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22-06-02 14:39:48 수정 : 2022-06-02 15:45:18

근로자의 겸직ㆍ겸업에 대한 징계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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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6월호 vol.373]
▲이미지=클립아트코리아

[월간노동법률] 장현진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1. 들어가며

'N잡러'라는 신조어가 등장하고 소위 'N잡 열풍'이 사회적 현상으로 대두될 만큼 근로자들의 겸직·겸업 사례가 빈번해졌다. 근로자들의 겸직 건수가 늘어나고 겸직 유형이 다양해짐에 따라 기업 현장에서 인사담당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근로자의 겸직 사실이 확인되면 취업규칙에 따라 바로 징계를 할 수 있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어떠한 경우에 징계가 정당한 것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 등이 대표적인 문제다. 비교적 최근 하급심 판결례들을 바탕으로 근로자의 겸직에 대한 징계의 정당성 판단 기준을 세부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2. 취업규칙상 겸직제한조항을 근거로 징계의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가

여러 회사들이 취업규칙에 겸직제한조항을 두고 있다. 겸직을 할 경우 ①근무가 불능하게 되거나 성실한 노무제공에 지장이 있을 수 있고 ②겸직 업종이나 노무내용에 따라서는 기업비밀이 누설되거나 기업의 사회적 평가가 저하돼 그 결과로 기업 질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등의 폐해가 있을 수 있어서다. 이와 같은 겸직제한조항을 바탕으로 겸직금지의무 위반을 징계사유로 규정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러나 겸직금지의무 위반이 징계사유로 정해져 있다고 해도, 징계의 정당성 여부는 구체적인 겸직의 양태에 따라 달리 판단된다.

근로자는 헌법상 직업선택의 자유, 영업의 자유, 사생활의 자유, 일반적 행동자유권 등을 가지므로 이를 전면적으로 제한하는 방식의 겸직금지는 그 정당성을 인정받을 가능성이 낮다. 관련 판결례는 근로자의 겸직을 개인의 능력에 따른 사생활의 범주에 속하는 것으로 봐, 기업 질서나 노무제공에 지장이 없는 겸업까지 전면적·포괄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서울행정법원 2001. 7. 24. 선고 2001구7465 판결 참조). 또 다른 판결에서는 취업규칙에 서 겸직을 당연면직 사유로 정한 경우에도 실질적으로 근로자가 겸업을 통해 사용자에 대한 성실의무나 충실의무에 반함으로써 사회통념상 더 이상 근로계약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만 당연면직할 수 있다고 판단하기도 했다(서울행정법원 2001. 2. 15. 선고 2000구22399 판결 참조).

이러한 판례 태도에 비춰 보면 근로자의 겸직이 근로계약에 따른 노무제공에 지장을 초래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사안, 동종 또는 유사 업종을 영위하는 회사에 취업하는 경우 등 사용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할 가능성이 있는 사안, 기업의 명예·신용을 훼손하거나 신뢰 관계를 파괴하는 사안 등 근로자의 겸직이 사회통념상 근로관계를 존속할 수 없을 정도로 기업 질서를 문란하게 하거나 노무제공에 지장을 미친 사안 등에 대해 징계의 정당성이 인정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어서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겠다.

3. 겸직으로 인해 노무제공의무를 해태한 사례

자동차 판매 영업직 사원이 카페를 운영한 사례가 문제됐다. 부산고등법원은 대상근로자가 근로제공의무가 부여된 근무시간 중 무단으로 이 사건 카페에 들러 매일 평균적으로 약 2시간 정도 머물면서 직원들로부터 사장님으로 불리며 이 사건 카페의 매상 체크, 카페 고객 안내 및 차량주차, 종업원에 대한 청소 지시, 매장 CCTV 관리 등의 사적 활동을 하는 데 시간을 보내는 등 피고 회사에 대한 근로제공의무를 불이행한 사실을 문제삼았다. 이는 근무시간 중 사적 활동·겸직 금지 위반, 상습적인 근태 불량, 근무지 무단 이탈, 피고 회사의 근무기강 확립 지침 위반 및 피고 회사의 이미지 실추 행위에 해당된다고 판단하고 겸직금지 위반에 다른 징계사유를 더해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부산고등법원 2018. 10. 17. 선고 2018나51471 판결].

지점장인 근로자가 다단계 판매 활동에 가담해 사적 영리활동을 계속한 사례도 있었다. 대전고등법원은 지점장으로 근무하는 직원이자 관리자로서 책임과 본분을 다해 지점 관리에 매진해야 하는 근로자가 발효식품 제조·판매업체인 주식회사 F와 미용제품 판매업체인 G의 다단계 판매 활동에 가담해 근무시간 중 본인의 업무를 해태하고 사적 영리활동을 지속한 점을 '겸직금지 및 근로시간 중 사적 업무 금지 위반, 근무태도 불량'의 징계사유로 인정하고 이에 다른 징계사유를 더해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대전고등법원(청주) 2013. 8. 27. 선고 2012나3198 판결].

