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20-11-04 09:02:00 수정 : 2020-11-04 15:53:24

직장 내 성희롱과 회사의 사용자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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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호 vol.354]
[월간노동법률] 장현진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1. 들어가며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가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됨에 따라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사업주의 조치의무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동 개정법률안은 노동위원회가 성희롱 피해 내용을 살펴 사업주에게 배상명령(손해액 3배 이내)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 직장 내 성희롱과 회사의 사용자책임 

가. 관련 법리

직장 내 성희롱에 관한 회사의 손해배상책임 사례로 널리 알려진 대법원 판결들은 사업주가 직장 내 성희롱 피해근로자에게 불리한 조치를 해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한 사례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사업주가 직장 내 성희롱 사건 발생 시 피해근로자와 가해자를 즉각적으로 분리하고, 가해자를 징계하는 등 일련의 조치를 취한 경우에도 사업주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 경우 가해자와 회사를 공동피고로 소송을 제기한다.

민법 제756조 제1항은 타인을 사용해 어느 사무에 종사하게 한 자는 피용자가 그 사무집행에 관해 제3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법원은 이 중 '사무집행 관련성' 요건에 대해 소위 외형이론을 취하고 있다. '사무집행에 관해'라는 뜻은 피용자의 불법행위가 외형상 객관적으로 사용자의 사업활동 내지 사무집행행위 또는 그와 관련된 것이라고 보일 때에는 행위자의 주관적 사정을 고려함이 없이 이를 사무집행에 관해 한 행위로 본다는 것이다. 판례는 나아가 피용자가 고의로 다른 사람에게 가해행위를 한 경우, 그 행위가 피용자의 사무집행 그 자체는 아니더라도 사용자의 사업과 시간적, 장소적으로 근접하고, 피용자 사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이뤄지거나 가해행위의 동기가 업무처리와 관련된 것일 경우에는 외형적, 객관적으로 사용자의 사무집행행위와 관련된 것이라고 봄으로써 사용자책임의 성립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8다89712 판결 등 참고).

따라서 피용자의 행위에 의해 피해를 입은 제3자는 그것이 비록 직무범위 내의 행위가 아니더라도 외형상 객관적으로 사용자의 사업활동과 관련된 것으로 인정될 수 있다면 사용자에게 배상을 주장할 수 있게 된다.

나. 성희롱 예방교육 등을 했음을 이유로 회사의 면책 또는 책임 감경을 주장할 수 있는지

한편, 민법 제756조 제1항 단서는 사용자가 피용자의 선임 및 그 사무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한 때 또는 상당한 주의를 해도 손해가 있을 경우에는 그 손해배상책임이 면책된다고 정하고 있다. 또한, 판례는 사용자책임을 인정할 때 사용자가 위험발생 및 방지조치를 결여했는지 여부도 손해의 공평한 부담을 위해 부가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위 대법원 2008다89712 판결 등 참고). 이를 바탕으로 회사는 소송실무상 ①피용자의 선임 및 사무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기울였음을 이유로 면책을 주장하거나, ②위험발생 및 방지조치를 충분히 다했다고 주장하면서 원고가 청구한 위자료 액수가 과다하다고 주장한다.

과거 사례 중에는 학교법인인 사용자가 ①성폭력 규정 및 시행세칙을 제정하고 인권센터를 설립해 성폭력 피해 사실을 신고할 수 있게 했으며, 조사 결과에 따라 징계가 가능하도록 절차를 마련해 둔 점, ②성폭력 방지 교육을 실시하는 방식으로 사무감독을 한 점, ③가해자의 불법행위가 은밀하게 이뤄졌고 피해자 또한 최초 피해 직후 피해 사실을 신고하지 아니해 사용자인 학교법인은 불법행위 사실을 알 수 없었고 이를 막기 어려웠던 점, ④적극적인 불법행위 기간이 길지 않아 사용자가 자신의 사업장에서 불법행위가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데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해 사용자의 면책을 인정한 사례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다수의 회사들이 시행하고 있는 현행 성희롱 예방교육, 성희롱-성범죄에 대한 무관용 원칙의 공표, 기타 직장 내 성희롱 예방조치만으로는 면책 또는 위자료 감축이 쉽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 판결을 참고하면 ①남녀고용평등법에서 정하는 기준횟수 이상으로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한 사례, ②단순 강의 청취 방식이 아닌 참여형 교육을 실시한 사례, ③성희롱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내세우며 가해자들을 예외 없이 징계하고 이러한 점을 근로자들에게 엄중히 경고한 사례, ④성희롱 고충처리 절차를 마련하고 근로자들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한 사례, ⑤가해자에 대한 신속하고 예외 없는 엄중한 징계 등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면책항변 내지 책임 감경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 하급심 판결례가 인정한 손해배상액 사례

