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20-08-26 14:53:09 수정 : 2020-09-03 14:27:24

집회·시위 관련 가처분에 관한 실무상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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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월호 vol.352]

[월간노동법률] 장현진 법무법인(유한) 지평 변호사


1. 들어가며
 
노동조합은 다양한 이유와 방식으로 쟁의행위-집회-시위를 전개한다. 집회-결사의 자유 및 근로자의 단체행동권은 헌법에 따라 보장되지만, 사안에 따라 행위의 태양이 과도하거나, 다른 주체의 법적 권리와 충돌할 경우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 실무상 법원의 최종 판결보다 비교적 짧은 시간 내에 결정을 받을 수 있는 노동 관련 가처분이 활용된다. 구체적으로,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집회 및 시위금지 가처분, 출입금지 가처분, 비방금지 가처분, 현수막 등 수거 단행 가처분 등이다. 이 글에서는 최근 주목을 받은 노동조합 집회 관련 가처분 결정례를 소개하고, 이어서 실무상 쟁점이 될 만한 몇 가지 사항에 대해 결정례를 중심으로 정리하겠다.
 

2.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원청 사업장에서 쟁의행위를 하는 경우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원청 사업장 내에서 쟁의행위를 하는 경우, 대상 근로자들이 본인의 사용자가 아닌 원청 회사를 상대로 근로조건 개선 등을 주장하며 쟁의행위를 할 수 있는지 문제된다.
 
고용노동부 산하 공공기관의 용역업체 근로자들이 정규직 전환 방식에 반발하며 원청 사업장에서 쟁의행위를 한 사례에서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은 원청의 업무방해 등 가처분 신청을 전부 기각했다(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2018. 9. 19. 선고 2018카합50305 결정). 용역업체 소속 근로자들에 대해 원청이 비록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한 상대방은 아니라 할지라도, (i) 원청에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점, (ii) 집회-선전행위 등의 목적이 정규직 전환과 관련된 의견을 표명하고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한 것인 점, (iii) 원청과 근로자들은 실질적 이해당사자에 해당하는 점 등을 종합하면 용역업체 근로자들이 원청을 상대로 정당한 집회 및 표현의 자유 범위 내에서 노동조합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취지다.
 
최근 서울남부지방법원은 A그룹 건물 관리업체인 B회사가 청소용역 근로자의 A그룹 사옥 내 쟁의행위를 제한해 달라는 취지로 신청한 업무방해금지 등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서울남부지방법원 2020. 7. 17.자 2020카합20258 결정). A그룹은 빌딩관리업무를 B회사에 위탁했고, B회사는 빌딩관리업무 중 청소업무를 C회사에 재위탁했다. C회사 근로자들이 소속된 노동조합은 C회사와의 단체교섭이 결렬되자 A그룹 사옥 1층 로비에서 쟁의행위를 했다. 이에 B회사는 쟁의행위로 인해 사용자도 아닌 자신이 빌딩의 시설관리권 내지 업무수행권을 침해받고 있고, A그룹 소속 직원 및 사옥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그 업무 및 통행에 지장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i) A회사가 B회사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고, 소위 A가(家) 사람들이 각각 C회사 지분의 50%씩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ii) A그룹 사옥은 대상 노동조합 소속 근로자들이 근로를 제공하는 곳인 점, (iii) 대상 노동조합-근로자들과 C회사 사이의 노사관계는 C회사의 위탁자인 B회사와, B회사의 모회사인 A회사에게도 직-간접적으로 관련돼 있고, 따라서 B회사나 A회사로서도 대상 노동조합-근로자들이 하는 정당한 쟁의행위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수인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인 점 등을 근거로 들어 B회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와 같이, 하청업체 근로자들이 자신들의 사용자가 아닌 제3자 원청 사업장에서 쟁의행위를 하는 경우에 원청은 이를 수인해야 한다는 취지의 가처분 결정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이외에도 원청이 용역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근로관계에 관해 실질적 지배력을 가지는 위치에 있다고 보아 부당노동행위의 사용자성을 인정한 판결(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7두9075-2007두8881 판결), 하청 근로자들이 실질적인 사용자인 원청을 상대로 파업을 벌인 것을 불법파업이라고 볼 수 없다고 하면서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한 판결(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2015. 5. 12 선고 2011가단22869 판결) 등이 유사한 맥락의 판결로 이해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원청이 하청업체 근로자들과 관계에서 제3자라는 이유로 쟁의행위의 적법한 상대방이 될 수 없다거나 노동조합의 적법한 활동이 아니라는 주장은 향후 관련 사건에서 첨예한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3. 노동조합이 과도한 소음을 발생시켜 업무방해가 문제되는 경우
 
