 들어가며
     
    원청과 협력업체 근로자가 불법파견관계에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 원청은 해당 근로자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파견법 제6조의2 제1항). 이와 같은 원청의 직접고용의무는 해당 근로자가 명시적으로 반대의사를 표시하지 않는 한 면제되지 않는다(동조 제2항).
     
    그런데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관계부처 합동, 2017.7.)을 통해 자회사 방식을 정규직 전환 방식의 한 예로 제시하고, '파리바게뜨 불법파견 해결 노사합의에 대한 입장'(고용노동부, 2018.1.)에서 자회사 고용 합의를 두고 "고용안정을 도모하고 비정규직 차별을 개선하는 모범적인 사례로 안착되기를 기대한다"고 평가한 것을 계기로 주로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직접고용 대신 별도의 자회사를 설립해 협력업체 근로자들을 고용하는 흐름이 이어져 왔다.
     
    그러나 정부의 위 가이드라인이나 입장문만으로는 여전히 자회사 방식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수의 공공기관은 물론, 일부 사기업에서도 자회사 방식의 적절성 내지 타당성에 관한 분쟁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자회사 설립 및 자회사로의 입사 자체에 반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이미 자회사에 입사한 근로자가 자회사 해산이나 재차 원청의 직접고용을 요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는 결국 자회사 고용 방식이 과연 파견법 제6조의2에 반하지 않는지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이 없었던 데서 비롯된 문제로 보인다. 실제로 이 점이 쟁점으로 다퉈진 하급심 판결례 2건이 있어, 이하에서는 우선 해당 판결들의 내용을 소개하고 시사점을 살펴본다.
     
    2. 자회사 고용 방식과 직접고용의무에 관한 판결례
     
    (1) 한국전력공사 사건 : 서울남부지방법원 2021. 6. 4. 선고 2019가합112404 판결
     
    이 사건 원고들은 종래 한국전력공사의 협력업체에 소속돼 한국전력공사에 용역을 제공해 오고 있었는데, 2019년 5월 한국전력공사의 자회사인 한전FMS가 설립되면서 자회사로 소속을 변경했다.
     
    그러나 원고들은 이후 2019. 9.경 한국전력공사를 상대로 고용의사표시 및 손해배상(한국전력공사 소속 정규직 근로자들이 지급받은 임금과의 차액 상당액)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했다.
     
    법원은 "근로자를 그가 고용된 기업으로부터 법인격이 다른 계열기업으로 적을 옮겨 다른 기업의 업무에 종사하게 하는 전적은 원칙적으로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야 효력이 발생한다"는 법리를 제시한 다음 아래와 같은 이유에서 한국전력공사가 원고들에 대해 고용의 의사를 표시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정책'의 일환으로 이 사건 각 외주사업체가 수행하던 이 사건 사옥의 시설관리업무는 피고의 자회사인 한전FMS로 이관되기 시작했고 (중략) 원고(들)은 2019년 5월 28일경부터 같은 달 29일경 사이에 위와 같은 사정을 인지하면서도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 전환에 동의해 전환채용 지원서를 제출했고 그 무렵부터 현재까지 한전FMS에서 근무하고 있는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이에 의하면 위 원고(들)은 자의로 자회사 전환에 동의하여 피고로부터 한전FMS로 전적하여 근로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이 사건 변론종결일 당시 피고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상실했다고 봄이 상당하다.

    ▶한전FMS는 피고가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 정책'에 따라 파견ㆍ용역근로자들의 정규직 전환을 위해 신설한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이고, 위 정부 지침에서도 파견ㆍ용역근로자들의 정규직 전환 방법으로 자회사를 설립해 직접 고용하는 방식을 인정하고 있는바, 한전FMS를 다른 외주사업체들과 동일하게 볼 수는 없고 피고는 일응 원고(들)에 대한 고용의무를 이행하였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 대하여 고용의 의사를 표시할 의무가 없으므로 원고들의 고용 의사표시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다만 법원은 원고들의 근로자 지위가 한국전력공사의 직접고용의무 발생일로부터 자회사 전환 이전까지의 기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의 전제가 된다는 이유에서 (과거의) 근로자파견관계 성립 여부를 추가로 검토했고 불법파견관계를 인정하여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를 일부 인용하는 판결을 선고했다(원고 일부승소, 항소심 계속 중).

