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한국공인노무사회(이지예 기자 jyjy@)

[월간노동법률] 소민안 한국공인노무사회 부회장 / 직역수호센터장
 
1. 행정사가 징역형으로 처벌 확정된 부산지방법원 판결 그 후
 
지난 2021년 1월 13일 부산지방법원은 공인노무사 직무인 임금체불 사건, 산재 사건 및 부당해고 사건 등 권리구제 대행 업무와 그에 따른 노동관계 법령의 서류의 작성과 확인을 38건이나 한 행정사 임 모 씨를 공인노무사법, 변호사법 위반으로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 80시간의 사회봉사명령과 594만2950원의 추징금을 명하는 판결을 선고했고 검사와 피고인 행정사 모두 항소하지 않아 판결이 확정됐다. 위 판결은 행정사가 공인노무사법 위반으로 처벌된 최초의 판결로, 그 후 1년이 지났다. 이 판결 이후에도 행정사들에 대한 공인노무사법, 변호사법 그리고 행정사법 위반 사건이 여러 건 고발돼 진행 중에 있다. 필자는 행정사가 공인노무사 직무 수행 시 구성요건에 따라서 공인노무사법, 변호사법 그리고 행정사법으로 경합해 처벌되는 이 독특한 법리의 의미와 향후 전망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2. 공인노무사법 제27조(업무의 제한 등)와 변호사법 제109조(벌칙) 간 적용 관계
 
가. 공인노무사법 제27조(업무의 제한 등)와 변호사법 제109조(벌칙) 간 구성요건상 차이점
 
공인노무사와 변호사는 모두 법률사무를 수행하는 자격사로 직무영역이 상당히 중복된다. 대표적으로 산재 사건, 부당해고 사건, 임금체불 사건 등 사건영역은 공인노무사와 변호사가 각각의 직무범위 내에서 수행할 수 있다. 그래서 비자격사(법률사무를 할 수 없는 자)가 공인노무사 직무를 수행한 경우 그것이 변호사 직무에도 해당한다면 공인노무사법과 변호사법으로 상상적 경합으로 처벌된다. 특히 산재브로커가 산재 신청 업무를 한 경우 공인노무사법과 변호사법으로 경합해 처벌된 사례가 많다. 다만, 공인노무사법 제27조(업무의 제한) 제1항과 변호사법 제109조(벌칙) 위반 여부를 판단할 때 구성요건에서 차이가 있다. 공인노무사법은 계속적, 반복적 의사로서 "업으로" 할 것을 구성요건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계속적, 반복적 의사로 행하면 보수를 받지 않아도 공인노무사법 위반에 해당한다. 한편, 변호사법은 "금품ㆍ향응 또는 그 밖의 이익을 받거나 받을 것을 약속하고 또는 제3자에게 이를 공여하게 하거나 공여하게 할 것을 약속하고"라는 것을 구성요건으로 하고 있다. 변호사법은 "업으로" 할 것을 구성요건으로 하지 않으나 이익을 얻거나 얻을 목적이 입증돼야 한다. 정리하자면 공인노무사가 아닌 자가 공인노무사 직무를 수행한 경우 업으로 했다면 보수를 안 받아도 공인노무사법 위반의 구성요건에 해당하고, 업으로 하지 않았다면 보수를 받아도 공인노무사법 위반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 반면에 변호사법은 보수를 받지 않았다면 업으로 해도 변호사법 위반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 위와 같은 법리는 판례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나. 공인노무사법 제27조(업무의 제한 등)와 변호사법 제109조(벌칙) 간 구성요건 관련 판례의 태도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9. 28. 선고 2017고합455 판결은 "공인노무사법의 문언과 규정 형식의 차이 등에 비추어 보면, 변호사가 아닌 자의 법률사무 취급으로 인한 변호사법 위반죄는 영업범인 공인노무사법 위반죄와 달리 원칙적으로 각 법률사무 취급 건마다 별개의 범죄가 성립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라고 판시하고 있다. 공인노무사법 위반은 여러 개의 범죄행위를 포괄해 한 번에 처벌하는 영업범이고 변호사법은 별건으로 범죄가 성립한다는 취지이다.

