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21-04-28 15:13:39 수정 : 2021-05-04 09:51:20

[근로조건] 시간외근로수당 청구 소송에서 근로시간 증명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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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5월호 vol.360]

[월간노동법률] 장현진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1. 시간외근로수당 청구 소송에서의 증명책임
 
노동관계 소송 중 가장 빈번한 소송 중 하나는 미지급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이하 '시간외근로수당')을 청구하는 소송이다. 사용자가 시간외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아 소송을 통해 미지급 수당을 청구하는 사례가 기본적인 형태이나, 최근에는 포괄임금제 약정의 효력을 부인하며 시간외근로수당을 청구하는 소송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법률에 특별히 증명책임의 소재를 명시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통설-판례의 태도인 법률요건분류설에 따라 권리의 존재를 주장하는 사람이 권리발생사실에 대해 증명책임을 진다. 이에 따라, 근로자들이 소송을 통해 시간외근로수당을 지급받기 위해서는 ① 근로계약 체결 사실, ② 통상임금액, ③ 연장-야간-휴일근로시간을 증명해야 한다. 이 때 근로시간은 사업장에 체류한 전 시간이 아니라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근로계약에 따른 근로를 제공한 '실 근로시간'을 말한다. 원고인 근로자가 연장-야간-휴일근로시간을 제대로 증명하지 못하면 그 청구가 기각된다.
 
시간외근로수당청구소송에서는 사업장 입-출입기록, 출퇴근 기록 시스템, 임금대장, 노무관리 부서 내부 생성자료 등이 근로시간 증명의 주요 증거가 된다. 그러나 이러한 자료는 통상 사용자의 지배영역에 있으므로 근로자가 이를 확보해 근로시간을 증명하기 쉽지 않다. 또한, 관련 자료들이 실 근로시간을 정확하게 산정한 자료가 아니기 때문에 해당 자료로서 실 근로시간을 제대로 증명할 수 없다고 다투는 경우도 많다(예를 들어, 보안 목적의 출입카드 태그 기록 등). 이로 인해 근로자들은 소송에서 근로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각종 간접 자료들을 제출해 근로시간을 증명하고자 한다. 이하에서는 시간외근로수당 청구 소송 내지 포괄임금제와 초과근로시간 증명이 함께 문제된 판결례를 사례별로 검토함으로써 근로시간 증명의 정도에 관한 법원의 판단 경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2. 사용자가 작성하거나 승인한 기록을 바탕으로 한 근로시간 증명 판결례
 
근로자가 초과근로시간의 증거로 제출한 기록이 사용자가 작성한 것이거나, 사용자의 승인을 거친 자료라면 그 증명력이 상대적으로 높게 인정되는 것으로 생각된다. 인력송출업을 하는 피고 회사에 고용돼 외국 조선소에서 근무한 원고는 피고 회사가 작성한 근무시간표에 근거해 연장-휴일근로수당을 청구했다. 이에 대해 창원지방법원은 피고 회사가 근무시간표에 근무시작-종료 시간을 기재하고 이에 따라 정상근무, 연장근무, 야간근무시간을 관리해온 점, 약정 연장근로에 미달하는 시간도 기재돼 있는 점 등을 들어 근무시간표가 실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작성된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하고 시간외근로수당 청구를 인정했다.
 
또 다른 사례로, 연구직-공통직 근로자들이 피고 회사와의 포괄임금제 합의를 부정하면서 교통비 신청내역을 근거로 미지급 시간외근로수당을 청구한 사례가 문제됐다. 피고 회사는 위 교통비 신청내역은 2시간/4시간 등 시간 단위로 지급됐던 것이어서 원고들의 실제 연장근로시간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며, 피고 회사는 교통비 청구가 사실에 부합하는지 검증하지 않은 채 근로자들이 신청한 내역대로 지급해 왔다는 점을 설명하고, 교통비 청구내역이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사례들을 제출하며 항변했다. 그러나 부산고등법원(창원)은 교통비 신청 시스템에 원고들이 해당 시간에 수행한 업무 내용이 구체적으로 기록돼 있는 점, 규정상 근로자들이 교통비를 신청하면 부서장이 일 단위로 그 신청을 확인해 승인하는 절차를 거치는 점 등을 들어 교통비 신청내역을 초과근로시간의 산정 근거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3. 전자기록을 바탕으로 한 근로시간 증명 판결례
 
