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21-05-12 15:24:50 수정 : 2021-06-01 14:02:07

[피플] 홍순탁 전국소방노조 준비위원장 “국민 생명과 안전 위해 소방노조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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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6월호 vol.361]

▲홍순탁 전국소방노조 준비위원장이 5월 7일 원주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박소망 기자) 


소방관들에게 노동조합이 생긴다. 지난해 12월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서 처리되면서 올해 7월 6일부터 소방관의 노조설립이 가능하게 됐다. 전국 최초로 출범식을 알린 전국소방공무원노조 준비위원회는 한국노총과 함께 노조설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이다. 한국노총 뿐만 아니라 민주노총, 공노총 모두 소방노조 준비위원회가 등장하고 있다. 소방관들은 왜 노조를 만들까. 자세한 내용이 듣고 싶어 홍순탁 전국소방공무원노조 준비위원장을 강원도 원주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Q.노동조합을 설립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환경적으로는 공무원노조법으로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게 되면서였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법이 개정되기 전에 세워진 직장협의회의 한계를 느껴서였다. 직장협의회는 1년에 두 번씩 협의회를 열어도 기관장이 "그렇게 해 주겠다"고 추상적으로 말할 뿐 실제적으로 구속력이 없었다. 또 공무원이기 때문에 노후장비 개선이라든가 인력 확충같은 구체적인 대안들을 요구하려면 인사혁신처,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나 국회 등에 이를 요구해야한다. 그렇다면 대정부ㆍ대국회 교섭으로 가야하고 결국 노동조합을 만드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Q.노조 이전에 있었던 직장협의회와 두드림에 대해서 설명해달라.

직장협의회는 노조설립이 금지된 공무원들이 고충처리 등을 협의할 수 있도록 만든 기구인데, 소방 직장협의회의 경우 지난해 6월 신설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소방관도) 적어도 직장협의회 정도는 결성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법 제정이 급물살을 탔다. 유럽연합에서 FTA를 걸고 넘어지면서 ILO핵심협약을 비준하라고 강력히 권고한 것도 있고.
두드림은 직장협의회의 전신으로, 일종의 노사협의회나 소방관들의 친목회라고 생각하면 된다. 2016년 국민안전처 시절에 소통기구로, '문을 두드려서 상대방이랑 소통하라'라는 뜻이다. 마찬가지로 법적 구속력은 없었지만, 상명하복이 강하고 권위적인 조직문화를 타파하는 데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Q.노조설립의 주요 목적이나 아젠다는.

잘못된 것을 고쳐보자는 것이다. 노동3권이 없었기 때문에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낼 수가 없었다.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해선, 소방관의 근로환경 및 조건 개선이 수반돼야 한다. 보충 설명에 들어가자면, 노후 소방장비 개선은 소방관의 근로환경을 개선시킬뿐만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데 크게 도움이 된다. 반대로 소방관의 고통은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데 차질이 될 수 있다.
하나 사적인 의견을 말씀드리면, 소방헬기가 좋은 예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재작년에 속초에 산불이 크게 났다. 그 때 가장 필요한게 산화 장비를 갖춘 소방 헬기였다. 소방 인력으로 산불을 진화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외부에 알리고 싶었지만, 노조가 없으니 우리끼리 얘기하거나 기회가 될 때 국회의원 개개인에게 얘기할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 이런 부분을 노조를 통해 적극적으로 요구할 계획이다.
 

Q.구체적으로 요구하려는 사안은.

법적으로 구급대원의 방어권을 신설하는 것과 특수업무수당(출동가산금포함)개선이다.
몇해 전 어떤 여성구급대원이 취객에게 폭행당해서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다. 남성구급대원들이 옆에 있었지만 적극적으로 말리지 못했다. 방어를 하면 잘못되면 쌍방폭행이 소방관들에게도 법적인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특수업무수당은 인명구조, 구급환자이송 또는 화재진화의 누적출동이 1일 3회를 초과하면 1회당 3,000원(1일 최대 3만원)을 가산해 지급하는 것인데, 이를 2회 초과시 5,000원(1일 최대 5만원)으로 상향 요구하는 내용이다. 이의 경우 순직 발생 등 위험성을 동반하는 임무지만, 보상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출동횟수가 많고 스트레스가 큰 부서 직원들의 노고를 치하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 홍위원장. (사진=박소망 기자) 


Q.쟁의행위를 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는데, 이를 어떻게 극복할 생각인가.