행정사무를 담당한 근로자가 댄스 주점 영업에 관여해 문제가 된 사례도 있었다. 근로자는 지인에게 명의를 빌려줘 사업자 등록이 이뤄졌을 뿐 실제 영리사업을 수행하지 않았고, 주말 등 휴일에만 여가활동의 일환으로 댄스 주점 도우미로 활동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울남부지방법원은 ①대상근로자가 사업자등록을 마쳤으며 댄스 주점 영업을 위한 점포 임대차계약을 직접 체결한 점 ②대상근로자가 댄스 강사로 활동한 점 ③인터넷에 홍보자료를 여러 건 게재했고 여기에 대상근로자가 회원들과 춤을 추는 사진이 포함된 점 ④대상근로자 명의의 계좌로 댄스 주점의 금융거래가 이뤄진 점 등을 바탕으로 대상근로자가 댄스 주점 영업에 관여함으로써 영리 업무 및 겸직 금지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나아가 대상근로자는 오래도록 불성실한 업무태도를 보여 왔고, 무단결근도 계속한 것을 두고 직무에 전념하지 않았던 대상근로자의 근무태도가 댄스 영업에 관여한 데에서 비롯됐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사용자인 피고 법인은 대상근로자에 대한 신뢰를 상실했고, 그 신뢰 관계를 회복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해 법원은 대상근로자에 대한 징계해고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서울남부지방법원 2020. 2. 14. 선고 2019가합723 판결].

4. 겸직으로 인한 이해충돌이 문제 된 사례

경쟁업체의 이사로 취임해 회사의 신뢰나 이익에 반하는 행위를 한 사례가 문제됐다. 대상근로자는 섬유 관련 업무를 하는 회사에 다니면서 경쟁업체의 이사로 취임했는데 회사에 제대로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 이에 더해 베트남에서 염색가공업을 하는 업체의 공장에 직접 다녀왔고, 염색 방법에 관한 작업지시서를 교부했으며, 업무시간 중에 사내 메일을 이용해 거래업체에 관한 정보, 염료의 성분과 배합 비율 등에 관한 정보를 알려주는 등의 행위를 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위와 같은 겸업금지의무 위반에 다른 징계사유를 더해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서울행정법원 2017. 11. 2. 선고 2017구합60970 판결]. 비슷한 사례로, 서울고등법원은 여행정보 제공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에서 근무하던 대상근로자가 국내의 쇼핑, 호텔, 숙박, 관광지 등의 정보를 외국 관광객들에게 제공하는 사업을 하는 다른 기업의 대표이사로 취임해 업무를 수행한 사안에 대해 취업규칙상 겸업금지원칙을 위반했다고 평가했다[서울고등법원 2019. 7. 5. 선고 2018나2065317 판결].

5. 회사에 다니면서 부동산 사업을 한 사례

최근 근로자들이 부동산 투자업을 겸직하는 사례가 문제되는 경우가 많아 참고가 될 만한 판결례를 소개한다. 대상근로자는 친족 명의로 제주도에 17층 규모의 숙박시설을 신축하는 부동산 개발업을 했는데, 대구고등법원은 위 부동산 개발업은 영리활동 및 겸직활동으로 취업규칙상의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으로 ①대상근로자가 약 1년 5개월간 업무시간 중에 설계사, 건설예정사 등과 부동산 관련 이메일을 200회 이상 주고받은 점 ②이메일의 송수신 시간대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59분까지 근무시간 전체에 걸쳐있었고 하루에 적게는 1~2개, 많게는 36개의 관련 이메일을 송수신한 점 ③대상근로자는 위 건물의 건축 목적이 노후 대비를 위한 숙박시설이라고 주장했는데 대상근로자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향후 숙박업 운영 내지 건물 매각 등을 통한 이윤 추구가 목적임이 인정되는 점 등이 고려됐다. 대구고등법원은 위 겸직금지의무 위반과 다른 징계사유를 종합해 정직의 징계양정이 적정하다고 판단했다[대구고등법원 2020. 8. 3. 선고 2019나25951 판결],

6. 마치며

사회 변화와 관련 법리를 고려하면 기업들은 겸직을 전면적·포괄적으로 금지하는 방침을 유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일본의 사례를 참고하면 일본 후생노동성은 지난 2018년 모델(표준) 취업규칙을 개정해 기존에 부업·겸업을 제한하던 내용을 삭제하고 부업·겸업에 관한 장(章)을 신설했으며, '부업·겸업 촉진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도 했다. 관련 추세를 고려할 때, 향후 근로자의 겸직은 기업 현장에서 더욱 빈번하게 문제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인사담당자로서는 회사에서 겸직이 문제된 선행 사례, 이해충돌이 발생할 수 있는 겸직 사례 등을 미리 검토하고 근로자의 겸직에 관한 구체적인 내부 기준을 마련해둘 필요가 있다. 
장현진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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