또한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3. 22. 선고 2016고합1221 판결은 "공인노무사법과 변호사법은 각기 그 입법목적 및 보호법익을 달리하고 있는 점, 공인노무사법 제28조 제1항 제2호, 제27조와 변호사법 제109조 제1호의 내용을 비교하여 보면 구체적인 구성요건에 차이가 있어 변호사법의 구성요건이 공인노무사법의 구성요건의 모든 요소를 포함하는 외에 다른 요소를 구비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는 점(변호사법 위반죄는 금품·향응 기타 이익의 수반을 요하나 공인노무사법 위반죄는 그렇지 아니하고, 공인노무사법 위반죄는 업으로 하는 것을 요하나 변호사법 위반죄는 그렇지 아니하는 점 등)등에 비추어 볼 때, 공인노무사법 제28조 제1항 제2호, 제27조는 변호사법 제109조 제1호의 감경적 특별구성요건이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위 피고인과 변호인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라고 판시했다. 즉, 해당 판결은 피고인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인 변호사법 제109조(벌칙) 위반죄보다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인 공인노무사법 제28조(벌칙) 위반죄가 형량이 낮은 점을 근거로 변호사법이 아닌 공인노무사법 위반죄로 처벌해달라고 주장했으나 공인노무사법 위반과 변호사법 위반은 구성요건이 다른 별개의 범죄행위로서 별도로 경합해 처벌해야 한다는 취지이다. 이를 종합하면 어떠한 범죄행위가 공인노무사법과 변호사법 위반 여부가 문제 될 때 공인노무사법 위반에는 해당하지 않으나, 각각의 범죄는 별개로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변호사법 위반에 해당할 경우 변호사법 위반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다. 행정사가 공인노무사 직무를 수행해 처벌받은 부산지방법원 판례의 검토
 
행정사가 공인노무사 직무를 수행해 공인노무사법과 변호사법으로 처벌된 위 부산지방법원 판결을 살펴보면, 행정사 측의 주장과 달리 행정사가 공인노무사 직무를 수행해 공인노무사법 위반으로 처벌된 것이 명확하다. 위 판례의 범죄일람표를 살펴보면 무료 또는 수수료 미상으로 된 부분은 이익을 얻은 사실이 확인되지 않으므로 변호사법 제109조(벌칙) 위반으로 처벌된 것이 아니고, 공인노무사법 위반으로 독자적으로 처벌된 것이다. 특히 범죄일람표 제11번 요양급여 및 치료비 청구, 산업재해 신청 등 대리 행위, 제20번 산업재해 신청 등 대리 행위의 경우는 수수료는 미상인데 이 경우는 공인노무사법 위반으로 처벌된 것이다. 그러므로 행정사는 법률사무인 산재 신청 업무를 할 수 없음 명확하게 확인된다.

부산지방법원 판결의 범죄일람표상 수수료 항목에서 수수료 수령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범죄행위는 변호사법이 아닌 공인노무사법 위반에만 해당하므로 행정사가 공인노무사 직무를 수행한 경우 공인노무사법 위반으로만 처벌된 사실도 확인된다. 또한 추가로 행정사 측에서 위 부산지방법원 변론기일 때 공인노무사의 직무더라도 행정사의 일반적인 업무 범위에 속하면 수행할 수 있다는 취지인 헌법재판소 결정문 등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보이는 탄원서 및 참고자료를 제출했으나 판결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못했다. 재판부에서 행정사 측 주장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는 위 피고인 행정사가 행정사의 일반적인 업무 범위를 벗어나 법률사무를 행했고 공인노무사법과 변호사법이 개별적으로 경합해 처벌되는 법리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3. 행정사법 자체적 처벌규정인 행정사법 제22조(금지행위) 제3호
 
