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는 14일 오전 서울 강서구 공공운수노조 2층 모아홀에서 '화물연대 총파업 선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뉴시스)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이달 24일부터 무기한 전면 총파업에 돌입한다. 지난 6월 14일 화물연대와 국토교통부의 합의로 8일간의 파업을 철회하고 약 5개월 만이다.
 
화물연대는 14일 오전 서울 강서구 공공운수노조 2층 모아홀에서 '화물연대 총파업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22일 조합원 비상총회를 통해 총파업 재개를 결정했다"며 "2022년 11월 24일 0시에 무기한 전면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화물연대가 총파업을 선포한 건 올해로 두 번째다. 앞서 화물연대는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 안전운임제 전 차종ㆍ품목 확대, 운송료 인상 등을 요구하며 지난 6월 7일 총파업에 돌입한 바 있다. 당시 총파업은 같은 달 14일 국토교통부와 합의하면서 8일 만에 막을 내렸다.
 
화물연대의 이번 총파업 요구도 지난 6월과 크게 다르지 않다. 화물연대는 이번 총파업 돌입에 앞서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 ▲안전운임제 전 차종ㆍ품목 확대 등을 요구했다.
 
안전운임제는 화물기사의 적정 운임을 보장하는 제도로 안전운임제가 시행되는 품목은 유가 연동이 적용돼 인상된 유가만큼의 운임을 보장받을 수 있다. 하지만 현행 안전운임제의 적용을 받는 품목은 수출입 컨테이너와 벌크시멘트 트레일러(BCT)에 한정돼 있다. 때문에 화물연대는 지난 6월 총파업에 돌입하며 안전운임제가 전체 화물노동자에게 적용돼야 한다고 요구했고, 이번 총파업에서도 같은 내용을 요구했다.
 
다만, 화물연대는 6월 총파업 이후엔 철강재, 자동차, 위험물, 사료ㆍ곡물, 택배 지ㆍ간선 등 5개 품목 확대를 우선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또한, 현행 적용 품목인 컨테이너와 시멘트 품목에 남아있는 사각지대인 환적 컨테이너, 시멘트 원료 등도 안전운임제 적용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2018년 일몰제로 도입된 안전운임제는 올해 12월 31일 만료를 앞두고 있다. 화물연대가 요구하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안전운임제 전 차종ㆍ품목 확대가 이뤄지기 위해선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이 개정돼야 한다.
 
현재 국회엔 관련 개정안 5개가 발의된 상태지만, 법 개정엔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이에 화물연대는 "조속한 법 개정을 촉구하고자 또다시 총파업에 들어가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화물연대는 "지난 6월 14일 안전운임제를 지속 추진하고 품목확대 등의 논의를 이어가기로 국토부와 합의 후 총파업을 유보했고, 또한 국회는 여야 모두 안전운임제 개정안을 최우선적으로 다루겠다는 약속했다"며 "하지만 시급한 민생현안 처리를 위해 여야 합의로 구성한 국회 민생경제안정특위는 안전운임제 법안 처리에 있어 아무런 진전 없이 시간만 지체시킨 채 종료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화물연대는 "12월 31일 자로 안전운임제 일몰을 앞두고 있는 상황 속에 여야의 정쟁으로 흔들리고 있는 안전운임제를 지키기 위해 더 이상 인내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와 여당은 지금이라도 국민 안전을 위해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와 확대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화물연대가 선포한 총파업은 11월 24일부터 무기한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화물연대는 이번 총파업과 관련해 ▲전체조합원 11월 24일 0시부터 총파업 돌입 ▲복귀 지침이 있을 때까지 파업대오 유지 ▲전체조합원 11월 24일 각 지역본부 총파업 출정식 참가 등의 투쟁지침을 전 각 지역본부와 전체조합원에게 내린 상태다.
 
이날 화물연대는 지역별 전략 거점 및 품목, 이에 따른 투쟁 전략도 밝혔다. 먼저 강원도는 시멘트를, 경남은 조선 기자재 운송을 멈출 것으로 보인다. 광주는 일반화물, 그중에서도 농산물 부문을 멈춘다.
 
대구ㆍ경북은 구미국가산업단지, 대전은 자동차부품업, 부산은 수출입 컨테이너, 포항은 철강, 충남은 컨테이너ㆍ시멘트ㆍ철강ㆍ자동차ㆍ위험물에서, 충북은 BCTㆍ시멘트, 제주는 농산물 물류 타격이 예상된다. 전남에서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3개 화학단지를 봉쇄할 예정이다.
 
서울ㆍ경기에서는 평택항과 의왕내륙 컨테이너 터미널이, 전북에선 군산항이 물류 중단 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태영 화물연대 수석부위원장은 "민생특위에서 안전운임제는 흐지부지됐고 국회는 정쟁에 휩쓸려 지지부진하다. 화물노동자의 희생으로 화주와 운수자본은 성장해 왔고 정치세력은 그들과 한편이 되어 안전운임제를 볼모로 협박하고 있다"며 "고환율, 고물가, 고금리의 경제위기 속에서 더 이상 물러날 곳도 없다. 국회는 지체하지 말고 즉각, 후퇴 없는 안전운임제를 통과시켜야 한다. 화물노동자가 인간답게 살고 시민들이 안전한 도로를 누리는 그날까지 화물연대는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동희 기자 dhlee@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