    (2) 한국도로공사 사건 : 수원지방법원 2021. 10. 7. 선고 2018가합13205, 21701(병합) 판결
     
    이 사건의 주된 사실관계는 한국전력공사 사건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한국전력공사 사건의 소 제기일이 자회사 설립 이후라면 이 사건에서는 소 제기(본소 2018년 3월, 병합 같은 해 8월) 이후에 자회사 한국도로공사서비스가 설립됐고, 소송계속 중 자회사로의 소속 변경(2019년 6월)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 사건에서도 법원은 한국전력공사 사건과 마찬가지로 자회사 소속 원고들의 구 파견법상 근로자지위확인청구의 확인의 이익이 없거나(소 각하) 현행 파견법상 직접고용의무 이행청구권이 소멸했다(청구기각)고 판단했는데 그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피고는 2019년 5월 13일 자회사인 한국도로공사 서비스 주식회사(피고 자회사)를 설립했고, 원고들을 상대로 피고 자회사 전환 근무에 대한 선택권을 부여했고, 그 통행료 수납업무를 담당하던 근로자 총 6700여 명 중 약 5000명이 피고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 전환에 동의해 피고 자회사에 고용된 사실, 이에 따라 고용의제 원고들 중 자회사 전환 원고들은 2019년 7월 1일부터 피고 자회사에서 근무하고 있(음)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고용의제 원고들 중 자회사 전환 원고들은 자의로 피고 자회사 전환에 동의해 피고 자회사로 전직해 근로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므로 이 사건 변론종결일 당시 피고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상실했다고 볼 수밖에 없고, 위와 같은 피고 자회사 전환으로 인해 더 이상 피고의 근로자 지위를 회복할 수 없게 됐다.

    ▶따라서 고용의제 원고들 중 자회사 전환 원고들의 근로자 지위 확인 청구는 과거의 권리 또는 법률상 지위를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확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

    ▶위 원고들의 직접고용의무 이행청구권은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 자회사 전환 동의로 인해 소멸됐다고 봄이 타당하다.
     
    한편 위와 별개로 이 사건에서도 원고들의 (과거의) 근로자파견관계 성립 여부를 추가로 검토하여 불법파견관계를 인정한 뒤, 원고들의 임금 또는 임금 상당 손해배상청구를 일부 인용하는 판결을 선고했는데, 이 점 역시 한국전력공사 사건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원고 일부승소, 항소심 계속 중).

    ▲2018년 11월 신환섭 화섬식품노조 위원장(왼쪽부터), 권인태 파리크라상 대표이사, 문현군 공공산업노조 위원장이 파리바게뜨 제조기사 노사 상생 협약식에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3. 분석 및 시사점
     
    (1) 법리는 아직 탄탄하지 않다
     
    한국도로공사 사건(제2사건)에서 법원은 전적의 법리를 직접 제시하지는 않았다. 다만 "고용의제 원고들 중 자회사전환 원고들은 자의로 피고 자회사 전환에 동의해 피고 자회사로 전직해 근로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하고 있어, 제2사건 판결 역시 한국전력공사 사건(제1사건)에서와 유사하게 자회사로의 소속 변경의 효과를 전적으로 이해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두 판결 모두 근로자들의 전적이 파견법 제6조의2와의 관계에서 어떠한 법률 효과를 발생시킨다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상세히 언급하고 있지 않다. 즉, 두 판결문의 내용만으로는 그러한 전적을 ① 직접고용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인지(파견법 제6조의2 제1항) 아니면 ② 해당 근로자들이 명시적으로 직접고용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해석돼야 한다는 것인지(동조 제2항)를 명확히 알기 어렵다.
     
    우선 전적을 직접고용의무 이행(위 ①)으로 이해하는 경우이다. 그런데 위 두 사건에서 원고들은 협력업체(원기업)에서 자회사(전적기업)로 소속을 옮겼을 뿐, 원청에서 자회사로 이동한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해 원고들의 전적은 원청의 직접고용의무 이행과는 논리적인 관련이 없다.
     
