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클립아트코리아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무죄 판결을 받았더라도 해고는 적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징계사유가 일부 인정되고 어린이집과 어린이집 운영자의 명예를 훼손시켰다고 본 것이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14부(재판장 이상훈)는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A 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해고가 부당하다고 본 중노위 판정을 취소하고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B 씨에 대한 징계사유가 일부 인정되고 일부 인정되는 징계사유만으로도 해고의 징계양정은 적정하다"고 판단했다.
 
A 씨가 운영하는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로 일하던 B 씨는 아동학대 정황이 의심된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떼를 쓰고 우는 원아를 40분 동안 방치하고 낮잠 시간에 잠들지 않는 아이가 일어나려 하자 머리를 누르는 장면 등이 CCTV에 포착된 것이다.
 
B 씨 측은 노동조합 활동에 따른 불이익이라고 반발했다. 같은 해 3월 B 씨는 해고 예고 통보를 받고 공공연대노동조합에 가입한 바 있다. B 씨가 아동학대 혐의를 받자 노동조합은 연차에 관한 정당한 문제 제기에 대한 보복성 조치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B 씨는 학부모와 교사대표, 지역인사위원 등이 포함된 어린이집 운영위원회 의결을 거쳐 결국 해고됐다.

경북지방노동위원회와 중노위는 B 씨 손을 들어줬다. 징계 사유는 일부 인정되지만 징계 수위가 지나치게 높아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봤다. 형사 기소된 아동학대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 판결을 받았다. 검찰은 무죄 판결에 불복해 상고한 상태다.
 
그러나 법원은 노동위원회 판결을 뒤집었다. B 씨의 행위가 아동학대라고 볼 수는 없더라도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훈육의 범위를 넘어섰고 A 씨와의 신뢰관계도 깨져 해고가 과도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B 씨는 전반적으로 그저 업무에 치어 서둘러 원아들의 밥을 먹이고 낮잠을 재우는 등 사무적으로 원아들을 대했다"며 "그 과정에서 원아들을 함부로 거칠고 강압적으로 대하거나 부주의한 행동을 하는 모습도 여러 차례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B 씨의 행위들의 경우 아동학대 의심 정황이 있는 행위들로서 어린이집에 손해를 끼쳤거나 끼칠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어린이집 내지 그 운영자인 A 씨의 명예를 크게 훼손한 것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 사건으로 일부 원아가 어린이집을 퇴소했고 입소대기를 취소하는 등 A 씨에게 손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일부 학부모들은 B 씨가 어린이집에 복직하는 경우 퇴소하겠다고 반발했다.
 
재판부는 "일부 인정되는 징계 사유만으로도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B 씨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다고 인정된다"며 "해고가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B 씨는 징계 절차에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어린이집에는 징계 절차를 규정한 취업규칙이 존재하지 않아 징계위원회 개최를 통보하거나 소명 기회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한편, 공은 서울고법으로 넘어갔다. 중노위는 전날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이지예 기자 jyjy@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