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9-23 14:05:38 수정 : 2019-10-01 09:07:58

[현장] 경영계ㆍ한국당, ILO 정부안에 ‘견제구’...학계선 “이해 안 돼” 비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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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호 vol.341]
[월간노동법률] 김대영 기자 = 정부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입법예고한 노동조합법 일부개정안을 놓고 야당과 경영계의 견제가 이어지고 있다. 노동계도 개정안 공개 직후 정부가 ILO 핵심협약 비준을 빌미로 노동조합법 개악에 나섰다고 비판했다. 국회 논의도 쉽지 않아 보인다. 탄력근로제 확대 법안보다 후순위로 밀려 있고, 노사 모두 반대 입장을 밝힐 만큼 쟁점별 이해관계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한국당 "ILO 정부안, 강성귀족노조에 날개 달아줄 것"

자유한국당은 ILO 핵심협약 비준안과 노동조합법 개정안이 '강성귀족노조'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고 본다. 한국당이 대표적으로 겨냥한 건 해고자ㆍ실업자 노조 가입을 허용한 대목이다. 정부 개정안대로 해고자ㆍ실업자 노조 가입이 허용되면 정치파업이 일상화되고, 노사 간 힘의 균형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같은 당 소속 신보라ㆍ추경호 의원이 지난 17일 주최한 토론회에서도 확인됐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0 경제대전환 : 민부론' 발간 국민보고대회에 참석해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이날 축사를 통해 "주요 산업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이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근로자들의 삶과 관계없는 정치파업마저도 수시로 발생하고 있다"며 "이러한 현실을 외면한 채 ILO 핵심협약이 비준된다면 해직자나 실업자가 노조 간부로 활동하면서 정치파업이 일상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같은 당 나경원 원내대표도 축사에서 "세계경제포럼(WEF) 노사협력 수준이 140개국 중 124위를 기록할 정도로 노사관계가 대립적인 우리나라에서 법안 개정으로 노사 간 힘의 균형이 무너질 경우, 적대적 노사관계가 심화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함께 축사를 전한 같은 당 김학용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 또한 "협약 비준 자체가 목적이 돼서는 안 되며, 미래지향적인 노사관계 질서 확립을 위한 노동개혁이 주된 목적이 돼야 한다"면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추경호 의원은 이미 지난 4월 경영계에 힘을 실어주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추경호 의원이 발의한 노동조합법 개정안은 쟁의행위 찬반투표 유효기간을 투표일로부터 4주 이내로 제한하도록 했다. 사업장 내 시설을 점거하는 형태의 쟁의행위를 금지하고, 쟁의행위 기간 중 대체근로를 금지하는 규정을 삭제하는 내용도 담겼다. 또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규정을 삭제하고, 노조의 부당노동행위를 규정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경제5단체 ILO 정부안 반대에 학계 일각선 "이해 안 돼" 비판도

경영계도 이와 같은 입장이다. 경제5단체(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지난 9일 개정안에 반대하는 의견을 정부에 제출했다. 경제5단체는 "정부 입법안은 우리나라 노사관계의 특수성과 후진성 등 현실적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노동계에 편향된 안이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경제5단체는 이날 제출한 의견을 통해 '생산활동 방어기본권 강화' 방안을 제안했다. 이들이 제안한 방안은 ▲대체근로 금지 규정 삭제 ▲사업장 점거 전면 금지 ▲쟁의행위 절차 보완 등 세 가지다. 추경호 의원안과 모두 동일하다.

다만, 쟁의행위 절차 보완과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내용이 다르다. 경제5단체는 쟁의행위 찬반투표 유효기간을 60일로 정하고, 찬반투표가 부결될 경우 6개월간 같은 사유로 재투표할 수 없도록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경호 의원안은 쟁의행위 찬반투표 유효기간을 4주로 설정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사진=뉴시스)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해고자ㆍ실업자 기업별노조 가입 허용 문제도 정조준했다. 경제5단체는 먼저 "우리 노사관계는 유럽의 산별노조 체제와 달리 기업별노조 중심 체제라는 특수성이 존재하고, 이와 함께 오랜 기간 산업현장의 대립적ㆍ갈등적 구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상황에서 재직자로 한정돼 있는 기업단위노조 가입이 해고자ㆍ실업자 등으로 확대된다면, 현재도 단결권ㆍ단체교섭권ㆍ단체행동권을 통해 힘의 우위를 가지고 있는 노조 측으로 힘의 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조 전임자 급여 지급 금지 규정을 삭제하자는 정부 개정안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노조 전임자가 사용자에게 급여를 지급받으면 노조 자주성과 도덕성을 손상시킬 수 있고, 사용자의 지배와 간섭에 노출될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급여 지급이 허용되면 근로자단체에 대한 재정상 원조를 통제ㆍ간섭행위로 간주하는 ILO 협약 제98호 제2조에 위배될 수 있다는 게 경제5단체 주장이다. 따라서 노조가 전임자 급여 지급을 요구한다면 이를 부당노동행위로 규율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근로시간면제제도의 경우 "필요 최소한으로 운영돼야 한다"면서 근로시간 면제가 인정되는 노조 활동 업무를 시행령에서 별도로 정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근로시간 면제 한도를 상향 조정할 때는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 경영계 위원의 전원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도록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선순위 밀린 ILO 정부안, 국회 논의조차 쉽지 않아


▲지난해 12월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이승욱 당시 경사노위 산하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위원회 간사(공익위원ㆍ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ILO 핵심협약 비준 관련 공익위원안에 대한 기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학계 일각에서는 정부 개정안 전체를 겨냥하고 나선 경영계 태도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승욱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동계에서 일부 반발이 있지만 정부 개정안은 국제기준에 비춰 봤을 때 전체적으로 전향적인 법안"이라며 "사용자 측 반발은 솔직히 잘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이승욱 교수는 경영계를 향해 "경제단체들이 공식적으로 성명을 냈는데, 그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라며 "국회에 가서 자기들의 요구 사항을 반영시키는 것은 몰라도, 법안 전체를 뒤집어엎자는 건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ILO 관련 논의 자체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논의보다 후순위로 밀려난 상태이기 때문에 정부가 입법예고한 노동조합법 개정안 논의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여당 의원실 관계자는 "탄력근로제 처리도 안 되고 있는 상황에서 ILO 관련 내용이 논의될 수 있겠나"라고 되물으며 "법안 심사 들어가 봐야 법안소위 열리는 기간이 2~3일밖에 안 되기 때문에 ILO 관련 논의는 물리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탄력근로제는 치고받고 싸우느라 논의는 많이 했지만 ILO 얘기를 거의 한 적이 없어 (국회 통과) 가능성이 높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언제 갑자기 극적 타결할지 모르는 일"이라고 전했다.
 
김대영 기자 kdy@elabor.co.kr
김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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