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범부처 '임금체불 근절 대책 발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가 임금체불을 '임금절도'와 같은 것으로 보고 강도 높은 임금체불 근절에 나선다. 임금체불 범죄의 법정형을 3년 이하 징역에서 5년 이하 징역으로 상향하고 명단공개 대상이 되는 체불사업주의 범위도 확대한다.
 
김 장관은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범정부 임금체불 근절 추진 TF'를 개최하고 '임금체불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
 
임금체불액이 지난해 처음 2조 원을 돌파하면서 임금체불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체불액 역시 1.1조 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노동부는 "범정부 대책을 통해 정부 임기 내에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임금체불의 실질적 감축을 달성하는 계기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임기 내 체불임금을 1조 원으로 절반 감축하고, 체불청산율을 95%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번 대책은 기존 근로감독, 근로기준법상 제재 중심의 임금체불 감축 방안에서 한발 더 나아가 임금체불이 발생하기 쉬운 산업구조적 요인을 개선하는 데 집중한다. 또한, 사업주에게 임금체불이 막대한 경영상 비용이 드는 행위라는 점, 도덕적 지탄을 받는 행위라는 점을 인식시키는 것에도 집중할 예정이다.
 
"청산율 87% 달성" 올 하반기부터 적극 대응
 
먼저, 올해 하반기에는 체불임금 집중청산에 나선다. 체불 특화 예방감독을 위해 올해 하반기 근로감독을 기존 계획보다 대폭 확대(1만5000개소→2만7000개소)하고,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 및 지방자치단체와 합동 감독에 나선다.
 
또한, 올해 체불청산율 87% 달성을 목표로 오는 추석 전에는 체불 집중청산 지도기간을 운영할 예정이다. 사업주 융자 및 대지급금 지급범위를 확대(최종 3개월분→6개월분 임금)해 피해노동자를 신속하게 보호하고, 변제금 회수율 제고를 위해 회수전담센터 설치 및 국세와 같은 강제징수 절차 도입을 검토한다.
 
올해 10월 23일엔 이른바 '상습체불사업주 근절법'으로 불리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시행될 예정이다. 노동부는 "신용제재 등 경제적 제재를 강화하는 새로운 제도가 효능감 있게 시행될 수 있도록 하고 법 시행 후 제재 사례 등을 널리 알려 체불행위에 대한 경각심을 제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구조적 체불 발생 취약점 개선
 
다단계 하도급이 만연한 업종에 대해선 도급비용 중 임금비용을 구분해 지급하도록 법제화한다. 발주자가 하도급 노동자에게 직접 임금을 지급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 방안도 추진한다. 건설, 조선 업종부터 우선 추진하되 사회적 논의를 통해 적용 업종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퇴직연금 도입을 단계적으로 의무화한다. 퇴직금의 경우 퇴직 시 일시에 지급해야 해 임금체불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퇴직금 체불이 총 체불액의 40%를 차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퇴직금보다는 사전에 사외 적립을 할 수 있는 퇴직연금을 도입할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의무화할 계획이다.
 
"임금체불은 막대한 경영상 비용"으로 인식시켜
 
그동안 임금체불이 발생해도 사업주가 체불액의 30% 미만에 그치는 벌금형에 처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에 정부는 사업주가 임금체불을 '막대한 경영상 비용'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체불범죄의 법정형을 횡령 등 재산 범죄형량 수준으로 상향(3년 이하→5년 이하 징역)하고 관련 기관과 적극적으로 협의해 실효적 구형ㆍ양형기준을 설정해 나갈 계획이다.
 
명단공개 대상이 되는 체불사업주의 범위도 확대한다. 현행 명단공개 대상은 '3년 이내 2회 이상 유죄 확정'이다. 이를 '1회 이상 유죄 확정'으로 바꿔 한 번만 유죄가 확정돼도 명단공개 대상에 이름을 올릴 예정이다. 명단공개에도 불구하고 다시 체불을 하는 사업주에 대해선 반의사불벌 적용 제외, 과징금 부과, 징벌적 손해배상, 출국금지 등을 병행하는 방안도 구체화할 예정이다.
 
신용제재 대상 역시 확대해 금융기관에서 대출 심사 제한을 받도록 할 예정이다. 고액의 임금체불액으로 불법성이 높은 경우엔 단 한 번이라도 체불하면 체불임금 청산 전까지 정책자금 융자, 정부 보조ㆍ지원사업 등이 제한된다.
 
마지막으로, 사업주의 자발적 준법 노력이 이어질 수 있도록 모범 사업장을 발굴해 포상한다. 채용플랫폼 등과 협업해 구직자가 체불 등 노동법 위반 사실이 없는 사업장을 선별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한다.


 
김 장관은 "임금체불은 노동자와 그 가족의 생계를 위협하는 임금절도이자 심각한 범죄"라며 "노동존중사회로 가는 첫걸음이자 기초노동질서 확립을 위한 초석이 임금체불을 근절하는 일"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번 대책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체불 데이터 관리체계를 선진화하고 범정부 임금체불 근절 추진 TF에서 지속적으로 대책의 성과를 점검해 필요 시 반의사불벌죄 개선 등을 포함한 더욱 강력한 방안을 마련해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며 "기초노동 질서가 준수되는 노동존중사회로의 변화를 국민이 직접 체감할 수 있도록 범부처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이동희 기자 dhlee@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