노동조합이 확성기를 통해 구호나 투쟁가를 송출하는 등 과도한 소음을 발생시켜 업무를 방해하는 경우, 이를 중단시키기 위한 업무방해금지 등 가처분 신청을 검토해 볼 수 있다. 노동조합의 소음유발 행위의 구체적 양상에 비추어 볼 때 그 행위가 정당한 쟁의행위에 해당하는지, 헌법상 허용되는 집회-시위 및 표현의 자유의 범위를 넘는 것인지, 행위 태양에 비추어 볼 때 회사의 업무를 방해할 수 있는 정도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된다.
 
대법원은, 집회나 시위를 할 때 합리적인 범위에서는 확성기 등 소리를 증폭하는 장치를 사용할 수 있으나, 그 집회나 시위의 장소, 태양, 내용과 소음 발생의 수단, 방법과 결과 등에 비추어 집회나 시위의 목적 달성 범위를 넘어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없는 정도로 타인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는 소음을 발생시킨 경우에는 위법한 위력의 행사로서 정당행위라고는 할 수 없다고 보았다. 동 사건은 관련법상 소음기준은 충족했으나, 회사 직원들이 '집회에서 장송곡을 틀고 구호를 외치는 등 소음을 발생시켜 업무에 집중하기 어렵고 불쾌감이 크다'는 취지의 진술서를 작성한 점, 인근 어린이집 원장이 진술서를 작성하기도 한 점 등을 고려해 피고인이 개최한 집회는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없는 정도로 타인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는 소음을 발생시킨 경우에 해당한다고 인정했다(대법원 2019. 5. 16. 선고 2019도485 판결, 상고기각으로 확정).
 
문제되는 소음의 정도에 관해서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상 확성기 등으로 인한 소음 기준, '소음-진동관리법'상 규제대상인 소음기준이 판단기준으로 제시된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및 동법 시행령상 주거지역, 학교, 종합병원, 공공도서관이 아닌 그 밖의 지역은 주간 75dB, 야간 65dB을 초과하는 소음이 규제 대상이다(법 제14조 제1항, 시행령 제14조 및 별표 2). '소음-진동관리법'은 옥외 설치된 확성기의 소음이 주간 70dB, 야간 60dB을 초과할 경우 규제 대상이라고 정하고 있다(법 제21조 제2항, 시행규칙 제20조 제3항 별표8).
 
관련 가처분 결정례로, 주간 75dB, 야간 65dB을 초과하는 소음을 발생하게 하는 행위의 금지를 구할 수 있다고 판단한 사례, 소음측정치가 80dB을 초과하는 소음을 발생하게 하는 행위가 금지된다는 사례, 식물원 반경 100m 이내에서 65dB이상의 소음을 발생시켜 영업을 방해하는 행위가 금지된다는 사례, 확성기, 마이크 등 음향증폭장치를 사용해 노래 등을 방송하거나 특정 내용의 구호를 외치거나 주장을 하는 행위가 금지된 사례, 확성기를 사용해 노래 등을 방송하거나 특정 내용과 같은 구호나 주장을 방송하는 방식으로 소음을 야기하는 행위가 금지된 사례 등이 있다. 이외에, 병원이라는 장소적 특수성을 고려해 병원 내에서 소음을 유발시키는 행위 자체가 금지된 사례도 있다. 사안에 따라 위반행위 시 1회당 30만~50만 원의 간접강제금이 부과되기도 한다.
 

