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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법률] 이종언 노무법인 평정 공인노무사
 
1. 도입 및 문제정의
 
(도입)
 
지점, 지사 또는 사업부문 폐지는 다음과 같이 다양한 이유로 발생한다.
 
- 특정 지점, 지사의 경영사정이 악화돼 더 이상 해당 지점 등의 유지가 불가능한 경우
- 기술, 사회 환경 등의 변화로 특정 사업부문에서 철수하는 경우
- 현재 경영사정은 나쁘지 않으나 장래 경영합리화를 위해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한 경우
 
이와 같이 지점, 지사 또는 사업부문 등을 폐지하는 것은 고도의 경영상 판단에 따른 의사결정으로서 의사결정을 한 경영진은 그 목적달성을 위해 인사팀 또는 인사담당자에게 소속 직원들과의 근로관계를 해지하도록 지시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의 정의)
 
위와 같은 지시를 받은 인사담당자는 대상자들과 1:1 면담 등을 통해 사직을 권고하는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최근과 같이 재취업이 어려운 환경에서 대상자들은 사직을 거부하거나 무리한 수준의 퇴직위로금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인사담당자는 다음 순서로 해고를 고민할 수밖에 없으며 다음과 같은 의문점에 봉착하게 된다.
 
① 정리해고 요건이 아무리 까다롭더라도 지점이 폐지되는 정도까지 이르면 정리해고의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을까?
② 폐지되는 지점 소속 근로자들에 한정해 해고하면 그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을까?
③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발생한 유휴인력들에게 어떤 조치를 해야 될까?
 
2. 자문사례 소개 및 질의내용
 
대상 자문사는 금융업으로 서울에 본사를, 전국 각지에 지점을 두고 있으며 상시근로자는 약 220명이다.
 
대상 자문사의 대전지점은 총 6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다른 지점대비 실적이 매우 저조고 앞으로도 개선될 여지가 없어 보여 경영진은 대전지점을 폐지를 결정하고, 대전지점 직원들 전원에 대해 근로관계를 해지하라는 지시를 했다고 한다.
 
이에 인사팀은 경영진의 승인을 받아 퇴직위로금 최대 2개월분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권고사직을 진행했으나 6명 중 2명만 사직에 응했고, 나머지 4명은 "대전 지점 폐지는 근로자들 책임이 아니고 회사의 경영이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하며 사직을 거부했다고 한다. 이에 인사담당자는 당 법인에 다음과 같은 질의를 했다.
 
(인사담당자의 실제 질의)
 
① 대전지점은 3년째 적자 상태이고 매출이 다른 지점대비 현저히 낮은데, 이 정도면 정리해고의 요건을 충족했다고 볼 수 없을지?

② 아무리 정리해고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대전지점 소속 근로자들만 해고할 경우 그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지 않을지?
 
3. 검토결과 및 실제답변
 
(실제답변)
 
첫째, 귀사의 이번 사례는 정리해고의 개시요건인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를 충족했다고 보기 어렵다.
 
대전지점은 귀사와 독립된 별개의 사업으로 볼 수 없으므로, 귀사 전체의 경영사정을 기준으로 정리해고 요건 충족 여부를 살펴봐야 한다.
 
이를 살펴보면 대전지점은 비록 최근 3년간 적자가 지속됐으나, 반면 귀사는 최근 3년 연속 영업이익이 발생했고, 확인결과 대전지점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귀사 전체의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 미만에 불과하며, 대전지점의 경영악화는 국제정세, 환율, 정부정책 등 구조적인 요인에 기인한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
 
둘째, 대전지점 소속 근로자들만 해고한다 하더라도 그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없다.
 
독립적인 사업 또는 사업부 자체가 폐지(폐업)됐을 때 어쩔 수 없이 이루어진 소속 근로자의 해고는 그 성격이 통상해고이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으나, 귀사의 대전지점은 앞서 본 바와 같이 독립성이 있다고 볼 여지가 없으므로 통상해고의 요건 또한 충족할 수 없다.
  
4. 문제해결 과정
 
1) 정리해고의 요건과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
 
근로기준법 제24조 제1항에서는 정리해고의 정당성에 관한 요건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①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을 것
②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한 후 시행할 것
③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의 기준을 정하고 이에 따라 그 대상자를 선정할 것
④ 근로자대표에게 해고를 하려는 날의 50일 전까지 그 사실을 통보하고 성실히 협의할 것
 
여기서 가장 중요한 요건은 ①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을 것'인데 그 이유는 ②, ③, ④번 요건은 정리해고 진행절차에 관한 요건으로서 전체적으로 그 절차적 요건들을 전체적으로 성실히 준수했다고 판단된다면 일부 개별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정리해고의 정당성이 부정되지 않는 반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는 정리해고의 성립요건으로서 이를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 다른 요건의 충족 여부는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가 없이 정리해고의 정당성 자체가 부정되기 때문이다(대법원 2002. 7. 9. 선고, 2001다29452 판결 등 참고).
 
