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대학 일자리센터 게시판에 각종 취업 관련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사진=뉴시스)
 
청년을 위한 정책은 각 나라별로, 지역별로 다양하게 전개된다. 특히, 청년의 '고용ㆍ노동' 정책은 그 나라가 가진 고민이 투영돼 있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 '쉬었음 청년'이 늘어나면서 청년 일자리에 대한 고민이 점점 커지고 있고, 이 같은 고민이 정책 추진 방향에 담겨 있다.

우리나라는 새 정부 출범 후 청년 고용노동정책을 새롭게 예열하는 중으로, 정책 추진 방향은 고용노동부의 국정기획위원회 업무보고를 통해 엿볼 수 있다. 먼저, 청년의 일할 권리와 기회를 강화하기 위해 구직활동지원금을 확대하는 것이 공약 중 하나로 꼽힌다. 자발적 이직 청년에게 생애 1회 구직급여를 지급하는 것, 채용연계형 직업교육 프로그램을 확산하고 지원하는 것도 공약으로 제시돼 있다. 청년의 종잣돈 마련을 지원하는 청년미래적금도 정책 추진을 위한 논의를 박차고 있다.

해외에서도 청년을 위한 고용노동정책 고민이 존재하고 정책으로 표출되기도 한다. 일본과 유럽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① 일본
 
일본은 청년 고용 촉진을 위해 청소년의 고용 촉진 등에 관한 법률(청소년고용촉진법)을 제정해 시행 중이다. 2015년 근로청소년복지법에서 명칭이 변경됐다.
 
이 법은 청소년이 자신의 적성, 기능, 지식 정도에 맞는 직업을 선택하고, 직업 능력을 개발하고 향상시킬 수 있도록 해 고용 촉진을 도모하는 것이 목적이다. 청소년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면 최종적으로는 경제ㆍ사회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법 제정 당시 저출산 문제가 지속되는 가운데 청년층의 고용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특히 신규 학졸자로 신규 채용한 근로자의 이직률이 높아 고민이 큰 상황이었는데, 취직 시 기업　정보를 알 수 있도록 해 미스매치를 줄이고 적극적인 능력 개발, 인재 육성, 좋은 직장환경 조성으로 이직률을 저하시키는 것이 정책 과제였다.
 
법에 담긴 내용은 이렇다. 첫째, 법은 사업주에게 직장 정보를 적극적으로 제공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사업주는 직업 정보를 폭넓게 제공하도록 노력해야 하고 응모자의 요청이 있다면 모집ㆍ채용에 관한 상황, 직업능력 개발 향상에 관한 실시 상황, 직장 정착 촉진 실시 상황을 제공해야 한다. 노동기준법, 최저임금법 등을 위반한 기업에 대해선 고용센터에서 신규 학졸자 모집을 일정기간 수리하지 않을 수도 있다.　
 
둘째, 청년 응원 인정제도를 창설했다. 청소년의 채용, 육성에 적극적이면서 고용관리 상황 등이 뛰어난 중소기업을 청년 응원 인정 기업으로 인증해주는 제도를 말한다. 인증을 받은 중소기업은 고용센터의 채용 지원, 일본정책금융금고의 저리 융자, 공공조달의 가점 평가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인정 기준은 ▲청소년의 채용이나 인재육성에 적극적일 것 ▲최근 3년간 신규 학졸자로 신규 채용한 정규직의 이직율이 20% 이하일 것 ▲전년도의 월평균 잔업시간, 유급휴가 평균 취득 일수, 유아휴직 취득대상자수ㆍ취득자수(남녀별)를 공표할 것 등이다.
 
2022년 4월 말 기준으로 906개 기업이 인증을 받았으며, 인증을 받은 906개 기업은 채용 활동 시 인증 기업이라는 점을 적극 홍보할 수 있고(응답 기업의 61%, 이하 같음), 이로 인해 응모자가 증가(38%)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유급휴가나 육아휴직 등에 대한 취득이 촉진됐고(68%), 노동환경의 개선ㆍ유지로 이어졌다(33%)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일본 정부는 법 제정ㆍ시행과 함께 청년고용센터(20개), 청년지원 코너, 청년지원 창구(200개)를 설치했다. 직업 상담, 취업 활동을 위한 세미나, 직업 훈련, 취직 응모 서류 작성 지원, 취직 면접 대책, 전국의 구인정보 열람, 기업설명회, 취직 후 정착 지원 등의 서비스를 제공해 법 실효성을 높이고 있다.
 
② 유럽
 
벨기에는 오랫동안 복잡한 공동체 및 지역 간 언어ㆍ문화적 차이를 바탕으로 연방 국가 체제를 운영해 왔다. 이에 따라 청년정책 역시 연방 차원보다는 각 커뮤니티나 지역에서 독자적으로 시행됐으며 연방 정부는 청년정책에서 제한된 권한만을 갖는 게 특징이다.
 
네덜란드어 커뮤니티(플랑드르)에서는 2012년 플랑드르 의회법을 통해 청년위원회를 설립하도록 규정했다. 청년위원회는 최소 16명 내지 24명으로 구성되고 구성원의 3분의 1 이상은 25세 미만이어야 한다. 청년위원회는 정부와 의회의 요청에 따라 정책 자문을 제공하고 청년정책 입안과 집행에 청년의 직접적 참여를 촉진한다.
 
