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공공운수노조),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혜경 진보당 의원,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특고ㆍ플랫폼 노동자 적정임금 보장 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박정현 기자 axs@)
 
도급제 근로자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워 별도의 제도를 도입해 도급제 근로자의 적정임금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공공운수노조),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혜경 진보당 의원,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특고ㆍ플랫폼 노동자 적정임금 보장 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최근 근로형태가 다양해지면서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플랫폼 종사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노동법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이들에 대한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날 토론회도 저임금 장시간 근로에 시달리고 있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플랫폼 종사자에게 적정임금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노동계는 올해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도급제 근로자에게도 최저임금을 확대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공익위원 측은 올해 최저임금 논의에서 확대 적용을 더 이상 논의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고용노동부에 도급제 근로자의 실태를 조사해 2027년 최저임금 심의 때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토론회 첫 번째 발제를 맡은 권오성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실제로 가장 취약한 위치에 있는 도급제 근로자들은 근로시간을 정확히 측정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근로기준법 등에 포함될 수 없다"며 "근로시간을 정확히 측정할 수 없다면 안전운임제와 같은 업종별 최저 보수 등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권 교수는 "일본 같은 경우 60년대에 가내노동법상 최저공임제도라는 것을 만들었다. 근로시간을 측정할 수 없어도 법이 특정한 작업을 하는 사람들의 인건비를 고려하는 제도가 50년 전부터 있었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국가 입장에서 노동의 종류를 하나하나 정리해서 최저 보수를 정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안 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모든 도급제 근로자를 시간제로 바꾸도록 강제할 수는 없지 않나"라며 "가장 취약한 위치에 있는 도급제 근로자에 대한 보호 방안을 국가가 고민할 때"라고 말했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박정훈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최저임금의 경우 개별적으로 근로자를 보호하는 성격도 있지만, 집단적 힘을 통해 근로자와 총자본이 협상해 보라는 교섭적 성격도 복합적으로 가지고 있다"며 "즉 근로자의 임금은 교섭력 차이로 결정된다. 그러나 도급제 근로자는 교섭력이 매우 낮다"고 지적했다.
 
박 부위원장은 "도급제 근로자에게 최저임금을 보장해 달라고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일부 도급제 근로자들은 먹고 살기 힘들어서 플랫폼 노동 등을 시작했는데 최저임금을 받아야 한다며 불만이 있을 수 있다"며 "결국 필요한 것은 권 교수가 지적한 바와 같이 업종별 최저 보수의 보장인데, 이를 위해 선행돼야 할 것은 그 직무에 대한 조사"라고 강조했다.
 
박 부위원장은 "최소 보수의 보장으로 적정 임금이 보장된다면 근로자들의 저임금 장시간 노동과 같은 노동강도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 또한 플랫폼 노동에 사용되는 알고리즘 등 데이터에 대한 민주주의가 확산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노동법의 보호 체계가 강화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세 번째 발제를 맡은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은 "산재보험법, 고용보험법, 산업안전보건법 등이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플랫폼 종사자 상당수를 '노무제공자'로 묶어 적용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며 "그런데 최저임금법은 유일하게 그러한 적용 대상 확대가 이루어지지 않은 영역"이라고 지적했다.
 
오 연구실장은 "미국의 시애틀 최저임금 조례는 우버 택시 기사 등에게 130%의 최저임금을 설정한다. 대기 시간과 업무 비용을 보상하지는 않지만 연차 및 월차를 준다"며 "또한 영국에서는 배달 업체가 단체 협약을 통해 영국 최저임금인 11.44파운드보다 조금 높은 12파운드를 시간당 보상하는 방안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 연구실장은 "유럽 연합(EU)의 경우 플랫폼 종사자는 플랫폼을 통해 일감을 얻기만 하면 일단 근로자로 추정한다"며 "최저임금을 보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로자의 개념을 넓히는 일 또한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현 기자 axs@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