큰 한계점이기는 하다. 현재로선 협상력을 길러 주어진 조건 내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 교섭하겠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노조활동에서 단체행동권을 가지고 움직여야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국민들의 걱정도 공감한다. 소방관이 불끄다 말고 쟁의행위를 하면 어떡하나. 그렇기 때문에 근무시간에는 쟁의행위를 하지 않는 것이 옳다고 본다.
프랑스와 같은 경우, 경찰 등 특수 공무원을 제외한 모든 공무원의 파업권을 인정하고 있다. 결국 우리도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언론 등을 통해 사안을 공론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조금 적극적으로 생각해보면, 소방관들이 공무원 노조법이 아니라 노동조합법의 적용을 받는 방법도 있다. 양대노총도 이 생각에 공감한 것으로 안다.
 

Q.상급단체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으로 택한 이유는.

대정부ㆍ대국회 협상력이나 교섭력에서 가장 우위에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소방관은 결국 공무원이기 때문에 법률을 개선해야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오게 된다. 공노총과 민주노총 관계자들과도 접촉했지만, 대정부 대국회 교섭에서 한국노총의 저력이 강했다. 한국노총 출신 국회의원도 많지 않나. 직장협의회에서 준비위원회로 넘어가던 시간 동안, 국회의원들과 만나는 자리도 한국노총이 마련해줬다. 구급대원의 방어권에 대해서 그 자리에서 얘기를 할 수 있었고, 입법을 촉구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노조 설립을 위한 자문 및 노하우 공유나, 직장협의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교육도 실시해줬다.
또 광역연맹과 소방공무원은 형제같은 사이다. 소방공무원이 국가직이 되기 전 광역연맹이 도지사와 대신 교섭해주고 실질적인 복지에서 도움을 많이 줬다. 그런 광역연맹이 한국노총에 가입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Q.젊은 소방관들의 가입이 약세라고 들었다, 앞으로 전국의 소방관들을 노조로 어떻게 모을 생각인가.

설립 초기라서 그렇지 나중에는 젊은 소방관들이 더 열성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웃음). 바닥을 잘 다져주고 그들에게 실질적인 권익이 돌아온다는 것을 알게되면 참여할 것으로 본다. 직장협의회만 하더라도 설립 1년이 안된 상황에서 약 1만명이 가입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노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모으는 방식과 방법에 있어서는 직장협의회가 구심점이 될 것 같다. 각 시도별로 연락할 수 있는 채널로 직장협의회가 기능하고 있어서다. 현재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모임의 제한이 있다. 오프라인 모임이 어렵기 때문에 우선 온라인으로 모을 것이다. 네이버 밴드 등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해볼 계획이다.
 

Q.앞으로의 일정 및 구체적인 계획을 말해달라.

가장 중요한 것은 조합원 수 확보다. 병력 수가 협상력과 직결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조합원 수를 가장 많이 확보하는 노조로 자리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6월 중에 노동조합 설립총회를 할 예정이다. 전국에 각 지부장들을 임명하고 조직 확대에 힘쓰는 시기가 될 것이다. 이후 7월 6일 이후로 노동조합 설립신고를 할 계획이다.
앞서 국회의원 간담회도 5월 중에 실시할 예정이다. 현재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을 섭외하고 있다. 아무래도 국회의원들이 관심을 가지는 모습을 봐야, 조합원들도 관심을 가지게 되고 잠재적 조합원들도 들어오려는 마음이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덧붙이자면 곧 소방청장님과의 간담회도 열릴 것 같다.
 
박소망 기자 hope@elabor.co.kr
 
 
박소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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