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한국전력공사 지역본부(사진=뉴시스)
 
직장동료에게 수차례 성희롱, 폭언을 한 직원이 6개월 감봉처분을 받았다. 직원은 자신이 회사로부터 업무 수행 표창을 받은 바 있으니 이를 고려해 징계 감경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들어주지 않았다. 법원은 회사가 징계권을 남용하지 않았고 업무 표창이 감경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15일 노동법률 취재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2민사부(재판장 정현석)는 직장 내 성희롱ㆍ폭언ㆍ폭행 등으로 6개월 감봉처분을 받은 A 씨가 한국전력공사(한전)를 상대로 낸 징계처분 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한전은 A 씨로부터 성희롱, 폭언, 폭행 피해를 당했다는 피해자들의 신고를 받은 후 A 씨를 불러 세 차례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A 씨는 '동료직원에 부적절한 언행 등(복무규율 위반)'이 인정돼 감봉 6개월 징계처분을 받았다.
 
A 씨는 "폭언과 폭행을 한 사실이 없고 성희롱이 아니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회사가 사내 성희롱ㆍ성폭력 예방지침을 위반해 조사기간 20일을 초과했고, 성희롱 고충심의위원회를 개최하지 않았다며 징계 과정의 절차적 하자를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회사에 손을 들어줬다. A 씨는 피해자들에게 부적절한 언행과 신체 접촉을 수차례 한 것으로 확인됐다. 치마를 입은 피해자에게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물어보고 사내 메신저로 "집 앞에 찾아왔다. 언제 만나 주냐" 등의 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인정됐다. 등이나 허벅지를 감싸는 등 부적절한 신체 접촉, 목을 흔들거나 조르는 등의 폭행 사실도 있었다.
 
법원은 A 씨가 피해자들에게 성희롱, 폭언ㆍ폭행을 했다며 A 씨에 대한 징계사유를 인정했다.
 
징계 과정에서 절차적 하자도 없다고 봤다. A 씨의 주장대로 조사기간이 20일 초과되긴 했지만 해당 규정은 고충상담원이 피해자를 조사하는 경우에 관한 규정이기 때문에 회사가 규정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A 씨는 회사가 자신에게 비밀유지서약서 제출을 요청하지 않은 것이 여성가족부의 '직장 내 성희롱ㆍ성폭력 사건 처리 매뉴얼'을 위반한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했지만, 법원은 "서약서는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A 씨한테 제출받지 않은 게 절차상 하자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성희롱 고충심의위원회를 개최하지 않은 것도 문제가 없다고 봤다. 고충심의위원회 개최가 위원장 재량사항인 점, 징계 과정에서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는 점이 인정됐다.
 
회사가 징계권을 남용했다는 주장도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은 "감봉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회사의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난 처분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A 씨는 자신이 회사로부터 업무 수행 표창을 받은 바 있으니 이를 고려해 징계 감경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전 인사관리규정에 '포상자에 대한 징계감경'이 존재하긴 했지만 성희롱은 감경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A 씨는 폭언과 폭행에 대한 것은 감경이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A 씨의 비위행위 전체에 대해 하나의 징계처분을 하는 이상 폭언ㆍ폭행만을 고려해 포상으로 인한 감경의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동희 기자 dhlee@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