전자기록을 제출해서 초과근로시간을 증명하고자 하는 사례도 다수이다. 그러나 법원은 전자기록 시스템의 도입 목적, 시스템의 허점 등을 상세히 고려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청주지방법원은, 화물운송업을 하는 원고 회사가 대형 화물트럭 운전기사인 피고들에게 연장근로수당 채무부존재 확인청구를 한 사안에서 연장근로시간의 증명이 없다는 이유로 원고 회사의 청구를 인용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인정했다. 연장근로시간을 주장한 운전기사들은 전자식 운행장치기록을 제시했는데, 이 사건에서 법원은 차량에 장착된 전자식 운행기록장치(Digital Tachograph)의 운행기록으로 근로시간을 증명할 수 없다고 보았다. 법원은 전자식 운행기록장치의 운행기록은 차량의 시동을 켜고(ON) 끈(OFF) 시점이 기록된 것일 뿐이어서 이를 곧바로 근로제공의 개시, 종료 시점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로써 법원은 피고 운전기사들의 원고 회사에 대한 연장근로수당 채권의 존재 및 그 범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결론내렸다.
 
또 다른 사례로, 대형마트에서 근무했던 근로자들인 원고들이 GPS 위치가 기록되는 어플리케이션('야근시계' 어플리케이션)으로 출퇴근시간을 기록하고 이를 바탕으로 시간외근로수당을 청구한 사건이 있었다. 이에 관해 제1심판결은 위 어플리케이션 기록내용을 바탕으로 원고들의 시간외근로수당 청구를 인정했다. 그러나 항소심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그와 같은 자료만으로는 원고들이 연장근로 내지 야간근로를 했음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보고 제1심판결과 달리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항소심 판결문에 구체적인 판단 이유가 나와있지는 않지만, 항소심 과정에서 피고 회사가 어플리케이션 기록 중 다수가 피고 사업장 밖에서 기록된 점, 어플리케이션을 다운받아 실행시킬 경우 퇴근 장소를 임의로 조작할 수 있는 점 등을 들어 어플리케이션의 불완전성을 다투었고 항소심 재판부는 이러한 사정을 참고해 어플리케이션 기록만으로는 원고들의 연장근로 내지 야간근로 시간이 충분히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평가된다.
 
대구지방법원 2017. 2. 9. 선고 2016고단863 판결은 게임소프트웨어 개발업을 하는 피고인이 근로자들의 법정수당을 미지급했다는 공소사실에 대해 포괄임금약정 체결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또한 이 사건에서 법원은 "지문인식시스템으로 직원들의 사무실 출입시간을 확인할 수 있으므로 이를 통해 연장근로시간을 산정할 수 있다는 것이 근로자들의 입장이나, 지문인식시스템은 애초 직원들의 출퇴근관리가 아닌 보안의 필요성 때문에 도입된 것이고, 또 이 사건 근로자들의 업무 성격상 이들에 대한 출퇴근 관리가 엄격하게 이뤄진 것으로도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이러한 지문인식시스템은 2012년 이후에야 도입돼 그 이전에는 출근시간을 확인할 아무런 장비나 수단이 없었다."는 등의 사정을 고려해 지문인식시스템으로 확인되는 사무실 출입시간만으로는 초과근로시간을 객관적으로 산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4. 간접자료를 바탕으로 한 근로시간 증명 판결례
 