그렇다면 특정 지점 또는 사업부문을 폐지함에 따라 해당지점 또는 사업부문 소속 근로자들에 한해 단행하는 정리해고는 어떨까? 해당지점 또는 사업부문만 따로 구분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인정되면 정리해고를 할 수 있을까?
 
2) 법원의 판단기준
 
관련해 대법원은 특정 지점 또는 사업부문의 경영악화로 인한 정리해고에 있어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이란 기업의 일부 지점 또는 사업부문의 수지만을 기준으로 할 것이 아니라 기업 전체의 경영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돼야 하며(대법원 1999. 4. 27. 선고, 99두202 판결 참조), 예외적으로 다음 각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특정 지점 또는 사업부문을 따로 떼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을 판단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06. 9. 22. 선고, 2005다30580 판결 참조).
 
① 특정 지점 또는 사업부문이 다른 부문과 인적ㆍ물적ㆍ장소적으로 독립되어 있을 것
② 재무 및 회계가 분리돼 있을 것
③ 경영여건(예를 들면 노동조합도 각 사업부문별로 조직되는 등) 또한 서로 달리할 것

이에 따르면 이번 사례와 같이 특정 지점을 폐지하는 경우 ①번 요건 충족에는 전혀 무리가 없으므로 문제는 ②번과 ③번 요건의 충족여부인데, 대부분의 회사에서 ②번 요건 충족을 쉽게 생각해 정리해고를 단행했다가 이를 인정받지 못해 낭패를 보는 사례가 많다. 여기서 말하는 재무 및 회계의 분리여부란 내부 문서 상 각 지점과 사업부문별로 매출과 영업이익을 구분해 작성했다는 사정만으로는 인정되지 않고, 외부 공시 또한 별개로 이루어지고, 각 사업부문별로 독립적인 재무담당 조직을 두고 있는 등의 사정까지 충족해야 비로소 '재무 및 회계가 분리되어 있다'고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좀 더 쉽게 판단하고자 한다면 각 지점, 사업부문의 재무ㆍ회계를 본사의 조직에서 일괄 관리하는 경우 '재무 및 회계분리'는 인정될 여지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이번 사례의 경우도 각 지점의 재무ㆍ회계는 내부 문서상으로는 분리돼 있으나 그 외 분리돼 있다고 볼 근거가 없고, 나아가 본사의 재무팀이 전체 지점의 재무 현황을 일괄 관리하는 경우로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는 대전지점만으로 판단할 수 없고 대상 자문사 전체의 매출, 영업이익 등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되는 경우에 해당된다.
 
그러나 대상 자문사의 최근 3년간 재무제표를 확인해본 결과 대전지점만 문제가 있을 뿐 회사 전체는 매출이 매년 성장하고 있고, 영업이익 또한 3년간 흑자임을 확인했다.
 
3) 여기서 포기해야 할까?
 
대상 자문사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정리해고를 할 긴박한 사정이 있다고 보긴 어려우나, 검토를 여기서 중단할 수는 없고 추가적인 검토가 더 필요한데, 그 이유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에 관해 대법원은 반드시 적자가 누적되는 등 도산이 우려되는 상황까지 해당될 것을 요구하지 않고 '장래에 올 수도 있는 위기에 미리 대처하기 위해 인원 삭감이 객관적으로 보아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가 인정된다면 비록 사업 자체가 계속 흑자를 기록하는 등의 사정이 있더라도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은 인정된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이번 자문사의 사례는 인원 삭감이 객관적으로 보아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받을 수 있는 경우에 해당될까?
 
일부 지점, 사업부문 폐지로 정리해고를 단행한 사례에서 인원 삭감의 합리성 판단과 관련해 대법원은 ①일부 지점, 사업부문의 경영악화가 구조적인 문제(예를 들면 AI 기술의 발달로 인한 특정 산업의 침체,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LCD패널의 몰락 등)에 기인할 것, ②해당 사업부문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기업 전체의 경영상황까지 악화될 우려가 있을 것을 충족하는 경우 인원삭감에 합리성이 인정된다는 입장이다(대법원 2012. 2. 23. 선고 2010다3735 판결 참조).
 