    이와 관련해 제1사건 판결은 "피고로부터 한전FMS로 전적..."이라고 해 여기서의 전적이 '원청에서 자회사로의 전적' 즉, 원청이 일단 직접고용의무를 이행한 뒤 다시 자회사로 전적한 것을 의미하는 것처럼 설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 또한 무리한 해석으로 보인다. 해당 사건에서는 원고들이 일시적으로라도 원청 소속이었던 것으로 볼 만한 근거도 전혀 없거니와 그 경우의 전적은 직접고용의무 이행 이후의 사정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자회사의 특수성을 고려해 자회사의 직접고용을 '사실상' 원청의 직접고용과 같게 평가해야 한다는 접근도 있을 수 있다. 실제로 제1사건 판결에서는 정부 지침에서도 자회사 고용 방식을 인정하고 있으므로 자회사를 다른 협력업체들과 같게 볼 수 없고, 따라서 한국전력공사가 일응 "고용의무를 이행했다"고 판시함으로써, 그러한 시각을 드러내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자회사는 모회사에 종속돼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엄연히 모회사와 별개의 법인이라는 점에서 법적으로 다른 협력업체들과 달리 취급돼야 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모ㆍ자회사가 도급관계에 놓일 때, 자회사의 모회사 종속성은 그 자체로 수급인의 독립성 판단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이 점은 후술한다). 특히 해당 판결이 정말로 그와 같은 취지로 판단한 것이라면 자회사로의 소속 변경이 원청의 직접고용과 같게 평가될 수 있는 이유를 설시하면 족할 뿐, 전적에 대한 설명은 사족에 불과하게 된다.
     
    다음으로 전적에 대한 동의를 근로자들의 명시적인 직접고용 반대의사 표시(위 ②)로 이해하는 경우다. (i) 이미 고용이 의제되었거나 고용의무가 발생한 상태에서 '원청 대신' 자회사로 소속을 옮기겠다는 것은 곧 원청에 고용되지 않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도 해석할 여지가 있는 점, (ii) 본래 전적 협의는 원기업(협력업체)과 전적기업(자회사) 그리고 근로자들(원고들) 사이에서 이뤄지는 것이어서 원청은 이와 직접 관련이 없지만 위 사건들에서는 실제로 원청이 협의 과정 전반을 주도하였던 만큼 원청 역시 근로자들이 행한 의사표시의 상대방으로 볼 수 있는 점 등이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막상 위 두 판결에서는 전적에 대한 동의를 근로자의 명시적인 반대 의사 표시로 해석하는 듯한 판시 자체를 찾아볼 수 없다. 특히 제2사건에서는 피고(한국도로공사)가 직접 그와 같은 취지의 주장을 한 사실이 있으나, 정작 법원은 원고들의 명시적인 반대의사가 있었는지 여부에 관하여는 전혀 언급하고 있지 않다.
     
    더군다나 대법원은 이미 또 다른 한국도로공사 사건(대법원 2019. 8. 29. 선고 2017다219072 판결)에서 "당해 파견근로자가 명시적인 반대의사를 표시하는 경우란 근로자가 사용사업주에게 직접고용되는 것을 명시적으로 반대한 경우를 의미한다"면서 "파견근로자가 파견사업주와의 근로관계를 종료하고자 하는 의사로 사직의 의사 표시를 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당해 파견근로자가 명시적인 반대의사를 표시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이 두 사건에서의 전적 또한 협력업체(원기업)를 사직하고 자회사(전적기업)에 취업하겠다는 의사 표시에 불과한 만큼 전적 그 자체만으로는 '사용사업주에 대한 명시적인 반대의사 표시'의 존재를 쉽게 단정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점에 대한 구체적인 논증을 전혀 담고 있지 않은 위 두 판결의 취지를 위 ②와 같이 선해하는 것은 무리다.

    자회사 설립 경위와 그 과정에서의 원청의 역할, 근로자들 스스로가 자회사로의 소속변경에 동의하였던 사정, 그리고 노ㆍ사 양측의 양보와 타협의 산물로서 자회사 방식이 갖는 의미를 함께 고려하면 위 두 판결은 결론에 있어 수긍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법리적인 관점에서 위 두 판결은 그 판시만으로는 자회사로의 전적이 파견법 제6조의2의 요건을 어떻게 충족시킨다는 것인지를 분명하게 설명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위 두 사건은 모두 2심에 계류된 상태이므로 앞으로 항소심에서의 치열한 법리 다툼이 예상된다.
     
    (2) 법상 요건을 갖춘 실무 운용이 필요하다
     
    결국 현 시점에서 실무상 자회사 설립을 통한 고용을 고려해야 하는 입장이라면, 단순히 협력업체 근로자들에게 자회사로의 전적에 대한 동의만을 받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파견법 제6조의2가 요구하는 요건을 보다 분명히 갖출 수 있도록 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직접고용의무(동조 제1항)를 이행하기 위한 방법으로 일단 협력업체 근로자들을 원청 소속으로 고용한 뒤 다시 자회사로의 전적에 대한 동의를 받는 방법이 있다. 다만 이 경우에는 이미 원청 소속이 된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자회사 전적에 동의하지 않을 때 소속 변경을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게 된다.
     