간접자료를 바탕으로 초과근로시간을 인정할 수 있는지도 문제가 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출퇴근 시 이용한 대중교통 이용내역을 기준으로 근로시간 증명을 인정했다. 예술직업학교에서 교육행정업무를 담당한 원고들이 연장근로수당을 청구한 사안에서 법원은 일부 원고들의 근로시간은 출-퇴근 시 이용한 대중교통 이용내역을 바탕으로 산정하고, 자가용으로 출퇴근한 다른 원고의 근로시간은 대중교통을 이용한 원고들과 출퇴근시간이 같았음을 이유로 동일하게 산정했다. 항소심에서 피고 법인은 이와 같은 제1심판결의 근로시간 인정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항소심 법원은 피고 법인이 시간외근무를 증명할 별도의 자료나 출퇴근내역 등을 갖추지 않고 시간외근로에 대한 사전-사후 승인 내역을 형식적으로 관리해 온 사정, 원고들의 업무가 임의로 연장근무를 할 수 있는 업무가 아니라 정형화된 업무라는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의 교통카드 내역을 근거로 시간외근로를 인정한 것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반면, 동료 근로자들의 증언만으로는 근로시간을 증명할 수 없다고 본 사례도 있다. 청소대행업체 작업원 근로자, 운전기사인 원고들은 연장-야간근로수당을 청구하면서 동료 근로자들의 증언을 통해 초과근로 여부 및 초과근로시간을 증명하고자 했다. 그러나 서울동부지방법원은 많은 작업원들이 약정 시업시간 전에 사전 수거 작업을 한 것으로 볼 수 있으나 작업자별, 요일별, 계절별, 날짜별로 시업시각이 달라 이를 근거로 원고들이 특정 일자에 특정 시간 동안 근로를 제공했다고 인정할 수는 없다는 사정 등 다른 증거들과 종합해 볼 때 동료 근로자들의 증언만으로는 초과근로여부 및 초과근로시간이 증명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다른 판결로, 서울남부지방법원은 피고 회사 대표이사의 운전기사인 원고가 청구한 초과근로수당에 대해 피고 대표이사의 일정표나 피고 대표이사가 사용한 피고 명의 카드 사용내역만으로는 원고의 근로시간을 증명할 수 없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고, 더불어 포괄임금제의 유효성을 인정했다. 동 판결은 원고가 초과근로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제출한 대표이사의 일정표에 대해, 해당 자료는 피고 회사에서 미리 정해진 대표이사 구○○의 일정을 출력해서 제공한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이를 작성한 자의 서명, 날인 등이 없는 서류인 점, 1주일 단위로 일정이 출력되므로 출력 당시에 정해진 대표이사 구○○의 일정이 이후 취소, 변경됐을 가능성이 얼마든지 존재하는 점, 초과근로의 입증과 관련한 출퇴근 시각의 상당 부분은 원고가 수기로 가필한 부분의 기재를 근거로 하고 있는데 위와 같이 수기로 작성된 부분은 원고가 임의로 작성한 것이고 사후에 얼마든지 변경, 조작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해당 증거의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5. 결론
 
앞서 살펴본 판결례에 따르면 법원은 사용자가 작성-승인한 근무시간 관련 자료와 같이 객관성이 어느 정도 인정되는 자료를 통해서는 근로시간이 증명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전자 시스템을 통해 그 객관성이 인정된다고 볼 여지가 있는 전자기록에 대해서는 그 시스템의 도입 목적, 시스템의 허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근로시간 증명 여부를 판단했다. 한편, 상사의 일정표나 카드사용내역과 같은 간접자료는 근로시간 증명자료로 인정되지 않았지만 업무의 성격을 고려해 대중교통 이용내역을 기준으로 근로시간 증명을 인정한 판결례도 확인된다.
 
장시간 근로를 방지하기 위해 '출퇴근시간 의무기록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다. 근로자의 근로시간 증명의 어려움을 이유로 근로시간의 입증책임을 사용자로 전환해야 한다는 입법 논의도 있다. 이러한 경향을 고려할 때 각 회사로서는 현 근로시간 기록 시스템과 근로자들의 실제 초과근로시간을 점검하고, 관련 소송 리스크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장현진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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