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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 2022-10-31 18:36:00

    수정 : 2022-10-31 18:40:15

완성차 생산관리, 재하청 여부로 불파 엇갈려...파기환송심 쟁점은?

2022-10-31 18:36:00



완성차 생산관리, 재하청 여부로 불파 엇갈려...파기환송심 쟁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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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호 vol.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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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법원 대법정(사진=대법원)

    완성차 직ㆍ간접생산공정에 관한 대법원 불법파견 판결의 불씨가 남았다. 간접공정으로 분류되는 생산관리 업무다. 생산관리 업무의 경우 1차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에 대해서만 불법파견이 인정됐다. 같은 업무를 하는 2차 협력업체 근로자들은 파견 판단기준에 따라 다시 한번 법원 판단을 받게 됐다.
     
    1차 업체 근로자들은 사외에서 생산관리 업무를 했는데도 불법파견이 인정됐다. 반면, 사내에서 업무를 수행한 2차 업체 근로자들은 또다시 법적 공방을 이어가야 한다. 대법원이 파견 판단기준대로 자세히 심리해야 한다고 판시한 만큼 파기환송심에서 노사 간 공방이 주목된다.
     
    대법, 2차 협력업체 생산관리만 '불법파견' 파기환송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최근 현대차ㆍ기아 1, 2차 협력업체 근로자 A 씨 등 479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근로자 측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이 현대차와 기아의 직접공정뿐만 아니라 간접공정 전반에 걸쳐 불법파견을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 씨 등은 현대차와 기아의 지휘ㆍ감독을 받으면서 사실상 파견 형태로 일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파견법상 파견이 금지된 분야에서 파견근로를 한 만큼 현대차와 기아의 근로자 지위를 인정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법원은 A 씨 등이 수행한 거의 모든 공정에 대해 불법파견을 인정했다. 다만 서열ㆍ불출 등 생산관리 업무에 한해서는 판단이 엇갈렸다. 기아 1차 협력업체 소속으로 서열(자동차 부품 배열 작업) 등의 생산관리 업무를 한 근로자들은 불법파견이 인정됐다.
     
    대법원은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원심은 "기아가 마련한 서열지시에 따라 작업이 이뤄졌고 잘못 서열하는 경우 (기아의) 정규직에 의해 시정을 요구받았다"며 "조립공정의 작업속도와 작업량에 따라 서열 속도와 작업량, 작업내용이 결정됐고 서열의 정확성과 속도에 따라 컨베이어벨트의 중단 여부나 속도가 결정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장 내 사내물류센터에서 서열 업무 등을 처리했고 이후 2005년부터 기아 공장 밖에서 업무 등을 처리할 때도 이전 또는 조립공장 내 서열장과 같은 업무를 같은 방식으로 처리했다"면서 근로자 파견관계를 인정했다.
     
    그러나 현대차 2차 협력업체에서 생산관리 업무를 맡은 근로자에 대해서는 회사 측 상고가 받아들여졌다.
     
    대법원은 현대차 정규칙ㆍ1차 협력업체 근로자와 같은 업무를 수행했다는 이유만으로 2차 업체 근로자의 근로자 파견관계를 인정했다고 봤다. 파견 판단기준에 따라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심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부분에 관한 원심 판단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원청 관리' 여부로 파견 판단 길 열려"
     
    일각에서는 사외에서 생산관리 업무를 수행한 기아 1차 협력업체 근로자가 불법파견을 인정받은 점에 주목한다. 사외에서 이뤄지는 업무의 경우 사내 업무보다 불법파견이 인정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원청이 1차 협력업체를 직접 '관리'한 정황이 입증됐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이 갈렸다는 해석이다.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기아 사건의 경우 공장에서 5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생산관리 업무가 이뤄졌는데도 판결에 차이가 있는 이유는 (기아가) 1차 협력업체들을 어느 정도 관리를 했었기 때문"이라며 "대법원 판단대로면 앞으로 원청이 협력업체를 관리할 경우 하청이 존재하는 의미가 없다고 보고 근로자 파견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더 열리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계는 대법원 판결을 비판하면서도 현대차 2차 협력업체 생산관리 업무 부분만 파기한 데 대해서는 안도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판결 직후 "직접계약관계가 없는 부품조달 물류업무에 대해 구체적 심리를 위해 파기환송한 것은 다행"이라고 했다.
     
    완성차 업계에서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생산관리 업무만 제외됐을 뿐 나머지 2차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불법파견이 모두 인정돼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2차 업체에 대해서는 2심 판결을 성의없이 복붙(복사+붙여넣기)한 것밖에 되지 않는다"며 "엄연히 컨베이어벨트와는 별개로 생산 업무와 수출 업무가 구분돼 있는데 그것을 연결돼 있다면서 쉽게 판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파견 판단기준 놓고 법적 공방 이어질 듯
     
    파기환송심에서는 생산관리 업무를 맡는 2차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파견 판단기준에 부합하는지를 놓고 법적 공방이 예상된다.
     
    대법원은 원청이 상당한 지휘ㆍ명령을 했는지, 하청 노동자 업무가 원청 사업으로 편입돼 있는지 등을 파견 판단기준으로 제시한 바 있다.
     
    협력업체가 근로자 채용ㆍ근태 등을 독자적으로 결정하고 업무 전문성을 갖는지도 중요한 판단 기준 중 하나다. 협력업체가 독립적인 기업 조직을 갖춘 곳인지도 따져봐야 한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동법률과의 통화에서 "불법파견에 관한 법원 판결이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사안에 관한 건인 만큼 일반화하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며 "간접공정은 도급 대상 업무가 될 수 없다는 의미라기보다는 해당 도급 공정 수행 과정에서 불법파견 지표가 발견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대영 기자 kdy@elab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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