4. 노동조합이 대표이사 자택 근처에서 집회를 하는 경우 

노동조합 내지 근로자들이 대표이사 자택 근처에서 집회-시위를 하며 동 주거지역 주민들의 평온을 침해하는 경우가 있다. 집회-결사의 자유 및 표현의 자유는 헌법상 기본권으로 보장되는 것이지만, 그 표현의 방식이 지나쳐 개인의 명예를 훼손할 정도에 이르렀거나 그 양상이 과다해 주거의 평온을 지나치게 침해할 경우 이를 제한할 수 있는지 문제된다.
 
서울서부지방법원은 D회사 및 D회사 대표자 E가 신청한 집회 및 시위 금지 가처분 사건에서 대상 근로자 및 노동조합은 대표자 E 자택 건물 100m 이내의 장소에서 음향증폭장치를 사용해 시위 음악을 틀거나 특정 내용이 담긴 구호를 외치는 등의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결정했다(서울서부지방법원 2019. 2. 27.자 2018카합50375 결정). 집회-시위와 표현의 자유는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으로서 최대한 보장돼야 하지만, 이러한 헌법상의 자유도 타인의 사생활의 자유 내지 평온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법원은 (i) 개인의 거주지는 휴식권, 사생활의 자유 및 평온이 고도로 보장될 필요성이 있는 장소이고 그와 같은 필요성은 통상 휴식이 이루어지는 주말에 더욱 높게 요구되는데, 대상 노동조합-근로자들이 주말-야간에 집회-시위를 이어갔다는 점을 지적했다. (ii) 대상 노동조합-근로자들이 대표자 E가 해당 건물에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대외적으로 공표하면서 심리적 압박을 가한 점, (iii) 입주민들이 적지 않은 피해를 겪고 있다고 호소한 점이 고려됐다. 이어서 (iv) 대상 노동조합-근로자들의 집회-시위의 목적과 연관된 집회의 장소는 E가 대표자로서 업무를 수행하는 D회사 사무실 부근인데, 이에 반해 E가 오로지 사적으로 거주하는 장소는 집회의 목적과의 연관성이 극히 낮다고 봤다.
 
유사한 사례로, 제주지방법원도 대표이사 자택인 아파트 단지 근처에서 집회-시위를 하며 확성기를 사용해 소음 등을 발생시킨 사례에서 확성기를 사용해 노래 등을 방송하거나, 특정 내용을 외치는 구호나 주장을 방송하는 방식으로 소음을 야기하는 행위, 특정 내용을 담은 현수막을 게시하는 행위를 금지했다(제주지방법원 2016. 6. 14.자 2016카합10019 결정). (i) 해당 장소는 대표이사 및 그 가족, 이웃 주민들의 주거지로 사생활의 평온이 보장돼야 하는 공간인데 집회-시위로 인해 계속해서 소음이 발생한 점, (ii) 아파트 단지 주민들에게 상당한 불쾌감을 줌으로써 그로 인한 주민들의 항의를 받아 사생활이 평온이 침해될 우려도 있는 점, (iii) 아파트 단지는 회사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장소인 점, (iv) 대표이사를 비방하는 내용을 담은 현수막 및 피켓 게시로 인해 쟁의행위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대표이사의 가족들까지 상당한 불안감과 정신적 고통을 겪는 점 등이 고려됐다.
 
회사가 아닌 제3의 장소에서의 집회-시위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상의 적법한 옥외 집회 요건을 갖췄는지를 엄격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근로자 및 노동조합이 회사에 대해 자기 의사를 표현할 자유가 있다 하더라도, 대표자의 사적 영역인 주거지에서까지 노사분쟁 관련 집회를 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의 범위를 일탈하는 것이 아닌지 상세하게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5. 마치며
 
노동분쟁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가처분을 이용하는 사례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실무상 가처분을 신청하더라도 즉시 가처분 결정이 나오는 사례가 많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가처분 결정 시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재판부의 재량에 따라 달라진다. 사례를 보면 가처분 결정 시까지 3주가 소요된 사례, 5주가 소요된 사례 등이 있다. 그러나 결정까지 약 4~8개월의 시간이 소요된 사례도 다수 확인된다. 따라서 가처분 신청을 검토할 때에도 결정까지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노사 간 협의를 통해 합리적인 해결책을 도출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는 방안이 바람직할 것으로 판단된다.
 
 
 
장현진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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