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숙명여대 순헌관 광장에서 열린 취업직무박람회에서 학생들이 VR 모의면접을 보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다. (사진=뉴시스)
구직자 10명 중 5명이 취업 과정에서 인공지능(AI)으로 자기소개서를 작성한 적 있다고 답했다. AI를 활용한 구직과 채용이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온 상황에서 한국노동연구원은 "현실적인 AI 채용 권고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은 18일 '인공지능 채용 가이드라인(안) 개발' 연구보고서를 발간해 이같이 밝혔다.
AI 구직ㆍ채용, 기대와 염려 섞여
한국노동연구원은 연구를 위해 20~39세의 전국의 구직자 1055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를 시행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구직자들은 AI를 구직에 적극 활용하고 있으며, AI 채용이 더 공정할 거란 기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대로, AI 채용의 기준을 알 수 없어서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구직자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AI를 활용해 자기소개서를 작성한 경험이 있다고 답변한 구직자는 51%를 기록했다. 특히 구직자의 나이가 어릴수록, 학력이 높을수록 AI를 자기소개서에 활용했다고 답변한 비율이 높았다.
응답자의 64.9%가 자기소개서에 AI를 활용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봤다. 그러나 AI로 작성한 자기소개서에 불이익을 주는 것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52.9%가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AI를 구직에 활용하는 구직자가 많아지는 만큼 AI를 채용에 활용하는 기업들도 많아지고 있다. 특히, 채용의 과정을 간소화하거나 절차를 강화하기 위해 AI를 도입하는 기업이 많아지는 추세다.
구직자들은 채용 과정에 AI를 활용하는 것에는 거부감을 보였다. AI를 활용한 채용 과정보다 기존의 채용 과정을 더 선호하는 구직자는 67.7%로 과반수를 넘었다.
특히나 응답자의 51.4%가 AI 채용으로 구직에 대한 취업 부담이 증가했다고 답변했으며, 그 이유로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몰라서(45.1%) ▲관련 정보의 부족(27.4%) ▲평가 방식을 몰라서(27%) 등을 꼽았다.
AI 채용이 더 공정할 거라고 신뢰하는 의견도 있었다. 절반이 넘는 구직자가 AI 채용이 더 공정하다(53.9%)고 답변했다. 그 이유로는 ▲인간의 선입견ㆍ편견이 들어가지 않아서(57.7%) ▲인간의 과정상 실수를 줄일 수 있어서(18.2%) ▲알고리즘 규칙을 파악하면 대응할 수 있어서(14.4%) 등이 꼽혔다.
AI 채용, 정보 제공 의무 있는 미국ㆍ스페인
보고서는 AI 채용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구직자의 염려를 해소하려면 투명성, 공정성, 타당성이 갖춰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참고할 만한 사례로는 미국과 스페인의 사례를 소개했다.
미국 일리노이주는 근로자 채용 시 AI 사용을 규제하는 법안을 세계 최초로 입법했다.
일리노이주 소속 기업은 2020년 1월부터 화상면접을 AI로 분석할 때 AI가 활용된다고 통지할 의무와 AI의 작동 방식과 특징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의무를 지닌다. 그리고 지원자의 동의 없이 AI를 활용할 수 없다.
2022년부터는 채용할 때 사용하는 AI가 인종 차별을 하거나 민족적 차별성을 띠는지 분석하는 것을 의무로 한다. 사용자는 매년 한 번씩 상무경제기회국에 관련 데이터를 제출해야 하고 상무경제기회국은 데이터에 인종차별적인 요소가 있는지 조사한다.
스페인은 2021년부터 사용자가 근로자대표에게 알고리즘의 근거가 되는 주요 지침 정보를 제공해 줘야 하는 의무를 규정했다. 근로자에 대한 채용 결정, 근무시간 할당 등 인사 관리에 알고리즘을 사용하는 모든 기업은 그에 대한 정보 제공해야 한다는 취지다.
보고서는 이러한 스페인의 조치가 구직자와 근로자의 알 권리를 강화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청년들 안심할 수 있는 '현실적 권고' 필요
보고서는 AI를 활용해 채용할 때 구직 중인 청년들이 안심하는 동시에 구인 기업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의 현실적인 권고 사항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먼저 AI를 개발하는 단계에서는 현행 법률에서 규정하는 차별 금지 사항과 수집 금지 정보를 AI가 채용에 반영하지 않도록 설계해야 한다. 현행 법률이 규정하는 차별 금지 사항은 성, 국적, 신앙, 장애 등이 있고, 수집 금지 정보로는 용모, 출신 지역, 혼인 여부, 재산 등이 있다.
채용 공고 단계에서는 채용 AI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공고해야 한다. 특히 어느 단계에서 AI를 사용할 것인지를 공고하고, 구직자가 AI를 통한 채용 절차에 동의해야 한다.
보고서는 장애인이나 질환자를 위한 별도의 기술과 절차를 마련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AI 기반의 채용 절차를 수행할 수 없는 장애인이나 질환자에게는 형평성을 고려해 기존의 채용 절차를 제공하거나 보조 기술을 제공해야 한다.
채용이 끝난 후에는 구인 기업 내에서 개인정보보호 담당자를 지정해야 한다. AI 채용 프로그램이 외주 개발사에 의해 이뤄지는 경우, 담당자는 외주 개발사가 기한 내에 지원자들의 정보를 파기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보고서는 "채용 과정에서 AI를 사용하면서 그 기준이 고지되지 않는다면 규칙을 모르고 하는 게임과 같을 것"이라며 "이 보고서는 채용 절차에 AI를 사용하는 구인 기업에게 ▲차별 금지 ▲특정 정보에 대한 수집 금지 ▲AI 활용에 대한 고지 ▲장애인ㆍ질환자에 대한 별도의 기술과 절차를 제안하고 있어 이를 잘 활용하면 청년들에게서 AI 채용에 대한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정현 기자 axs@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