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동법학회가 지난 19일 개최한 '노동조합법의 전환점 : 제2ㆍ3조 개정의 함의와 과제' 정책토론회에서 이승욱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오른쪽)가 발표하고 있다. 박귀천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왼쪽)는 토론회 발제자로, 송강직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운데)는 토론회 좌장으로 참석했다. (이동희 기자 dhlee@)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법 2ㆍ3조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노동법 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한국노동법학회는 지난 1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노동조합법의 전환점 : 제2ㆍ3조 개정의 함의와 과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노동조합법 2ㆍ3조 개정을 둘러싼 쟁점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향후 발생할 혼란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열렸다.
 
노동조합법 2ㆍ3조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다면 법 시행까지 주어진 시간은 6개월이다. 이를 다시 말하면 6개월 안에 법 개정으로 발생할 수 있는 실무적 쟁점을 마무리 짓고 법을 안정적으로 정착시켜야 한다는 말이다. 국회 본회의 통과는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인 셈이다. 노동조합법 2ㆍ3조 개정 이후의 과제가 무엇인지 다시 살펴야 할 때다.
 
이날 토론회에서 이승욱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동조합법 2ㆍ3조 개정에 따른 향후 과제'를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이 교수는 정부 노동정책연구회 소속 전문가로, 현 정부의 노동정책 청사진을 그리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실질적 지배력 판단기준, 4개로 좁혀
 
개정안은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ㆍ결정할 수 있는 자가 사용자로서 단체교섭의무를 부담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ㆍ결정할 수 있는 '실질적 지배력'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기준은 개정안에서 찾아볼 수 없다.
 
이 교수는 첫 번째 과제로 '실질적 지배력 판단기준'을 꼽았다. 이 교수는 "가장 중요한 건 실질적 지배력에 대한 판단기준인데, 굉장히 추상적이기 때문에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사용자에 해당한지 여부를 노사 당사자가 판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원청의 실질적 지배력을 인정한 중앙노동위원회, 법원 사례를 참고해 실질적 지배력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제시했다. 구체적인 판단기준은 ▲근로자들의 노무가 간접사용자 사업 운영에 필수적이고 사업체계 내에 편입돼 있는지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한 사용자의 개입 정도 ▲직접사용자와 간접사용자의 관계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는지 여부 등이다.
 
이 교수는 "이 네 가지를 기본적인 판단기준으로 설정하고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 교수는 제시한 네 가지 판단기준을 '모두' 충족해야만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성이 인정되는 건 아니라고 강조했다. 네 가지 판단기준 중 일부가 결여ㆍ누락되더라도 사실관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용자성을 판단할 수 있다고 봤다.
 
혼란의 중심 '교섭창구 단일화'는?
 
이 교수는 실질적 지배력 판단기준보다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가 더 큰 과제가 될 것으로 봤다. 하청 노조가 원청에 단체교섭을 요구할 경우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돼야 하는지 문제가 된다. 일례로 원청에 이미 노조가 있다면 원청 노조는 하청 노조와 교섭창구 단일화를 해야 하는지, 수십 개의 하청 노조가 교섭단위 분리를 신청하는 경우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등이 문제될 수 있다.
 
일각에선 하청 노조의 경우 교섭창구 단일화를 거치지 않고 원청에 개별 교섭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자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이 교수는 현실적인 방안이 아니라고 봤다. 원하청 교섭 실태와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 현실을 고려했을 때 개별 교섭은 답이 될 수 없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 교수는 "예를 들어, 하청 노조가 교섭을 요구하면 원청은 당연히 실질적 지배력이 없다며 교섭을 거부할 것이고, 사업장은 원청 사용자성을 확인하기 위한 소송전에 돌입해 대법원까지 판단을 받을 가능성이 100%"라며 "문제는 대법원 판단을 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게 되는데, 대표적으로 CJ대한통운 사건의 경우 택배노조가 CJ대한통운에 단체교섭을 요구한 시기가 2018년 1월인데 아직까지도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오지 않은 상황을 고려하면 이와 비슷한 장기간 소송전이 모든 원하청 단체교섭에서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원청이 교섭해야 할 하청 노조가 수십 개, 수백 개에 이르는 경우에도 개별 교섭은 현실적인 선택지가 될 수 없다. 결국 원하청 교섭을 위해선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이 교수는 기존의 제도로는 이것이 불가능해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손봐야 한다고 말했다.

먼저, 이 교수는 '사용자 지위를 판단하는 절차'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통합해 하나의 교섭 절차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섭의 효율성, 교섭 비용 절감, 교섭관계의 안정을 위해서다.
 
이 교수는 "교섭 절차 내에서 사용자 지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해 교섭 절차와 단체교섭 거부의 부당노동행위 절차가 중복되는 사태를 피하고, 교섭 절차 내에서 자기 완결적으로 처리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당사자 간의 대화와 타협, 노동위원회 조정을 통해 사용자 지위, 교섭 사항, 교섭 단위, 교섭 방식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되, 그럼에도 당사자 간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노동위원회 결정에 맡기자는 것이다. 이때 노동위원회 결정은 '중재'와 동일한 효력을 부여해 소송으로 인한 절차 지연을 최소화한다.
 
두 번째로, 이 교수는 구체적인 교섭 절차와 교섭 방식에 대해선 공동교섭단위 방안, 연계(결합)교섭 방안, 공동교섭단 방안 등 다양한 방법을 강구해 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특히, 법 시행까지 남은 6개월간 고용노동부나 지자체 주도로 다양한 초기업 교섭 모델을 개발해 시험적으로 운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이 교수는 "이번 개정안은 해결책이 아니라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는 출발점에 불과하다"며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선 진지하고 차분하게 고민하는 것이 필요한데, 6개월 이내에 집중적인 준비를 한다면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동희 기자 dhlee@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