행정사가 다른 자격사 업무를 수행할 경우 처벌받을 수 있는 또 하나의 규정이 있다. 바로 행정사법 제22조(금지행위) 제3호이다. 행정사법 제22조(금지행위)는 행정사와 그 사무직원은 다음 각호의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하면서 금지행위로 제3호에 '행정사의 업무 범위를 벗어나서 타인의 소송이나 그 밖의 권리관계 분쟁 또는 민원처리 사무 과정에 개입하는 행위'를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은 독특하게 행정사이기 때문에 처벌받는 신분범 규정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관련 판례들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울산지방법원 판례(2018. 5. 15. 선고, 2017고정1269 판결)는 행정사가 의뢰인의 채권을 해결하고자 채무자에게 전화를 걸거나 메신저를 보낸 행위를 권리관계분쟁에 개입한 행위로 봐 행정사법 제22조(금지행위) 제3호를 위반한 것으로 보았다. 또한 인천지방법원 판례(2021. 11. 3. 선고 2021고정1338 판결)는 행정사가 손해배상 청구 사건에서 '협조요청 내용증명 답변서'를 작성한 행위를 행정사가 권리관계분쟁에 개입한 행위로 보아 행정사법 제22조(금지행위) 제3호에 위반한 것으로 보았다.

한편, 최근에 행정사가 의뢰인으로부터 위임을 받아 산재보상금 청구를 하기 위해 사업장에 내용증명을 보낸 사건에 대해 행정사법 제22조(금지행위) 제3호를 위반한 것으로 보아 약식기소 됐다. 이 사건은 처음에는 변호사법 위반으로도 경합해 고발했으나 이익을 얻은 여부가 입증되지 않아 행정사법으로만 기소된 케이스이다. 여기서 시사하는 바는 일반인이었으면 아예 무혐의 처분을 받을 사안인데 신분범으로서 행정사이기 때문에 행정사법으로 처벌받았다는 점이다. 따라서 행정사가 공인노무사 직무를 수행할 경우 공인노무사법, 변호사법 위반 여부가 문제 될 뿐만 아니라 행정사법 위반도 문제 된다. 특히 행정사법 제22조(금지행위) 제3호는 처벌형량이 벌금 100만 원 이하로 낮으나 대신에 ①공인노무사법처럼 "업으로" 행할 것을, ②변호사법처럼 "이익을 얻거나 얻을 목적을" 구성요건으로 하고 있지 않아서 행정사의 범죄혐의에서 "업으로" 행하거나 "이익을 얻거나 얻을 목적"이 입증되지 않아도 법률사무인 공인노무사 직무를 행했다면 권리관계 분쟁 또는 민원처리 사무 과정에 개입한 것으로 보아 종국적으로 행정사법으로 처벌된다. 결국 행정사가 공인노무사 직무를 수행할 경우 공인노무사법, 변호사법 그리고 행정사법 위반 여부가 문제 되고 이 3개 법 위반 여부의 구성요건을 합집합으로 구성해보면 광범위하게 다양한 법리로 처벌될 수 있다.
 
4. 향후 전망

이미 행정사들이 인지하고 있듯이 전국 각지에서 공인노무사 직무를 행한 행정사에 대해 다수의 건으로 고발이 진행돼 그 결과가 나오고 있거나 진행 중이다. 고발된 사건에서 행정사가 공인노무사법, 변호사법 그리고 행정사법 등 3개 법 위반의 촘촘한 그물망을 모두 뚫고 다 비껴가기에는 법리상 구성요건이 광범위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채증이 완료돼 법리검토가 끝난 사건에 대해서는 추가로 고발할 예정이다. 이러한 사건들이 약식명령이나 판례로서 정리돼 위에서 필자가 살펴본 법리가 공식적으로 확인되면 본격적으로 행정사들이 공인노무사 직무를 표시·광고한 행위에 대해도 고발할 예정이다. 조만간에 사법적으로는 공인노무사와 행정사 간 직무영역이 정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필자는 행정사 문제는 공무원에게 차원을 뛰어넘는 특혜를 주는 문제라고 일관되게 주장했다. 이와 같이 차원을 뛰어넘는 특혜는 오늘 심각한 청년실업으로 신음하는 청년들을 농락하고 사회시스템을 파괴하는 행위로 조속히 바로잡아야 한다. 필자는 위 고발 사건들에 대해 사법기관이 엄정한 판단을 함으로써 우리나라가 공정 사회임을 확인해 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