    원청ㆍ협력업체ㆍ근로자ㆍ자회사 4자 간에 '원청 직접고용과 동시에 자회사로 전적하기로' 합의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관념상의 합의일 뿐 원청으로의 실질적인 소속 변경이 전혀 없다는 점은 위 두 사건의 경우와 별다른 차이가 없다. 따라서 해당 합의로부터 근로자들의 '직접고용 반대 의사'를 도출할 수 있는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그와 같은 법기술적 조치가 과연 직접고용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을지는 단언하기 어렵다.
     
    반면 해당 근로자들로부터 명시적으로 직접고용에 대한 반대 의사(동조 제2항)를 확인받는 방안은 보다 간명하다. '자회사 전환 동의'와 동시에 별개로 '원청에 직접 고용되는 것을 희망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은 확인서를 수령함으로써 이를 입증할 수 있는 근거를 갖출 수 있다. 고용의 의사표시에 관한 소송이 제기되지 않았거나 법원에서 확정되기 이전이라면 해당 소송에 대한 부제소 합의나 소취하 합의를 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어느 쪽이든 이는 해당 근로자들의 자발적인 동의가 있을 것을 전제로 한다. 근로자들의 동의 없이 협력업체 근로자들을 협력업체로부터 사직시키고 자회사 소속으로 옮겨가도록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3) 자회사 방식은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
     
    한편, 자회사를 통한 고용이 이뤄지면 마치 불법파견에 관한 이슈가 전부 해결되는 것처럼 인식하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어떤 방식으로든 자회사 고용을 마치더라도 이미 발생한 과거의 위법상태가 그로 인해 자연히 치유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별도의 합의가 없는 이상 근로자들의 과거 손해 발생분 즉, 직접고용의무 발생일 이후부터 자회사 입사 전까지의 기간 동안 해당 근로자들과 동종ㆍ유사 업무를 수행한 원청 소속 정규직 근로자들이 지급받은 임금에서 해당 근로자들이 같은 기간 동안 협력업체로부터 받은 임금 등을 공제한 차액 상당의 손해를 배상할 의무는 소멸시효가 도과하지 않는 선에서 여전히 면제되지 않고 남아 있다. 위 두 판결에서도 법원은 원청이 자회사 전환과 별개로 해당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음으로 자회사도 어디까지나 모회사와 별개의 법인으로서 법적으로 원청의 '여러 협력업체 중 하나'에 해당한다는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 더군다나 앞에서도 간략히 언급했지만, 자회사는 그 지분이 원청에 종속돼 있다는 점에서 사업 운영에 대한 원청의 개입 여지가 오히려 다른 협력업체들보다도 크다고 볼 여지도 있다. 즉, 당장의 불법파견 리스크를 해소할 목적으로 설립된 자회사가 종전 협력업체의 운용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는데 그친다면 '종전 협력업체와 원청 사이의 불법파견' 이슈는 '자회사와 원청 사이의 불법파견'으로 그 주체만을 달리해 그대로 옮겨갈 수 있다.
     
    실제로 제1사건 판결에서 법원은 "자회사와 피고 사이에 근로자파견관계가 인정되는지 살펴보아도 자회사 설립 초기에는 이 사건 각 외주사업체에서 근무할 때와 같은 업무방식이 일부 보이나 (중략) 피고는 원고들의 근무장소를 분리하고, 이 사건 사옥에 시설관리업무가 필요할 경우 자회사에 용역 통보서를 작성해 교부하는 방법으로 작업을 의뢰하고 있으며 자회사에서는 독자적인 업무 계획을 수립해 시설관리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사실이 인정되는바, G와 피고 사이에 또다시 근로자파견관계가 인정돼 피고가 여전히 원고들에 대한 고용의사표시의무를 부담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함으로써 자회사와 원청 사이에서 재차 불법파견관계가 성립하는지 여부를 판단한 바 있다.
     
    따라서 자회사 방식을 도입하는 경우에는 종전 협력업체와 원청 사이에서 불법파견 이슈가 제기되었던 원인이 무엇인지 면밀히 분석하고, 향후 자회사와 원청 사이의 도급관계가 적법하게 운용될 수 있도록 하는 구조적인 개선 노력이 반드시 병행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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