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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법률] 김한나 법무법인 율사서재 변호사

1. 들어가며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규정이 시행된 이후로 약 6년이 경과한 현재, 단순히 직장 내 괴롭힘 발생과 그 신고의 문제를 넘어 파생된 쟁점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으며, 그 중의 하나가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이후 '사용자의 조치'와 관련된 다툼이다. 아래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이후의 사용자의 조치와 사용자의 부당한 조치에 대한 구제수단 등 파생 쟁점에 대해 검토해 보기로 한다. 

2.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이후 회사의 조치

근로기준법 제76조의 3(이하 '동조'라고 한다)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이후의 사용자의 조치에 대해 크게 두 가지로 나눠 규정하고 있으며, 구체적으로 사용자는 신고 이후 조사기간 동안 신고인에 대한 근무장소 변경, 유급휴가 명령 등(동조 제3항)을 해야 하고, 조사결과 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된 이후에는 신고인에 대해서는 근무장소 변경, 배치전환, 유급휴가 명령 등을, 행위자에 대해서는 징계, 근무장소변경 (동조 제4, 5항) 등을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사용자는 인사조치에 대해 상당한 재량을 가지고 있으므로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발생한 경우에도 동조에서 열거한 조치를 포함한 제반 조치 중 사업장의 상황 등을 고려해 가능한 범위의 다양한 조치를 선택할 수 있고, 반드시 피해 근로자가 원하는 특정 조치만을 선택해야 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동조의 입법 취지는 직장 내 괴롭힘 피해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고, 또한 규정 자체에서도 피해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지 않아야 하며 피해 근로자가 요청하는 경우에만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와 같은 입법 취지 및 규정 형식에 따른 제한은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사용자로서는 적어도 동조 각 항에 예시된 조치에 준하는 사후 조치를 해야 하고, 또한 피해 근로자가 사용자가 결정한 조치를 정면으로 거부하고 있다거나 무급휴가 명령과 같이 피해 근로자에게 그 조치로 인해 생활적ㆍ경제적 불이익이 발생하는 경우는 인사권자의 재량 범위를 벗어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3. 부당한 조치에 대한 구제수단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이후의 사용자의 인사조치가 재량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여지는 경우에는 근로자(피해 근로자, 행위자를 포함한다)는 이에 대해 당연히 법적 절차를 통해 다툴 수 있으며, 해당 조치가 근로기준법 제23조에서 열거하고 있는 휴직, 전직 등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무효 확인의 소 등 곧바로 소로서 다툴 수 있는 것은 당연하고, 소송외적으로는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사용자의 분리조치가 근로기준법 제23조의 '그 밖의 징벌'에 해당해 그 자체로 구제신청의 대상이 되는지에 관해서는 별도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서울행정법원은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로 인정된 근로자에게 작업공간을 조정하는 분리조치를 한 사안에서 "사용자에 의한 인사권 행사 중 근로관계의 유지를 전제로 기업 내 또는 기업 간에 근로계약상 본질적 내용인 근로 내용ㆍ장소, 근로제공ㆍ근로계약의 상대방 등이 상당한 기간 변경됨으로써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초래하는 것을 의미하는 인사이동 역시 그 근거, 업무상 필요성과 근로자의 불이익을 종합한 정당한 이유 여부에 따라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는 그러한 인사이동 자체가 무효이므로 근로자는 이에 따를 의무가 없으며 이에 대하여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면서 위 사건에서의 분리조치가 인사이동 조치의 일환이라는 이유로 구제신청의 대상이 된다고 판단한 바 있으며(서울행정법원 2023. 10. 19. 선고 2022구합70339 판결, 다만 해당 사건의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에서는 해당 근로자기 정년퇴직하여 분리의 필요성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관련 항소 부분을 각하함), 구제신청 대상 여부에 대해서는 명칭에만 근거해 일률적으로 판단하기보다는 구체적 사안에서 사용자의 조치로 인해 근로자에게 경제적, 정신적, 생활상 불이익이 발생하는지에 따라 판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사용자가 피해 근로자에 대한 조치를 전혀 이행하지 않은 경우 민사집행법상 사용자로 하여금 적절한 조치를 하도록 하는 내용의 가처분을 신청할 수 있는지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하급심 판례는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직장 내 괴롭힘 조사 과정에서 보호조치를 이행하고 이를 제대로 이행되도록 지시 감독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의 가처분을 신청한 사건에서 이미 분리조치 등을 실시하고 있는 사정을 고려해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피해 근로자의 신청을 기각했으나(서울중앙지방법원 2020. 6. 8.자 2020카합20743 결정), 보호조치가 전혀 이행되지 않은 경우라면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있고 이 경우 그 이행을 강제하기 위한 간접강제를 동시에 신청함으로써 보다 실효성 있는 구제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4. 부당한 조치로 인한 손해배상의 문제

피해 근로자에 대한 사용자의 조치가 부당한 경우 사용자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 청구할 수 있다면 그 범위는 어떻게 되는지 문제될 수 있다(사용자의 조치가 동조 제6항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나, 이와 관련된 문제는 논의에서 제외한다). 대법원의 확립된 법리에 의하면 사용자에게는 근로자에게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할 보호의무 내지 안전배려의무가 있으며, 근로기준법 제76조의3에서 규정하고 있는 피해 근로자에 대한 조치 역시 이를 구체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피해 근로자에 대한 조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경우 이는 동시에 사용자의 근로자에 대한 보호조치의무 위반에도 해당한다고 볼 수 있으므로 근로자는 이를 이유로 위자료 상당을 청구할 수 있을 것이다. 하급심 판례도 동일한 취지로 사용자가 직장 내 괴롭힘 피해 근로자에게 직장 복귀 이후 근무장소 변경 등 보호조치를 전혀 하지 않은 사안에서 사용자에게 보호조치 위반을 이유로 한 위자료 상당액을 배상하도록 판단한 바 있다(춘천지방법원 2024. 1. 31. 선고 2021가단37928 판결). 

나아가 사용자의 무급휴직명령 등 피해 근로자에게 정신적 고통을 넘어 경제적 불이익까지 발생한 경우에는 위자료뿐만 아니라 임금 상당액의 손해배상도 청구할 수 있는지 문제된다. 이와 같은 경우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 요건을 충족하는 한 휴직기간에 상응하는 임금상당액의 손해배상 역시 청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나, 근로자 측의 과실(약한 의미의 부주의)을 이유로 한 과실상계의 가능성이 있다. 이에 반해 위와 같은 경우는 임금채권자인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인해 피해 근로자가 근로를 제공하지 못한 것이므로 민법 제538조의 위험부담법리에 근거해 임금상당액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볼 수 있고, 이와 같은 경우 근로자로서는 손해배상청구와는 달리 과실상계의 위험을 피할 수 있는 실익이 있다. 

5. 결어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해서는 신고남용의 문제도 적지 않게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고, 위와 같이 파생되는 다툼으로 인해 사용자뿐만 아니라 소속 근로자들이 겪고 있는 피로도 또한 상당하며, 제도 자체의 수정 또는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다수 있다. 이와 같은 과도기적인 상황에서 사용자로서는 직장 내 괴롭힘 신고로 인해 파생되는 분쟁들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규정 및 그 입법 취지에 부합하는 일관된 조치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