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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 2025-12-18 11:28:55

    수정 : 2025-12-18 16:12:55

직장 내 괴롭힘, 사후 대응만 늘고 사전 예방은 여전히 미흡

2025-12-18 11:28:55



일회성 교육만 있고 사전 대응 매뉴얼 미흡…“예방 교육부터 바뀌어야”
[2026년 1월호 vol.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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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민단체 회원들이 2020년 7월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제대로 시행을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은 기사와 관계없다. (사진=뉴시스)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제도가 시행된 지 6년이 지나면서 제도 자체는 현장에 안착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괴롭힘을 사후 처리하는 체계는 정형화된 반면, 이를 미리 막아야 할 예방 기능은 여전히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 예방이 일회성 교육 이수에 머물러 있는 한 갈등과 고충을 조기에 완화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일한 예방은 '일회성 교육' 이수?
     
    대부분의 기업에서 직장 내 괴롭힘 예방 조치는 연 1회 교육 실시 수준으로 관리되고 있다. 이마저도 직장 내 성희롱 교육은 근로기준법에 따라 1년에 한 시간 교육이 의무화돼 있는 것과 달리 직장 내 괴롭힘 예방 교육은 그러한 최소한의 의무 기준이 없다.
     
    실제로 기업 점검이나 분쟁 과정에서도 예방 조치 이행 여부는 교육을 실시했는지, 관련 자료를 남겼는지가 핵심 판단기준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예방 조치는 자연스럽게 일회성의 교육 이수라는 단일 지표로 축소되고 있다.
     
    다수 기업에서 예방 교육은 온라인 강의 시청이나 간단한 테스트 이수 방식으로 진행된다. 교육 내용 역시 직장 내 괴롭힘의 정의와 금지 행위를 나열하는 수준에 머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어떤 행위가 문제 되는지에 대한 인식 제고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실제 업무 현장에서 발생하는 갈등 상황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은 충분히 제시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기업 계열사에 근무했던 A 씨는 "팀 내에서 특정 직원에게 업무가 과도하게 몰리고 공개적인 질책이 반복되는 등의 상황을 목격했지만, 교육에서 배운 내용만으로는 어디까지가 개입 대상인지 판단하기 어려웠다"며 "이런 상황에서 동료가 먼저 나서야 하는지, 관리자가 나서야 하는지, 인사팀이 나서야 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조상욱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기업에서 하는 직장 내 괴롭힘 예방 교육은 기본적으로 일회성 행사에 가깝다. 괴롭힘 사건이 발생한 이후 문제의식 차원에서 급히 진행되거나, 다른 교육에 끼워 넣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방식으로는 갈등 초기 단계에서 어떤 행동이 문제 소지가 있는지, 조직이 어디까지 개입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을 만들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사전 대응, 어떻게 개입할까?…기준ㆍ절차 無
     
    실무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이 공식 신고로 이어지기 이전부터 일정한 신호가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특정 부서에서 고충 제기가 잦아지거나, 내부 갈등이 장기화되거나, 인사 이동과 퇴사가 집중되는 현상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징후를 사전 대응 대상으로 삼아 관리하거나 개입해 사전 예방으로 이어진다면 좋겠지만, 명확한 기준이나 절차는 마련돼 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견기업에서 인사 업무를 담당했던 B 씨는 "같은 팀에서 유사한 민원이 반복됐지만, 공식적인 신고가 들어오기 전까진 개입을 해야 하는지, 언제 개입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없어 판단하기 어려웠다"며 "관리자가 먼저 나섰다가 '왜 사적인 갈등에 개입하느냐'는 문제 제기를 받을까 봐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결국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들어오고 나서야 공식 절차가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사전 개입의 범위와 책임이 불분명하다 보니, 관리자나 인사부서는 갈등이 감지되더라도 적극적으로 개입하기보다 상황을 지켜보는 쪽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명확한 기준이 없다 보니 사전에 개입하지 않는 것이 가장 안전한 선택이라는 인식이 형성돼 있는 것이다.
     
    사전 대응을 평가하거나 책임과 연결하는 장치가 없다는 점도 문제로 거론된다. 괴롭힘이 발생했을 때 조사와 조치는 엄격하게 요구되지만, 그 이전 단계에서 조직이 어떤 예방 노력을 기울였는지는 점검 대상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조직 차원의 사전 관리보다는 사건 발생 이후의 대응 능력에만 관심이 쏠리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문강분 행복한일연구소 대표는 "기업이나 공공기관 모두 괴롭힘 사건이 발생하면 조사와 징계에 집중하는 프로세스를 갖추고 있지만, 괴로움을 겪는 상태를 조기에 해소하는 단계는 거의 없다"며 "괴로움이나 불편함을 해소하는 고충 처리 단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다 보니, 구성원들은 괴롭힘으로 신고해야만 절차가 시작되는 구조에 놓여 있다. 고충이 조기에 해결됐다면 괴롭힘 사건으로까지 이어지지 않았을 사례가 상당수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전 예방, 핵심은 '고충 관리ㆍ실효성 제고'
     