프랑스어 커뮤니티에서는 2000년대부터 5개 법령을 통해 청소년 센터 및 정보 센터 운영 등 다각적인 청소년 지원 체계를 마련하고, 12세에서 26세 사이의 청소년에 대한 시민의식 및 참여능력 배양에 초점을 두고 활동하고 있다.
 
독일어 커뮤니티의 경우 2011년 '청소년노동 촉진에 관한 법령'을 제정해 청소년 일자리와 청소년 기관 진흥을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이때 청년은 10세에서 30세 사이로 넓게 규정했다. 독일어 커뮤니티 사례는 청년정책 적용 범위와 참여 기반을 확대했다는 점에서 타 공동체에 비해 다소 앞서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벨기에의 다언어ㆍ다문화 공동체 구조는 청년정책의 법적 통일성을 제한하는 요인이지만, 그 반면 공동체별 실정에 맞는 맞춤형 정책 수립이 가능해 청년 개별 역량 강화와 참여 촉진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연방 차원에서의 통합적 청년정책 부재와 정책 간 연계성 미흡은 장기적으로는 해결해야 할 숙제다.
 
스페인은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심화된 청년 실업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2011년 '청년일자리와 고용안정촉진 및 실업자를 위한 직업 재교육 프로그램 유지에 관한 국왕령 제10/2011호'(Real Decreto-ley 10/2011)를 제정했다.
 
이 법령은 직업 훈련과 수습 계약을 통한 '청년 고용 촉진'을 골자로 한다. 전문지식이나 자격이 충분하지 않은 16세 이상 25세 이하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데, 장애인의 경우 연령 제한을 적용하지 않는다. 법령은 수습 계약의 기간을 기본 1년에서 최대 2년, 기업의 필요와 근로자의 교육 과정에 따라 최대 3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때 근로시간은 일반 근로시간의 75%를 초과하지 않아야 하고 급여는 최저임금 이상으로 보장해야 한다. 사회보장 혜택도 일반 근로자와 동일하게 적용받도록 규정했다.
 
법령은 경제적 불확실성 속에서도 청년의 노동시장 진입 장벽을 완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교육과 실무의 병행을 법제도로 뒷받침하고 청년 고용 안정에 실효적인 제도적 기반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법령은 수습계약 종료 후 동 기업에서의 재계약을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는데, 이 규정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린다. 노동시장 내 순환 고용을 촉진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조치가 청년의 경력 단절로 이어질 가능성이 존재해 고용 지속성을 저해한다는 평가도 있다.
 
핀란드의 청년법(2016)은 29세 미만을 청년으로 정의하고 모든 연령대의 청년 지원을 포함하는 포괄적 법률이다. 청년법 수정 법률(2011)은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도움이 필요한 청년에게 교육ㆍ노동시장 접근 개선을 위한 서비스와 상담을 제공한다. 서비스와 상담은 '청년 노동(Youth Work)'을 통해 제공되며, 청년의 성장과 자립을 촉진하는 것이 목적이다.
 
핀란드는 국가청년사업ㆍ청년정책 프로그램을 4년마다 수립해 청년 생활과 성장 환경 개선을 위한 범정부적 협력을 도모한다. 핀란드는 청년의 사회적 통합과 영향력 강화에 무게를 두면서 교육문화부 중심의 조정체계를 구축, 청년 맞춤형 정책의 지속성 및 체계성을 확보하는 데 주력한다.
 
그리스는 청년에 관한 별도의 법률은 없지만, '직업 교육, 훈련, 평생 학습 및 청소년을 위한 사무국(GSVETLL&Y)'이 2022-2024년 전략 계획을 통해 직업 교육과 훈련을 통한 고용 촉진에 초점을 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정책 대상은 15세에서 29세 사이 청년이다. 그리스 역시 국제적 노동시장 변화에 대응하는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탈리아는 국가 차원에서 청년에 대한 기본법을 제정하진 않았다. 다만 지역에서 청년 노동과 관련해 눈여겨볼 만한 사례가 있다.
 
먼저, 캄파니아 지역의 '2016년 8월 8일 지역법 제26호(Legge regionale 8 agosto 2016, n. 26)'는 청년 노동을 인정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동 지역법 제2조는 동 지역법의 적용 대상을 '16세에서 34세 사이의 청년 개인 또는 그룹 및 비공식 청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에밀리아 로마냐 지역의 경우 '2008년 7월 28일 지역법 제28호(Legge regionale 28 luglio 2008, n. 14)'으로 청년의 노동시장 접근을 촉진하고 있다. 338개 청년센터에서 정보, 오리엔테이션 제공을 지원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동 지역법 제1조 제1항은 동 지역법의 목적을 '아동ㆍ청소년ㆍ청소년을 자율적 권리를 가진 주체이자 지역공동체의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자원으로 인정하고, 연속성과 일관성을 염두에 두고 모든 사람이 다양한 요구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연령대와 관련된 정책 간의 조화를 추구'하는 데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적용 대상이 되는 청년의 연령에 대해서는 특별한 규정을 하고 있지는 않다.
 
<기사 도움>
- 일본 : 오학수 일본 노동정책연수기구 특임연구위원
- 유럽 : 권오성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 기사는 노사발전재단과 공동 기획으로 작성된 기사입니다.
 
이동희 기자 dhlee@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