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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법률] 이준희 광운대 법학부 교수

흘러가는 시간

2025년 8월 24일 소위 노란봉투법이라고 지칭되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의결됐다. 이 법안은 9월 9일에 공포됐고, 2026년 3월 10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이 법률을 '개정 노동조합법'이라 한다). 개정 노동조합법의 핵심 내용은 (i)사용자 범위를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까지 확장해 기업 간 협력체계 내에서 실질적 사용자와의 교섭 경로를 제도화하고, (ii)노동쟁의의 개념을 확대하며, (iii)파업 관련 손해배상 청구의 범위·방식을 합리화(기여도별 책임 등)하는 것이다. 

노동계와 경영계, 정부와 학계 모두 개정법의 시행을 앞두고 무척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뜻밖에도 주로 논란이 되는 것은 노동조합과 조합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조정하는 노동조합법 제3조가 아니다. 노동조합법상 사용자 정의를 추가하고, 노동쟁의의 정의를 확대한 제2조 제2호와 제5호가 주된 논란의 원인이다. 이 조항들이 바로 단체교섭이라는 현실의 절차를 진행하기 위한 상대방의 범위와 절차, 교섭의 대상에 직결되는데, 아직 합리적인 해석 방안이 제시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덧 고용노동부가 지침을 완성할 것으로 기대되는 연말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지만, 아직 어느 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정부와 노동계, 정부와 경영계가 부지런히 TF를 만들고 모였지만 질문만 늘어 가는 것 같고, 학계는 학계대로 부지런히 학술대회를 열어서 논의했지만 각자의 생각만 더해지는 것 같다. 해석의 모호성은 위헌성 논란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최근 개정 노동조합법에 대한 위헌 여부를 다툰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사건의 자기관련성과 침해의 현재성을 부정해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각하했다. 아무튼 시간은 흘러가고 연말이 아니라 이대로라면 논란에 논란만 더하다가 내년 3월 10일이 금방 닥칠게 분명하다.

논란이 발생하는 이유

법률을 개정한 이후에 적용 방향과 적용 효과를 놓고 이렇게 논란이 반복되는 것은 너무 아쉽다. 2013년에 정년을 60세로 법제화하는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 개정된 이후 임금피크제 도입을 둘러싸고 해당 법률의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의 해석에 관해 논란이 아직도 가라앉지 않고 있는데 우리는 또다시 정년 연장을 검토하고 있다. 2021년도에 노동조합법 제37조에 3항을 신설해 "노동조합은 사용자의 점유를 배제하여 조업을 방해하는 형태로 쟁의행위를 해서는 아니 된다"라는 문구를 규정했지만, 여전히 점유의 의미와 배제의 정도 및 방해의 정도를 둘러싸고 해석론은 정립되지 못하고 있다. 왜 우리는 법률을 만들고 나서야 뒤늦게 그 뜻과 효과를 생각하는 우를 계속 범하고 있을까? 그 가장 큰 원인은 진부하게도 상대방의 반론을 수용하지 않는 진영론의 경직성과 배타성이다. 법률 개정안이나 제정안이 시행됐을 때의 효과에 대한 시뮬레이션이나 타당성 검토, 해석론의 검증은 생략된 채 결렬한 피상적 논쟁만 거쳐 특정 진영의 주장을 담은 내용이 법률이 되는 입법 과정이 반복되고 있다. 하지만 일단 법률로서 성립이 됐으면 이것을 합헌적이고 합리적이고 조문의 문리적 내용과 법률의 체계에 부합하게 해석을 해내야 하는데, 그 과정이 몹시 어렵고 안쓰러운 것이다.

사용자 정의 확장에 따른 해석론의 모색 

개정 노동조합법 제2조 제2호는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의 정의에 기존의 내용 외에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를 추가했다. 이러한 개정은 대표적으로 개념의 내용상 모호성과 근로자 정의와 사용자 정의의 부정합 발생, 단체교섭 창구단일화 및 단체교섭의 상대방으로서의 사용자 개념의 혼돈, 노동조합법 각칙 규정들과의 부정합 발생 등으로 인한 많은 논란을 초래하고 있다.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지 여부는 비록 다른 법률에서도 사용된 바 있는 개념이기는 하지만, 결국 법원 판결을 통해 그 내용이 결정될 수밖에 없는 매우 추상적인 개념이다. 개정 노동조합법의 원칙적 해석에 따르면 단체교섭의 대상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가 있는지에 따라 각각의 쟁점별로 판단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관점은 최근 판결인 한화오션 사건 판결이나 현대제철 사건 판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 따르면, 노동조합이 교섭요구 시점에 상대방으로 지목한 사용자 측에 대해 교섭요구사항(교섭의제)을 모두 제시해야 하고, 각 교섭요구사항별로 상대방으로 지목된 사용자 측이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한 후, 그 판단에 따라 교섭요구 상대방으로서의 당사자성이 인정된 경우에 한해 해당 사용자가 교섭요구사실을 공고하는(노동조합법 시행령 제14조의3) 절차를 구성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절차는 교섭과정에서 현실적으로 이행될 수 없다. 각 교섭요구사항별로 판단하려 할 때 노사의 이견이 각각의 의제에 관해 발생하고, 각각에 관해 노동위원회와 법원의 판단을 받으려면 절차가 무한정 지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제에 있어서는 불법파견 판단기준에 준해 원청이나 모기업이 실질적인 사용자로서 지휘·명령을 해 온 지위에 있는지 여부를 판단한 후에 교섭요구사실 공고를 하도록 하고, 교섭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개별 교섭요구사항별로 사용자로 지목된 원청이나 모기업의 사용자가 교섭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교섭절차가 진행돼야 한다는 관점이 제기된다. 현재로서는 현실적 실행 가능성을 이유로 후자의 이 절차가 채택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러한 절차를 택한다고 해서 단체교섭 절차가 지연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단체교섭 절차 개시를 위한 교섭요구사실 공고 단계에서의 단체교섭 응낙의무, 단체교섭 거부로 인한 부당노동행위 성립 여부, 교섭요구사실 공고의무 인정 여부 등 여러 절차상의 미해결 난제들이 남아 있다.

