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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법률] 박정택ㆍ서준호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우리나라의 노동법은 그 어떤 법제보다도 그 위반 시 형사처벌이 가능한 경우들이 매우 많다. 임금체불, 부당노동행위 등 인사·노무 실무에서 고소, 고발, 진정이 제기되는 경우들을 흔히 접하게 된다.

이러한 사건들에 대한 대응을 할 때 노동청 등 수사기관으로부터 자료제출 협조 요청이 빈번하게 발생하는데, 최근 이와 관련한 대법원 판례가 이어지고 있다. 기관에 협조하고자 타인의 개인정보가 기재된 자료를 기관에 제공한 경우와 관련해 최근 대법원은 제출한 자에 대한 형사책임을 인정했다.

개인정보를 취급하는 인사·노무 담당자들의 실무와 관련해 의미 있는 판결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사안의 개요

피고인은 조합에서 상무로 근무하다 퇴사한 후 조합장 A를 농업협동조합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하면서 A가 공판장 내부에서 도매인을 통한 과일 구매 모습 등이 담긴 CCTV 13건, A의 이름, 주소, 계좌번호 등이 포함된 꽃배달내역서, 축·조의금 송금 내역이 포함된 무통장입금의뢰서 및 무통장입금타행송금 전표, 각 거래내역 확인서, 각 지급회의서(이하 'CCTV 등')를 증거자료로 고발장과 함께 경찰에 제출했다.

이에 피고인으로부터 고발당한 A가 피고인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고발한 사안이다. 피고인은 다양한 증거를 준비해 수사기관에 협조한 것이었는데 도리어 처벌받을 입장에 놓였고, 피고인의 위 CCTV 등 제출 행위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2. 법원의 판단

1심은 피고인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피고인과 변호인은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하거나 권한 없이 다른 사람이 이용하도록 제공한 자' 또한 개인정보보호법 제71조 제5호 규정에 비춰 '영리 또는 부정한 목적'을 필요로 한다고 봐야 하는데, 피고인에게는 그러한 목적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배척하면서 개인정보보호법 제59조 제2호에 해당하는 경우 영리 또는 부정한 목적을 필요로 하지 않다는 것을 명시했다.

1심에서 피고인과 변호인은 형법 제16조 법률의 착오와 형법 제20조 정당행위의 항변을 각각 했으나, 법원은 이 또한 배척했다. 1심은 "피고인으로서는 자신의 지적 능력을 다하여 자기 행위의 위법 가능성을 회피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을 다하였다고 볼 수 없고, 그 결과 이 사건 범행의 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한 것이라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범행이 죄가 되지 아니한다고 오인한 것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하기 어렵다"고 하면서 형법 제16조에 대한 항변을 배척했다. 또한, "피고인은 공익적 목적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동기로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르게 된 것으로 보이는 점, (중략) 피고인이 제출하지 않았더라도 범죄행위를 수사할 권한과 책임이 있는 수사기관으로서는 개인정보보호법, 형사소송법 등 관련 법령에 정한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수집할 수 있었는바 긴급한 필요성은 인정되지 아니(함)" 등을 근거로 형법 제20조 항변 또한 배척했다.

2심에서는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심은 "누설에는 고소 고발에 수반하여 수사기관에 개인정보를 알려주는 행위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그리고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수사기관이 그 개인정보를 영리나 부정한 목적으로 사용할 가능성은 없다고 할 것이고, '누설'의 경우에도 그로 인하여 수사기관이 불특정 다수에게 이를 유포하는 등으로 개인정보 주체의 사생활이 침해될 개연성은 없다고 보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시하면서 피고인의 위 행위가 '누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3심은 다시 유죄 취지로 2심을 파기 환송했다. 3심은 "구 '공공기관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른 누설에 관한 법리는 개인정보보호법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하면서 2심에서 피고인의 행위가 누설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본 점을 파기해 피고인의 위 행위가 누설에 해당함을 분명히 밝혔다.

