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동법학회는 19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노동조합법의 전환점 : 제2ㆍ3조 개정의 함의와 과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동희 기자 dhlee@)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법 2ㆍ3조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노동법 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한국노동법학회는 지난 1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노동조합법의 전환점 : 제2ㆍ3조 개정의 함의와 과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노동조합법 2ㆍ3조 개정을 둘러싼 쟁점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향후 발생할 혼란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열렸다.

오는 23일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둔 노동조합법 2ㆍ3조 개정안의 핵심은 ▲원청과 하청 노조 간 단체교섭이 가능하도록 사용자 개념 확대 ▲노동쟁의 개념에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과 사용자의 단체협약 위반 사항' 추가 ▲쟁의행위 등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 인정 시 근로자의 개별적 책임 비율을 정하는 기준, 배상액 감면 청구, 손해배상책임 면제 근거 규정 신설 등이다.

이날 토론회에선 박귀천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 및 제3조 개정의 취지, 필요성 및 평가'를 주제로 발제에 나섰다.

박 교수는 "간접고용 근로자들의 건강과 생명까지 위협할 정도의 열악한 근로조건의 이면엔 노동의 대가를 제대로 지불하지 않으려는 원청의 책임 회피가 있었고, 이는 원청 사업주와 하청 사업주 간에 체결되는 도급계약 등에 반영돼 간접고용 근로자들의 노동3권은 사실상 형해화돼 왔다. 노동조합법 개정안은 노사 자치를 통한 해결의 독려와 교섭 활성화를 통한 개선을 모색하고자 하는 취지를 담고 있다"며 노동조합법 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청 근로자들의 근로조건, 작업환경이 사실상 원청에 의해 결정되는 현실에서 원청에 교섭 의무를 부담하게 하는 것이 '권한 행사와 이윤 획득에 따른 균형 있는 책임'이라는 게 박 교수의 설명이다.

"실질적 지배력설 불확실성은 과도한 우려"

박 교수는 개정안의 핵심 내용을 중심으로 개정안의 의미를 설명했다. 먼저, 개정안은 사용자 개념을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ㆍ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로 확대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그간 판례가 내놓은 법리를 법제화한 것으로, 앞서 대법원은 2010년 현대중공업 판결과 2014년 88관광개발주식회사 판결에서 근로자와 근로계약을 직접 체결하고 있는 사용자가 아니라 하더라도 해당 근로자의 기본적인 노동조건을 실질적ㆍ구체적으로 지배ㆍ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면 부당노동행위 구제명령의 대상인 사용자가 된다고 판결한 바 있다. 이후 CJ대한통운, 현대제철, 한화오션 부당노동행위 사건 하급심 판결에서도 '실질적 지배력설' 법리가 등장해 원청의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박 교수는 "사용자성 인정 여부에 관한 법적 분쟁이 장기화되고 노사관계의 극심한 불안정성을 초래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일련의 판결에서 제시된 입장을 반영해 확대된 사용자 개념을 법제화하는 것은 그 필요성과 중요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노동조합법 개정을 반대하는 경영계 등에선 실질적 지배력설에 대한 불확실성을 우려하고 있다. 현행법상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형사 처벌이 가능한 상황에서 하청 노조에 대한 원청의 단체교섭 거부가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돼 형사 처벌을 받게 되면 불확실한 실질적 지배력설 개념 규정으로 인해 죄형법정주의에 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과도한 우려를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법원 판례에 따르면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가 인정되기 위해선 '부당노동행위 의사'라는 주관적 요건이 성립돼야 한다. 박 교수는 "실무적으로 이 요건이 인정되기가 쉽지 않아 부당노동행위 자체가 인정되는 경우가 흔치 않다"며 "나아가 부당노동행위가 인정되더라도 형량이 낮아(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 사용자가 실형에 처해지는 경우는 매우 드물고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고 봤다.

