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2017년 한국전력공사(한전) 공사 현장에서 하청 노동자가 감전사한 것과 관련해 업무상 과실치사죄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전 법인과 지역본부장의 유죄가 확정했다. 대법원은 한전이 개정 전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하청 노동자의 산재 예방조치를 이행할 의무가 있는 도급 사업주에 해당한다는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제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업무상 과실치사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전과 한전 충북지역본부장 박 모 씨 측 상고를 기각하고 유죄를 확정했다.
 
대법원은 지난달 31일 "원심이 피고인 한전이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 사업주에 해당한다고 봐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을 모두 유죄로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2017년 충북 청주에서 한 노동자가 작업 중 감전돼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현장은 한전이 하청을 준 지장철탑 이설공사 현장이었다.
 
검찰은 업무상 과실치사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한전 법인과 박 모 씨를 재판에 넘겼다.
 
당시 산업안전보건법은 '같은 장소'에서 행해지는 사업이라면 도급 사업주는 수급인의 근로자에 대해서도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이 규정은 사업의 일부를 분리해 도급을 주거나 사업이 전문분야의 공사로 이뤄져 시행되는 경우 적용된다.
 
검찰은 한전이 전문분야 공사 도급 사업주로서 하청 노동자에 대해서도 산업재해 예방조치를 이행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전 측은 산업안전보건법상 의무를 지는 도급 사업주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지장철탑 이설공사를 전기 공사 업체에 도급한 후 그 중 일부인 방호관 설치공사를 협력업체에 추가로 도급했을 뿐 직접 공사를 수행하지 않았다는 것.
 
원심은 한전이 구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사업주에 해당한다고 보고 유죄라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전문분야의 공사는 건설산업기본법상 '전문공사'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이에 준해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의 공사를 의미한다"며 "전문분야에 대한 공사의 대부분을 도급했다가 그 중 일부를 다시 제3자에게 도급한 경우도 이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업주가 각 공사 전부를 분야별로 나누어 수급인에게 도급을 줌으로써 자신이 직접 공사를 수행하지 않고 사업의 전체적인 진행과정을 총괄하고 조율하는 등 관리ㆍ감독만 하더라도 '같은 장소에서 행해지는 사업'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한전이 산업재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작업이 시행되는 걸 알았거나 알 수 있었지만 사전에 감전사고 예방을 위한 조치가 이뤄졌는지 점검하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했다. 관련 법령상 재해예방 조치도 취하지 않고 방치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또 도급 사업주로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라 작업계획서를 작성했어야 했지만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도 유죄라고 판단했다.
 
원심은 "박 씨는 도급 사업주인 한전의 사용인이자 지장철탑 이설공사에 관한 안전보건관리책임자로서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사업장에 대한 종합적인 안전관리의무와 안전조치의무를 부여받았음에도 수급인 회사에 이를 미룬 채 현장에 직접 안전관리를 할 직원을 두지 않은 등 아무런 관리 감독을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한전에 대해서는 "도급 사업주로서 종합적인 안전관리의무를 해태해 수급인들 사이에 안전점검에 관한 의사소통과 확인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을 언급하면서 "원심 판단은 정당하고 박 씨의 업무상 주의의무, 한전의 안전관리의무와 안전조치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면서 한전 측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이지예 기자 jyjy@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