이와 같은 법리에 따라 이번 사례를 판단해 보면 ①대전지점 외 다른 7개의 지점은 경영사정이 악화됐다고 볼만한 사정이 없어 경영악화의 원인이 사업의 구조적인 문제라고 볼 수 없고, ②해당 업종은 사회 환경과 기술의 발달에 영향을 받는 사업이라고 보여 지지도 않으며, ③대전지점이 가장 최고의 성과를 달성한 년도를 기준으로 봤을 때에도 대전지점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체의 10%를 넘지 못하고 있으며 지출비용의 비중 역시 전체 사업대비 10%를 초과하지 않는 점 등 '인원 삭감의 합리적 이유' 또한 인정받을 수 없는 경우로서 정리해고를 개시할 수 있는 성립요건을 충족할 방법은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4) 폐업 시 통상해고의 정당성이 인정되는 것처럼 통상해고 진행은 가능할지?
 
어떤 사업체가 폐업하는 경우 자연히 소속 근로자들과 근로관계는 해지될 수밖에 없는데 법원은 이를 '폐업에 따른 통상해고'로 보면서 그 해고의 정당성을 인정해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사업체의 특정 지점이 경영악화로 폐지되고 해당지점의 근로자들만 해고한다면 통상해고와 그 외견이 유사할 것인데, 과연 통상해고의 정당성은 인정받을 수 있을까? 즉 같은 사안으로 정리해고가 아닌 통상해고를 주장한다면 그 정당성은 인정받을 수 있을지 여부 또한 검토해볼 필요가 있어 검토를 진행했다.
 
검토 결과 경영악화로 지점 또는 사업부문이 폐지된 경우 정리해고보다 통상해고로 인정받는 것이 더 까다롭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법원은 어떤 지점 또는 사업부문의 폐지에 따라 해당지점 또는 사업부문 소속 근로자들만 해고한 사안에서, 그 해고가 통상해고로서 정당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일부 사업의 폐지ㆍ축소가 사업 전체의 폐지와 같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고 하면서 그 요건으로 ▲해당 지점 또는 사업부문이 인적ㆍ물적조직 및 운영상 독립돼 있고, ▲재무 및 회계의 명백한 독립성이 갖춰져야 하며, ▲나아가 폐지되는 사업 부문이 존속하는 다른 사업부문과 취급하는 업무의 성질이 전혀 달라 다른 사업부문으로의 전환배치가 사실상 불가능할 정도로 업무의 호환성이 없는지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살펴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대법원 2021. 7. 29. 선고 2016두64876 판결 참고).
 
대법원의 이러한 통상해고의 요건을 살펴보면 앞서 본 정리해고의 요건과 대부분 일치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고, 정리해고의 경우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인원삭감이 객관적으로 봤을 때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면 정당성을 인정해주는데 반해, 통상해고는 이러한 예외조차 인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경영사정 악화에 따른 지점 또는 사업부문 폐지 시 통상해고는 정리해고보다 그 정당성을 인정받기 더 어려우므로 고려할 필요가 없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따라서 이상의 검토결과를 종합하면 특정 지점 또는 사업부문 폐지 시 다음 Solution과 같은 절차에 따라 업무를 진행하는 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고 가장 효과적이며 바람직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고 대상 자문사에 이를 제안했다.
 
5. 실제 제시한 실행방안
 
이번 경우는 정리해고, 통상해고의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여지가 없으므로, 권고사직 거부자들에 대해서는 다른 지점 또는 본사 등 적합한 사업장으로 배치전환을 진행한 후 경과를 지켜봐야 하며, 다음번 유사한 사례 발생 시 다음과 같은 절차에 따라 업무를 진행하면 된다.
 
① 어떤 경우든 권고사직 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가장 선행되어야할 조치
 
② 거부자들 발생 시 정리해고 진행 가능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 다음의 요건을 충족하는지를 살펴본 후 충족한다면 정리해고 절차 진행
- 특정 지점 또는 사업부문을 넘어 회사 전체의 경영사정이 악화됐는지
- 위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 폐지되는 지점, 사업부문의 경영악화 요인이 사회적ㆍ기술적 대외환경의 변화 등 구조적인 요인(쉽게 말하면 사실상 불가항력적인 요인)으로 인한 것인지
- 폐지되는 지점, 사업부문이 회사 전체의 재무상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한지 여부
 
③ 위 ②번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면 적합한 배치전환 사업장, 부서 검토
 
④ ③번 과정 진행 시 최소 2회 이상 대상자와 면담 등 협의과정 진행 및 진행한 사실을 기록으로 남겨둘 것
 
⑤ (가능하다면)배치전환에 따른 대상자의 동의서를 징구할 것
 
침체된 경기가 아직 회복되고 있지 못하면서 이에 유사한 사례가 계속 발생되는 것으로 확인된다. 이번 자문사례가 구조조정을 고민하고 실행하는 회사에 도움이 되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