3. 대상판결의 의의

이번 판결은 공익적 목적을 띤 고발 사건에서 수사기관에 대한 자료제출 협조 행위 중 다른 사람의 개인정보를 위법하게 다뤘다면, 개인정보보호법 제59조 제2항 전단의 '누설'에 해당한다는 점을 대법원이 분명히 밝혔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특히, 법원이 피고인이 사전에 변호사와 충분히 협의를 하고 변호사로부터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자문을 받은 후 CCTV 등 자료를 수사기관에 제출했음에도 법원이 형법 제16조의 항변을 배척한 점은 특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

다만, 법원은 변호인과의 협의·자문이 무용하다는 것이 아니라, "자문 과정에서 변호사가 작성한 검토의견서 등 객관적인 자료가 제출되지 않아 어떤 내용의 자문을 받았는지 알 수 없는 점"을 주요한 배척 이유로 설시하고 있다. 즉, 수사기관에 대한 자료제출 협조 행위가 형사처벌로 이어질 위기에 처했다면 위법 가능성 회피를 위한 진지한 노력을 다했음을 입증할 변호사 의견서 등 객관적 증거가 매우 중요해질 수 있다.

위 1심의 판단은 3심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 피고인의 수사기관에 대한 자료제출 협조 행위가 "범죄행위로서 처벌대상이 될 정도의 위법성을 갖추고 있지 않아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로 설시하고 있다. 판례는 고소·고발 준비 단계에서부터 개인정보와 관련된 문제가 있다면 세밀한 법률적 검토가 도움될 수 있다는 취지로 이해된다.

4. 판결의 시사점

타인의 개인정보를 막강하게 보장하는 시대다. '수사기관은 물론이고 법원조차도 믿지 말라'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수사 실무상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 따르겠으나, 영장주의 원칙에 따른다는 법원의 태도 법치주의의 근본이념을 실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충분히 주의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자료제출에 협조한 사람 입장에서는 억울한 결론으로 이어질 우려가 없지 않으나, 개인정보보호법의 취지 및 규정을 고려할 때 현재 이어지고 있는 대법원 판례는 일관되고도 합리적으로 이해된다.

수사기관에 대한 자료제출 협조 행위와 관련해 위 대상판결에서 적용한 개인정보보호법 제59조 제2호 외에도, 동법 제59조 제3호, 동법 제18조 제1항, 동법 제71조 제5호, 동법 제19조에 의한 다양한 형태의 위법을 판단한 사례가 있다. 개인정보보호법 외에도 제출한 자료 중 포함된 정보의 형태 및 성격에 따라 금융실명법 제4조 제5항 위반으로 판단한 사례도 확인된다. 

형사 고소·고발 사건을 위해 수사기관에 자료를 제출한 위와 같은 경우 외에도, 민사 사건에서도 마찬가지로 오히려 형사 처벌을 받게 될 위험이 있다. 민사 사건을 진행하면서 법원에 다른 사람의 개인정보 등이 포함된 자료를 증거로 제출한 경우, 수사기관에 대한 제출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른 다양한 처벌 사례가 확인된다. 특히 민사 사건의 경우, 대부분 소송을 당한 피고 지위에서 본인의 억울함을 해명하고자 적극적으로 법원에 대해 소명하는 과정에서 증거로 제출했던 공통적 사실관계가 있었음을 참조할 때, 더욱 주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개인정보를 점차 강하게 보호하고자 하는 흐름 속, 최근의 법 개정으로 개인정보의 법률적 정의와 의무 및 금지 행위도 다층적이고 세밀하게 규정됐다. 대상판결은 한발 더 나아가, 개인정보를 수사기관에 제공할 때에도 거듭 신중해야 함을 판시한 것으로 이해된다. 변호사와 구두로 세심히 상의하고 공익적 목적으로 고발한 사건의 증거를 제출한 경우임에도, 제출한 증거를 증거로 쓰지 못해 실체적 진실을 밝힐 수 없게 되거나 제출한 본인이 도리어 형사처벌에 처해질 위험이 있으므로, 특히 실무자들은 각별히 유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