    직장 내 괴롭힘 제도가 구조적으로 사후 조사와 제재에 집중돼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예방은 취업규칙 반영과 정기 교육에 맡겨진 반면, 현장에서는 갈등과 고충을 조기에 완화할 수 있는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괴로움이 누적된 이후에야 신고와 징계로 이어지는 대응 방식이 반복되고 있으며, 예방 교육 역시 실질적인 기준과 감수성을 형성하는 데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표는 현행 직장 내 괴롭힘 제도가 구조적으로 사후 조치에 매몰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문 대표는 "근로기준법은 예방에 대해서는 취업규칙에 반영하도록 하는 정도에 그치는 반면 괴롭힘이 발생했을 때의 조사와 조치에 대해서는 매우 상세한 규정을 두고 있다"며 "제도 자체가 예방보다 사후 대응에 방점이 찍혀 있는 구조"라고 진단했다.
     
    문 대표는 직장 내 괴롭힘이 신고로 이어지는 현상의 원인으로 '고충 처리 시스템의 부재'를 꼽았다. 문 대표는 "고충 처리 단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니 구성원들은 괴롭힘으로 신고하는 선택지에 몰리게 된다"며 "고충 단계에서 해결했다면 괴롭힘 사건으로까지 이어지지 않았을 사례도 분명 있었다"고 했다.
     
    사전 예방의 핵심으로는 현장 관리자의 역할을 강조했다. 문 대표는 "분쟁이나 법적 문제로 발전한 이후의 대응은 감사, 인사, 윤리 부서의 몫이지만, 그 이전에 조직에서 누가 힘들어하고 있는지를 감지하고 조율하는 역할은 현장 관리자에게 있다"며 "조직 관리와 갈등 조율 역량이 관리자 평가의 핵심으로 자리 잡지 않으면, 사전 예방은 작동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조 변호사 또한 사전 예방을 위해 법적 기준보다 넓은 차원의 내부 기준과 문화가 필요하다는 점도 언급했다. 조 변호사는 "법에서 말하는 괴롭힘만 하지 않으면 된다는 식의 기준으로는 예방이 작동하기 어렵다"며 "법적 제재 범위와는 별개로, 조직 차원에서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행동에 대한 더 높은 기준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지금 구조에서는 괴롭힘이 발생한 뒤 조사와 제재로 대응하는 데 기업의 에너지가 소진된다"며 "예방을 통해 구성원 전반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지 않으면, 괴롭힘 자체도 줄지 않을 뿐 아니라 경계선상의 분쟁까지 모두 괴롭힘 제도로 흡수되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 변호사와 문 대표는 공통적으로 현행 직장 내 괴롭힘 예방 교육이 실질적인 사전 예방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두 전문가는 교육이 '의무 이행' 수준에 머무르면서 현장에서 필요한 기준과 감수성을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짚었다.
     
    문 대표 역시 현재의 예방 교육이 현장 적용성과는 거리가 멀다고 봤다. 문 대표는 "기업들이 시행하는 괴롭힘 예방 교육은 법 조문 설명과 '괴롭히면 안 된다'는 메시지 전달에 집중돼 있다"며 "괴롭힘이라는 개념 자체가 추상적인데다 개인의 경험, 연령, 젠더에 따라 괴로움의 인식이 크게 다른 상황에서, 단시간의 법 설명 교육만으로는 갈등을 예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특히 교육이 실제 조직 내 고충을 다루는 기능과 분리돼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문 대표는 "괴로움이나 불편함을 조기에 해소하는 고충 처리 단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다 보니, 구성원들은 괴롭힘으로 신고해야만 절차가 시작되는 구조에 놓여 있다"며 "예방 교육이 고충 처리나 갈등 조율과 연결되지 않는 한, 괴롭힘 제도는 계속 사후 대응 중심으로 작동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조 변호사는 직장 내 괴롭힘 교육이 특정 가해자를 통제하는 방식으로만 설계돼선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 변호사는 "예방 교육은 가해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 전체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며 "제도가 보호하려는 영역이 어디까지인지, 일반적인 갈등과 법적 괴롭힘의 경계가 무엇인지에 대한 공통된 이해를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괴롭힘 인정 여부 이전 단계에서 조직 구성원 전반의 인식 수준을 끌어올리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표는 "사후 조치 중심의 구조에서는 사건이 끝난 뒤에도 조직 내 갈등이 해소되지 않는 경우가 반복된다"며 "예방 교육은 조사와 징계로 이어지는 제도의 입구가 아니라, 고충을 조기에 완화하고 갈등을 조율하는 조직 운영의 일부로 기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현 기자 axs@elab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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