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고용노동부기 주최하는 노사정 신년인사회가 개최됐다. (사진=뉴시스)

고용노동부 주최로 노사정 신년인사회가 열렸다. 이날 신년인사회는 손을 맞잡고 덕담을 나누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지만, 노동계를 대표하는 양대 노총 대표자가 모두 불참해 노동개혁을 둘러싼 노정관계 경색을 여실히 드러냈다. 올해를 노동개혁의 원년으로 삼은 정부가 노동계를 노동정책의 파트너로 가져가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따른다.
 
양대 노총 대표자 모두 불참한 신년인사회
 
6일 노사정 신년인사회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오세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 이호준 중견기업연합회 부회장,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국민의힘 임이자 국회의원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렸다.
 
노사정 신년인사회는 노사정 대표가 연초 한자리에 모여 노사정의 협력과 화합을 도모하는 자리로 1985년 처음 개최됐다. 새해를 맞이한 노사정이 처음 만나는 자리이기 때문에 그 해 노사정 대화와 관계를 가늠해볼 수 있다. 2021년과 2022년의 경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행사가 열리지 않았다.
 
3년 만에 열린 이날 신년인사회엔 노사정과 유관 단체ㆍ기관장, 학계 인사 등이 참석했지만, 참석자 중엔 노동계를 대표하는 한국노총 위원장과 민주노총 위원장을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해 화물연대 파업, 노동조합법 2ㆍ3조 개정, 정부의 노동개혁 등으로 인해 노정관계가 악화된 민주노총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행사에 불참했다.

노동계 인사로는 한국노총 회원조합 대표자인 서종수 자동차노련 위원장, 황인석 한국노총 화학노련 위원장 등이 참석하긴 했으나, 한국노총은 이들이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을 대신해 행사에 참석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현재 28대 한국노총 임원선거에 입후보한 김동명 위원장이 선거 일정 등의 이유로 '불참'한 것이라고 한국노총은 설명했다.
 
노동계의 신년인사회 불참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간 노동계는 노동계가 반대하는 노동정책을 정부가 추진하는 모습을 보이면 노사정 신년인사회에 불참해 왔다. 일례로 지난 2016년에도 양대 노총은 저성과자 해고 및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 등이 담긴 박근혜 정부의 양대 지침 추진에 반발해 신년인사회에 불참했다.
 
'노사'보단 '노정'에서 갈등 두드러져

최근 정부가 근로시간 유연화, 성과ㆍ직무 중심 임금체계 개편 등이 담긴 노동시장 개혁을 예고하면서 노정관계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12일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발표한 권고안을 토대로 근로시간 유연화를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연구회는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현행 주 단위에서 최대 연 단위까지 늘리고 월 단위 이상인 경우 연장근로시간 총량을 감축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따라 올해는 정부의 노동개혁 원년이 될 전망이다.
 
노동계는 정부의 노동시장 개혁이 장시간 노동을 야기할 것이라며 반발했다. 노사 자율성을 확대한다는 정부의 말과 달리 노조가 없는 대부분 사업장에서는 사용자의 요구에 따라 장시간 근로를 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기에 정부가 '노조 회계투명성'을 내세우며 올해 척결해야 할 부패 중 하나로 노조를 지목한 것도 노정관계 악화에 큰 영향을 끼쳤다. 노동계는 정부가 노동개혁을 통해 '노동개악'을 추진하는 동시에 회계투명성을 이유로 노조의 자주권을 침해하고 노조 길들이기에 나선 것이라고 반발했다.
 
민주노총은 윤석열 정부를 반노동 정부로 규정하고 대정부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국노총도 마찬가지로 정부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다만, 이달 17일 지도부 선거를 앞두고 있어 대정부 투쟁 입장은 새 지도부가 선출되면 더 명확해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경영계는 정부와 모처럼 훈풍이 불고 있는 모습이다. 경영계 역시 정부의 노동개혁과 관련해 우려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전체적인 추진 방향에는 긍정적인 뜻을 밝혔다.
 
앞서 경총은 노동개혁을 실현하겠다는 정부를 향해 "대통령은 3대 개혁과제 중 노동개혁을 최우선과제로 꼽았는데, 이는 기득권화된 대기업 정규직 노조와 타협 없는 노동개혁을 완수하고 법과 원칙에 따른 산업현장 법치주의 확립을 선언한 것으로 기대가 크다"며 "앞으로도 정부가 시급한 개혁 과제를 성공적으로 추진해 우리나라의 성장잠재력을 높이고 규제개혁을 포함한 경영환경 개선에도 적극 힘써주기를 당부한다"고 밝힌 바 있다.
 
경영계가 정부의 노동개혁에 일정 정도 힘을 실으면서 올해는 노사관계보다 노정관계에서 갈등이 두드러질 전망이다.
 
'노동개혁' 재차 강조…경영계도 힘 실어
 
이날 신년인사회에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다시 한번 노동개혁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정식 장관은 "노동시장 개혁을 완수해 노사와 세대가 상생하고 연대하는 일터 만들겠다. 이는 어렵고 힘든 길이지만 우리가 반드시 나아가야 하는 길이다. 근로시간, 임금체계 개편과 관련한 입법안을 조속히 마련하고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등 추가 개혁도 완수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노사정이 대화를 계속 대화하는 한 우리의 노동시장은 더욱 발전해나갈 것"이라며 "노사의 자율적인 대화와 참여, 상생과 연대를 위한 여건 조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노동계 인사 중에선 서종수 위원장이 인사말을 이어갔다. 서종수 위원장은 "2022년 한국행정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과거와는 달리 대기업보다 노동조합을 더 믿지 못하겠다는 완전히 역전된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러한 결과는 노조가 노동시장 이중구조에 책임이 있다는 걸 방증하는 것이고, 대기업 정규직 중심 노동시장은 높은 임금과 고용안정 보장받는 반면에 비정규직 중심 노동시장은 낮은 임금과 고용불안으로 고착화돼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서 서종수 위원장은 "노동조합이 변화하고 개혁해야 하지만 국가와 기업이 노조에게만 사회적 불평등 책임을 전가하는 건 맞지 않다"며 "특히 최근 노사 법치주의를 전면에 내건 정부의 일방적 노동정책은 반드시 제고돼야 하고, 노동조합을 기득권 집단이나 이기주의 집단으로 매도해 갈등 전복시키는 정책은 사회적 낭비와 혼란을 초래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초기 산업화 시대에 형성된 낡은 노동법으론 경쟁력 있는 노동시장을 만들 수 없다고 밝혔다. 손경식 회장은 "권고문을 통한 노동개혁부터 신속하게 나아가야 한다. 근로시간은 유연하게 하고, 연공서열 중심 임금체계는 직무와 성과를 반영하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립적이고 투쟁적인 노사관계도 상생과 협력의 노사관계로 바뀌어야 하며, 노동개혁의 노사 법치주의"라고 말했다.
 
중앙의 사회적 대화 수장인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은 최근 정부가 노조를 향해 벌이는 행보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문수 위원장은 "무너졌던 공권력이 화물연대 운송 거부 현장에서 살아났다. 눈치만 보던 경찰이 운송차량을 보호해 멈췄던 물류를 뚫었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서 "이제 조직된 노동자 14%가 앞장서서 나머지 미조직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이타적이고 헌신적인 실천에 나서야 한다. 험난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상생 협력적인 노사관계로 발전해야 한다"며 "노동개혁 과제들을 경사노위에서 논의해주기를 요청드리며, 경사노위는 노사정의 지도자와 함께 노동개혁 과제를 우선적으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동희 기자 dhlee@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