이어 박 교수는 "원하청 간 단체교섭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기 위해서 보다 근본적으로는 산별교섭 등 초기업교섭의 활성화가 중요하다"며 "초기업교섭 활성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노사 당사자의 적극적 노력, 국가의 지원과 법제도 개선 등이 어우러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노동쟁의 개념 확대하면 파업 남발?

현행 노동조합법은 노동쟁의에 대해 노조와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 간에 임금ㆍ근로시간ㆍ복지ㆍ해고 기타 대우 등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인해 발생한 분쟁상태로 정의하고 있다. 개정안은 △근로자의 지위 등 근로조건의 결정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 △사용자의 명백한 단체협약 위반 등을 노동쟁의 개념에 추가했다.

현재 이 같은 노동쟁의 개념 확대를 놓고 노조가 쟁의행위를 남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우려에 박 교수는 "노동쟁의 대상에 포함되는지 여부와 쟁의행위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는지 여부는 별개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노동쟁의의 '조정 대상'이 되는 것인지는 입법정책적 문제인 반면, 쟁의행위 '목적의 정당성'은 헌법상 단체행동권 허용범위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동일선상에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개정안에서 추가된 내용 중엔 '근로자의 지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가 논쟁이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근로자의 지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해석이 필요하지만 노동쟁의 개념에서 이미 해고를 명시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해고 이외에 인사이동, 배치전환, 영업 양도 등 기업 변동으로 인한 근로자의 지위 변경, 고용형태의 변경 등을 널리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일응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도 논쟁이 따른다. 박 교수는 "어떠한 사업경영상 결정이 어떠한 경우에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가는 구체적 사실관계하에서의 해석을 요한다"며 "또한, 기존에 경영상 결정이 문제된 노동사건은 대부분 단체교섭이나 쟁의행위에 관한 사건이었다는 점에서 기존 해석론을 노동쟁의 개념에 대한 판단에 그대로 적용해도 되는 것인지 불분명하다"고 진단했다.

이어서 "다만 개정안은 정리해고, 구조조정 등으로 인해 근로자들의 지위와 근로조건이 심각한 영향을 받게 되는 경우에도 정리해고나 구조조정을 교섭의제로 삼을 수 없는 그간의 판례 법리하에서 제한된 범위에서나마 경영상 결정을 노동쟁의 조정 대상으로 삼을 수 있도록 했다"며 "이는 대화와 교섭의 길을 열고자 하는 취지라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손해배상책임 개별화, 부진정연대책임 폐해 완화"

손해배상 청구의 제한을 규정하고 있는 3조도 개정안에 포함된다. 현행법은 불법파업으로 손해가 발생한 경우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고 있지만, 개정안은 근로자와 노조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적용 범위를 줄이고 손해배상책임을 면제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한, 법원이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경우 각 배상의무자별 지위와 역할, 기여도에 따라 손해배상책임 책임 범위를 개별적으로 정해야 한다는 내용도 들어갔다. 이 같은 근로자의 손해배상책임 개별화는 지난 2023년 선고된 대법원 판결과 궤를 같이하는 내용으로, 판례 법리를 개정안에 반영한 것이다.

박 교수는 "손해배상 청구 제한에 관한 개정안의 내용은 민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정당방위에 해당하는 대항행위로 발생한 손해를 면책한다는 의미가 있고, 노조 조합원 개인의 손해배상 책임은 대법원 판례를 통해 제시된 판단기준 등을 고려해 각 조합원 개별적으로 판단해 부과하도록 함으로써 과도한 부진정연대책임의 폐해를 완화시키고자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박 교수는 "그간 사내하청 등 간접고용 근로자들의 단체교섭권은 제대로 행사되지 못했고, 사용자의 과도한 손해배상청구로 인해 노조 활동이 위축되고 근로자 생존까지 위협받는 사례들이 속출했다"며 "이번 개정안은 오늘날 고용형태의 다양화로 인해 자영업자 형식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이들 역시 단체교섭을 통해 노동조건을 개선할 필요성이 있음을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동희 기자 dhlee@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