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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 2025-05-19 13:09:33

    수정 : 2025-05-19 13:13:29

이재명ㆍ김문수 ‘주4.5일제’ 공통분모, 방향도 실행 방식도 달라

2025-05-19 13:09:33



어느 쪽이든 경영계는 ‘난색’…“기업 사정에 맞게 노사가 선택하도록 해야”
[2025년 6월호 vol.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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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왼쪽)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부처님 오신 날 봉축법요식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주4.5일제'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공통분모로 떠올랐지만, 정책 방향성과 실행 방식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후보의 주4.5일제는 근로시간 단축에 초점을 맞췄다. 이 후보는 주4.5일제를 도입한 기업에 전폭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지원을 통해 주4.5일제가 사회에 정착되면 현행 법정근로시간인 주40시간을 주36시간으로 단축하고, 궁극적으로는 주4일제로 나아가겠다는 구상이다. 2030년까지 우리나라 평균 근로시간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근로시간 이하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반면 김 후보는 근로시간 유연화를 중심에 놓고 주4.5일제를 설계했다. 법정근로시간을 주40시간으로 유지한 채 근무시간의 유연성을 더해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1시간씩 더 일하고 금요일은 4시간만 일하고 퇴근하는 방식으로 주40시간을 맞추는 것이 골자다. 또한, 주 최대 52시간까지 일할 수 있는 현행 근로시간 제도를 유연화하겠다는 공약도 함께 발표했다.

    경영계, "중요한 건 노사 선택권"

    경영계는 거대 양당이 앞다퉈 주4.5일제 공약을 내세운 것에 난색을 표하며 근로시간 단축에 필요한 것은 '노사 선택권'이라고 강조했다. 경영계는 기업에 주4.5일제와 같은 틀을 만들어 강요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기업의 사정에 맞춰 노사가 근로시간을 합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관계자는 "법정근로시간을 주40시간 밑으로 단축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한국의 노동생산성이 OECD 평균에 못 미치고 있고 인력난이 지금처럼 심각한 상황에서 근로시간 단축 카드를 대선 공약으로 꺼낼 때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후보는 근로시간 유연화도 함께 내걸었지만, 경영계는 이 역시 선뜻 반기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경총 관계자는 "김 후보의 근로시간 유연화를 마냥 긍정할 수도 없다"며 "근로시간을 특정해서 정책을 제시하기보다는 기업의 각기 다른 형편과 사정에 맞춰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게끔 노사 선택권을 확대하는 것이 경영계의 핵심 요구"라고 말했다.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주52시간이든, 주36시간이든 노사가 선택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것이 경영계의 요구"라며 "지금은 근로시간과 관련해 노사 선택권을 확대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두 후보의 공약이 처음부터 법정근로시간을 개편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주4.5일제 도입을 지원하겠다는 것이 핵심이었던 만큼 경영계가 직접적으로 반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경영계 입장에서는 두 공약 모두 달갑지 않다"며 "사용자와 근로자가 합의해서 선택할 수 있는 근로시간 옵션을 확대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단축하되 유연해야", "정부가 지원해야"
     
    주4.5일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에도 난관이 예상된다. 전문가는 근로시간 단축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사회적 합의 과정에 경영계의 요구 역시 수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대신 경영계가 우려하는 생산성 이슈를 잠재우기 위해 경영계 요구인 노사 선택권을 제공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오계택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장은 "평균적인 소정 근로시간은 단축하는 방향으로 가되 경영계가 원하는 식으로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활용할 방법을 논의해야 한다"며 "일본과 미국 등은 노사 합의로 비교적 자유롭게 근로시간을 정할 수 있는 데 반해 한국은 업종과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법정근로시간이 정해져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근로시간만 따로 떼어 내서 생각할 것이 아니라 일ㆍ가정 양립, 조직문화, 일하는 방식 등 종합적으로 생산성과 기업 문화를 고려한 근로시간 단축을 시행해야 한다"며 "큰 틀에서 얘기를 시작해 세부적으로 조정하고 합의해 나가야 노사가 수긍하고 이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지원이 가장 우선돼야 한다는 전문가 제언도 나왔다. 이미 일부 대기업에서 격주로 주4일제를 시행하는 등 자체적인 근로시간 단축이 이루어지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현재로선 주4.5일제를 도입할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먼저라는 주장이다.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미 대기업의 경우에는 복지 차원에서 격주로 주4일제 시행하고 있는 기업이 많다. 정말로 문제가 되는 것은 중소기업과 같이 주4.5일제를 시행할 여력이 없는 기업들"이라며 "주4.5일제를 도입할 여력이 없는 기업들을 위해서는 정부 지원을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사회적 합의를 위해서는 업종ㆍ산업별로 사회적 대화를 활성화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경영계의 우려가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해 전체 이윤이 줄어드는 것이다. 근로자도 생산 과정에 대한 지식이 충분하기 때문에 사회적 대화를 통해 일하는 방식에 대한 조정 등을 논의해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정현 기자 axs@elab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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