현행 노동조합법의 해석상 사용자의 개념은 노동조합법 제2조 제2호의 해석이라고 볼 수는 없다. 제2조 제2호는 범위를 제시한 조항일 뿐이기 때문이다. 사용자 개념은 근로자 개념이 정의되면 그에 따라 맞은편의 당사자가 사용자가 되는 구조였다. 따라서 여기에 해당하는 사용자는 크게 ⑴종사근로자인 조합원과 근로계약관계가 있는 사용자, ⑵종속성 표지 판단을 통해 인정되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등의 사용자, ⑶원하청 관계 등에서 실질적 지배력이 있는 사용자 등으로 법원 판결을 통해 그 범위가 점차 확대돼 가는 경로에 있었다. ⑶에 해당하는 사용자가 소위 '실질적 지배력'을 근거로 하는 사용자 개념에 해당하고, 이에 대해서는 대법원 판결이 명시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하급심 법원 판결이 축적돼 가고 있었다. ⑶에 해당하는 사용자 개념을 개정 노동조합법이 명문으로 입법한 것이다. 

개정 노동조합법이 통과된 결과 여러 가지 쟁점이 새로이 생성됐다. ⑴, ⑵의 사용자를 협의의 사용자로, ⑶의 사용자를 광의의 사용자로 본다면 협의의 사용자와 광의의 사용자 사이의 관계가 우선 문제가 된다. 예를 들면, 하청 노동조합이 원청 사용자에게 단체교섭을 요구했을 때 원청 사용자는 교섭요구를 받은 사실을 하청 사용자에게 통보해야 하는가? 원청 사용자가 체결한 단체협약은 하청 사용자에 대해 구속력이 있는가? 단체협약 유효기간 중에 원하청 계약관계가 종료되면 단체협약의 효력도 중지되는가? 원청 사용자와 하청 사용자가 공동으로 이행 의무를 지는 관계에서 원청 사용자가 그 사항을 이행하면 하청 사용자는 의무를 면하는가? 양자는 부진정연대채무관계인가, 연대채무관계인가 등 꼬리를 무는 쟁점이 제기된다. 그 중 일부는 민법상 병존적 채무인수 법리를 적용하면 해결되지만, 모든 쟁점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교섭요구사실 공고의 범위를 어떻게 정할 것인가? 교섭단위 분리가 가능한가? 개별교섭 동의의 효력은 어디까지인가? 등 기존부터 제기돼 온 유명한 쟁점들 이면에 무수한 숨은 쟁점들이 도사리고 있다.

노동조합 결격사유 삭제의 영향

개정 노동조합법 제2조 제4호는 노동조합 결격사유에서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를 삭제했다. 노동조합 구성원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여야 한다는 요건을 삭제한 것이다. 사용자 정의는 추상적 개념으로 확대하면서 노동조합 가입 자격의 경계를 삭제한 개정 방향은 개정 노동조합법이 완전한 초기업단위 노사관계 체계를 지향하는 입법임을 나타낸다. 이 규정으로 인해 단체교섭 창구단일화 과정에서 산별노조 지회가 기업별 노동조합과 같은 지위에서 교섭창구 단일화 대상에 포함되는지 여부에 대한 논쟁이 촉발될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쟁의 개념 확대에 따른 해석론의 모색

개정 노동조합법 제2조 제5호는 노동쟁의의 개념을 '임금·근로시간·복지·해고 기타 대우등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인하여 발생한 분쟁상태'에서 '임금·근로시간·복지·해고·근로자의 지위 기타 대우등 근로조건의 결정과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 및 제92조 제2호 가목부터 라목까지의 사항에 관한 사용자의 명백한 단체협약 위반으로 인하여 발생한 분쟁상태'로 변경했다. 과거 기존 조항에서 '결정'을 삭제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주로 발의됐었는데, 이번에 통과된 개정안은 단순히 '결정'을 삭제하는 방향을 택하지 않고, '결정'을 존치하면서 여러 사항을 추가하는 형식을 취했다.

