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해 12월 6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총파업 대회를 열고 실질임금 대폭 인상, 학교급식법 개정, 윤석열 정권 퇴진, 학교비정규직 차별 철폐 등을 촉구했다. (사진=뉴시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이 여전히 임금에서 차별받고, 높은 폐암 산재율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며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노동자대회를 12월 개최한다.
 
학비노조는 오는 12일 서울 중구 광화문 인근 동십자각에서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자대회를 개최한다.
 
학비노조는 "학교 비정규직은 여전히 복무 및 임금에서 정규직 대비 차별에 시달리고 있고, '죽음의 급식실'이라는 오명이 계속되고 있다"며 "학교 비정규직 노동의 차별을 해소하고 사회대개혁을 이루고자 광장의 시민들과 함께하는 대회를 개최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학교 비정규직, 20년차 땐 정규직 임금의 68%
 
노조는 학교 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이 심각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특히 학교 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는 평균 26만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학비노조에 따르면 2024년 학교 비정규직 기본급은 198만6000원으로 최저임금을 월급으로 환산한 209만6270원보다 11만270원 적었다. 정규직(9급 10호봉 기준)은 기본급이 224만7000원으로 학교 비정규직 기본급과는 약 26만 원 차이 났다.
 
또한 복리후생 수당 중 명절휴가비의 경우 정규직(9급 10호봉 기준)은 연 270만 원인 반면, 학교 내 비정규직은 연 170만 원으로 100만 원 차이 났다. 상여금 또한 정규직은 255만 원이고 비정규직은 100만 원으로 155만 원의 차이가 있었다. 정규직들이 받는 정근수당과 정근수당 가산금, 직급보조비, 특수업무수당 등은 비정규직에게 지급되지 않았다.
 
매년 학교 비정규직들은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도 ▲기본급 인상 ▲임금격차 문제 해소 ▲복리후생수당 동일 기준 적용 등을 요구하며 1700여 명의 학교 비정규직들이 파업에 나섰다.
 
당시 파업에 나선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학비연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50%가 학교 비정규직이며, 전체 학교 교직원의 41%가 비정규직"이라며 "학교 급식실은 여전히 열악한 노동환경과 저임금 문제로 결원이 발생하고, 부실급식 사태로 이어지곤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전재민 학비노조 정책국장은 "학교 내 비정규직과 정규직 임금 격차는 연차가 쌓일수록 더욱 심각해진다. 학교 내 비정규직 1년차는 같은 1년차 9급 공무원 대비 87.7%를 받지만, 5년 차에는 84.4%, 10년 차에는 74.2%, 20년 차에는 68.4%를 받는다"며 "학교 내 비정규직의 직무 가치에 따른 보상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고용부, '조리흄' 대책은 언제 마련하나
 
교육부에 따르면 학교 내 비정규직 중 36.6%는 조리원, 조리사 등 급식실에서 일하는 급식 노동자다. 2021년 급식 노동자가 폐암으로 숨진 사건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한 이후 급식실 폐암 산재는 사회적 문제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급식실 폐암 산재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는 '조리흄'에 대해 고용노동부가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2021년 이후 학교 급식노동자의 폐암 산재 현황은 214건이 신청됐고, 이중 169건(79%)이 승인됐다. 신청된 산재 건수 중 사망자는 12명(승인 9명, 불승인 3명)이었다.
 
고용부는 '2025년 주요업무 추진계획'을 통해 건강관리카드 발급 대상을 기존 15종에서 19종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늘어난 4종의 발급 대상에 '조리흄'은 포함되지 않았다.
 
건강관리카드는 근로자들이 직업성 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도록 발급 대상 업무에 종사하거나 종사했던 자에게 연 1회 특수건강진단을 무료로 지원하는 제도다.
 
조리흄은 튀김, 볶음, 구이 요리 등 기름을 장시간 고열로 조리할 때 발생하는 유해물질로, 학교 급식 근로자의 폐암 산재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바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또한 조리흄을 1급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정혜경 진보당 의원은 "건강관리카드 대상 물질을 선정함에 있어 명확한 기준, 심의하고 결정할 독립된 기구도 없는 상황"이라며 "고용부는 조리흄의 유해성에 대한 기준을 조속히 수립하고, 건강관리카드 대상 물질에 조리흄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전 국장은 "고용부에서는 조리흄을 건강관리카드 대상 물질에 포함해야 할 국제적 기준이 없다는 입장이다. 고용부가 근거가 부족하다고 손 놓고 있을 것이 아니라 근거를 찾아 기준을 수립하는 방안으로 가야 급식실 근로자들의 건강권이 보장받을 것"이라며 "현상과 사례는 발생하고 있는데 기준이 없다고 해서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재진 학비노조 노동안전국장은 "2021년 학교 급식 노동자의 폐암이 산재로 인정될 때 참고한 국제암연구소(IARC)의 자료 또한 조리흄과 폐암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고 있다"며 "고용부는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을 유지하고 산재를 예방하려는 책임을 다해야 하는 것이 도리다. 폐암 발병 학교 급식 노동자가 늘어가는 것에 대한 대책을 수립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박정현 기자 axs@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