비재산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 액수에 관해는 손해의 공평한 분담이라는 이념과 형평의 원칙에 근거해 사실심법원이 여러 사정을 참작해 재량에 의해 구체적 금액을 확정한다(대법원 2014.1.16. 선고 2011다108057 판결 등 참조). 따라서 각 재판부의 재량에 따라 구체적인 위자료 액수에는 차이가 있으나, 직장 내 성희롱-성범죄의 심각성이 더욱 강조되는 최근의 경향에 발맞춰 법원이 인정하는 위자료 액수도 점차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최근 3년간 하급심 법원에서 회사의 책임을 인정한 사례(연대책임 포함)를 살펴보면, 강간이나 심각한 강제추행과 같은 행위에 대해 회사가 일부 보고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방기했거나, 성추행을 보고받았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방치했거나, 공정한 증거조사 없이 성추행을 신고한 피해자를 해임해 피해자에게 정신적 고통을 준 사례에 대해 수천만원의 위자료 책임을 인정한 사례가 확인된다.

한편, 수원지방법원 2010년 판결은 부서 책임자가 피해자의 뒷목, 머리카락, 어깨, 등의 브래지어 끈 부위를 만지거나 엉덩이를 툭 친 성희롱-추행 행위에 대한 회사의 사용자책임으로 200만원의 위자료를 인정했다. 그러나 동 사건과 일부 유사한 사례로, 점장이 아르바이트생인 피해자에게 어깨동무를 하거나, 팔뚝을 쓰다듬거나, 어깨를 만지거나, 등을 만진 사건에 대해 2019년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가해자와 사용자 회사가 공동해 1,000만원의 위자료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기타 경미한 사건에 관한 회사의 사용자책임이 인정된 참고 사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업무 관련 말다툼을 하던 중 피해자의 오른쪽 팔목을 세게 잡아당겨 폭행을 했다는 사실로 벌금 30만원의 약식명령이 확정된 사건에서 회사의 사용자책임으로 50만원의 위자료를 인정했다. 또한, 사용자책임에 관한 사례는 아니나 추가 참고할 만한 사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10여 분간 언어적 성희롱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사건에서 가해자의 불법행위 책임으로 100만원의 위자료를 인정했다.


3. 마치며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은 직장 내 성희롱 관련 자료의 상당 부분이 사업주의 관리 하에 있는 점을 고려해 노동위원회 구제절차 과정에서 사업주가 증명책임을 부담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러한 흐름을 고려해 볼 때, 향후 회사가 직장 내 성희롱 예방을 위한 각종 조치를 다했는지, 성희롱 발생 시 사업주의 여러 조치의무를 다했는지, 피해근로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하지 아니했는지 등에 관한 증명책임을 더욱 무겁게 부담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각 회사는 이 점을 고려해 직장 내 성희롱, 고용상 성차별 등에 관한 근거자료를 잘 정리하고, 상당 기간 동안 보관해 둬야 할 필요가 있다.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이 입법될 경우 직장 내 성희롱, 고용상 성차별에 관한 노동위원회 구제절차는 공포일로부터 1년 후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각 회사로서는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에 관한 제도를 정비하고, 직장 내 성희롱 신고-후속 조치에 관한 절차를 개선함으로써 보다 평등한 직장 문화를 만들고 노동위원회 리스크에 대비하는 절차에 착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장현진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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