여기에서도 문제는 모호성이다. 개념의 외연을 확정할 수 없는 문제다.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에서 과연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명백히 영항을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할 수 있는 사항을 구획 지을 수 있는가의 문제가 발생한다. 사업의 인수합병, 신규 사업 투자, 해외직접투자, 연구개발 비용 증대 등이 모두 근로자의 근로조건과 연결시키려면 연결시킬 수 있는 사항이기 때문이다.

노동쟁의 개념 확대에 따른 해석론 재정립에 있어서 쟁점은 두 가지 층위로 나눌 수 있다. 즉, 사용자의 사업경영상 결정의 구체적인 세부 내용을 각각 평가해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지 확정해야 한다는 '구체적 사항 중심 판단원칙'과 그 영향의 정도는 상당한 정도의 영향이어야 한다는 '상당성의 원칙'이다. 먼저 구체적 사항 중심 판단원칙을 설명하면 사용자의 사업경영상의 결정을 세부적으로 나눠 그 중에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선별해 그것에 대해서만 노동쟁의를 인정하는 것이다. 즉, 기업의 특정 사업부문의 폐지나 매각 그 자체는 사용자의 고유한 경영권의 내용으로서 인정하되, 그에 수반되거나 수반될 수 있는 근로자의 해고, 배치전환, 급여조정 등에 대한 쟁점에 대해 노동조합이 주장을 제기하고 교섭이 이루어질 경우 노동쟁의의 대상이 된다고 인식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그러한 노동조합의 주장이 단체교섭 절차로 관철되기 이전에 사용자의 단체교섭 거부와 그로 인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이 다퉈지는 등 상당한 사전 분쟁이 예상된다. 다음은 상당성의 원칙이다. 즉,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미세한 정도로 영향을 미칠 뿐인 사업경영상의 결정과 상당한 정도로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을 구별해 후자의 경우로 노동쟁의의 외연을 한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사용자의 모든 사업경영상 의사결정이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쳐 모든 사업경영상의 의사결정에 대해서 노동쟁의를 인정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기 때문이다.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상당한 정도의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를 획정할 수 있는 경계를 어느 지점으로 설정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규범논리적 논증과 사회적 논의가 불가피하다.

그 외에 개정 노동조합법은 여전히 권리분쟁을 단체교섭의 대상에서 제외하는 듯한 형식으로 입법됐으나, 사실상 권리분쟁이 단체교섭의 대상에 포함될 수밖에 없는 해석론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해고·근로자의 지위 기타 대우등 근로조건의 결정'과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 등 한 조문 안의 두 개의 문구에서의 '결정'이 서로 다른 의미로 해석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에서의 결정은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합의를 뜻한다고 볼 수 없다. 사용자의 의사결정을 뜻한다. 그렇다면 '해고·근로자의 지위 기타 대우등 근로조건의 결정'에서의 결정도 더 이상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합의라고 해석할 수 없다. 즉, 단체협약 체결 전후의 모든 과정에서 근로자의 근로조건이 정해지는 모든 국면을 뜻한다고 해석이 확장될 수밖에 없고, 결국 권리분쟁도 단체교섭의 대상에 포함될 여지가 생기게 된다. 이는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노동관계 당사자가 규범이나 외부의 지원이 아닌 스스로의 교섭력을 바탕으로 노사관계를 자율적으로 형성해 나가는 역량과 관행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그밖에 '사용자의 명백한 단체협약 위반으로 인하여 발생한 분쟁상태'라는 내용은 결정적으로 노사관계의 모든 쟁점을 사법화(司法化)해 노사의 자율적인 대화와 타협과 규율 형성이 아니라, 모든 것을 법원에 호소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원인이 될 우려가 크다. 노동쟁의 개념 확대의 문제도 고용노동부의 지침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범위의 문제이며 결국 법원을 통한 분쟁해결 과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개정 노동조합법의 해석과 적용을 위한 새로운 논쟁의 시작

이상의 쟁점들에 관해 이제 우리에게 남은 과제는 정밀한 해석론을 정립해 개정 노동조합법의 미비한 부분이나 모순된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실에 부합하는 학계의 해석론 정립과 법원의 판례 형성이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그와 같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노동조합법 시행령의 개정을 통한 제도 보완이 불가피하다. 고용노동부 지침으로 해결될 수 있는 쟁점들이 아니며, 새롭게 대두되는 쟁점이므로 일일이 대법원 판결을 통한 판례 형성을 기다리는 것은 지나치게 장기간의 교섭 지연을 초래해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 그 와중에 개정 노동조합법의 당초 목적인 노동조합의 교섭 상대방을 실질적 사용자까지 확대함으로써, 원하청 구조에서의 책임 회피를 방지하고 실질적인 교섭권을 보장하려는 입법적 의지도 몰각돼서는 안 된다는 이중고가 확정적으로 예정돼 있다. 진영 논리에 따른 입법이 가져온 논란을 헤쳐 나가자니 참 갈 길이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