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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 2020-04-13 16:11:25

    수정 : 2020-05-04 11:27:21

[특별기고] 21대 국회, 가사노동자법이 우선이다

2020-04-13 16:11:25



21대 국회, 가사노동자법이 우선이다
[2020년 5월호 vol.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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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년 5월 29일. 20대 국회의원의 임기가 만료되는 날이다. 이와 함께 수명을 다하는 것이 있다. 총 1만 5,429건(의안정보시스템, 2020년 4월 검색기준)에 달하는 법률안이다. 그 하나하나의 무게를 비교할 수 있을까마는 노동입법 중에서 가장 아쉬운 법률안으로 '가사노동자법'을 꼽을 수 있다. 큰 아쉬움만큼이나 21대 국회에서는 우선으로 논의되고 더 효율적인 입법과정을 거쳐 신속히 법안 통과가 이뤄질 수 있기를 고대하며, '가사노동자법' 제정의 필요성과 20대 국회 논의과정에서의 쟁점을 정리해두고자 한다.

    가사노동자법은 노동관계법이 적용을 배제하고 있는 가사노동 종사자에 대해 노동법적 보호를 구하고, 가사서비스 제공에 따른 서비스제공자와 이용자 및 중개기관의 관계를 규율하기 위한 제정법이다. 이러한 가사노동자법 제정의 필요성을 인식하기 위해서는 현재 가사노동 종사자의 법적지위를 파악하고 가사서비스의 산업화를 살펴봐야 한다.

    가사노동 종사자는 현행 근로기준법에서 '가사사용인'으로 분류해 명시적으로 법 적용을 배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저임금법,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고용보험법 시행령 등에서도 적용제외 규정을 두고 있다. 이는 국가의 감독이 미치기 어려운 가사노동의 특성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하나, 현행법상 가사노동이 제공되는 장소인 가정을 '사업이나 사업장'으로 볼 수 없고, 가사노동의 수요자인 개인을 '사용자'로 인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사노동 종사자는 '근로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과거 일부 부유층 가정에서만 활용되던 가사노동은 맞벌이 가구의 증가와 저출산․고령화 등 사회적 변화로 노동시장에서 산업화됐다. 현재 노동시장에서 가사서비스 중개기관 중 90%는 유료직업소개소이고 이들 중에는 전국적 지점을 가진 법인이 상당하다. 무료직업소개소도 YWCA, 여성인력개발센터, 전국가정관리사협회 등과 같이 대부분 법인이다. 가사노동 종사자는 이들 중개기관에 고용되거나 일정한 회비 등을 내고 가입해 노무를 제공하고 있다. 즉 종래 사적 생활의 영역으로 금전적 대가 없이 행하는 노동으로 인식돼 온 가사노동이 산업화돼 노무제공을 업으로 하는 서비스업이 됐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중장기 인력수급 전망'에 따르면, 가구내 고용활동 및 달리 분류되지 않은 자가소비 생산활동업은 2008년 15만명에서 2013년 17만2,000명으로 2만2,000명이 늘어났고(연평균 2.8% 증가), 향후 2023년 18만8,000명으로 연평균 0.9%씩 증가할 전망이다.

    이처럼 직업소개소라는 매개체를 통한 산업화 추세에 따라, 가사노동 종사자에 대한 법원의 태도도 변화하고 있다. 여전히 근로자성을 인정하지는 않고 있지만, 당연히 근로기준법상 적용제외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근로자성 인정 여부를 살피고 있다. 학계에서도 근로자 개념을 지나치게 제한적으로 해석하는 것에 대한 비판과 사용자 개념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가사노동의 사회적 변화의 추세와 현행법이 괴리되면서, 입법적 해결이 필요한 상황이다.
     
    ILO는 2011년 '가사근로자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 협약'을 채택해 가사노동자의 근로조건 보호 및 사회보장권 확대를 촉구했다. 우리 국회도 2012년 '가사근로자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협약 제출 촉구 결의안'을 가결했지만, 여전히 법률로 제정되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2017년 6월, 서형수 의원이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고, 같은 해 9월 이정미 의원이 같은 제명의 법안을 발의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정부 법안도 제출됐다.

    '가사노동자법'으로 통칭되는 이들 3개 법안은 가사근로자를 유급 근로자로 고용해 가사서비스를 제공하고, 그 과정에서 안전사고 등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인적․물적 손해에 대한 배상 수단 등을 갖춘 법인을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으로 인증하도록 해 노동관계법이 적용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여기서 근로시간은 최소근로시간을 1주일 15시간 이상으로 하고, 유급휴일과 연차유급휴가를 부여하되 그 산정기준은 실제 근로한 시간에 따라 비례해 정하도록 하며, 실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입주가사노동의 경우 특례규정을 두고 제공기관과 이용자가 정하는 바에 따라 산정하도록 했다. 노동관계법 적용에 있어 가사노동의 특수성을 반영해 가사노동 종사자를 보호하면서도 서비스 제공자와 이용자와 관계에 대한 합리적 규율을 도모했다.
     
    그러나 '가사노동자법'은 2019년 3월이 돼서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위원회에서 심사가 이뤄졌다. 정부는 적극적인 입장을 보였지만 몇 가지 쟁점들로 인해 추가 논의가 미뤄진 채 법안은 잠들게 됐다. 사생활 침해에 대한 우려, 제공기관의 비용부담 증가와 이용자 비용 증가 등이 거론됐고 ①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의 범위 ②근로조건 보호의 적용 범위 ③이용자 비용 증가 문제 ④사용자의 지위와 책임에 관한 문제가 핵심 쟁점이었다.

    첫째,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의 범위에 관해 정부안은 직업소개기관이 인증요건을 갖춘 경우 인증을 받아 제공기관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더 깊이 논의되지 못했으나, 인증의 의미가 금지된 규제를 허용하는 허가(許可)인지가 문제 된다. 허가라면 법정 요건을 갖추지 않아 인증을 받지 않은 직업소개기관의 불법이 되기 때문이다. 이는 노동관계법상 책임을 부담할 수 있는지 검증하는 효과는 있으나, 일부 기업형 가사서비스 업체를 제외하고는 무허가 사업으로 만들어 '공룡 규제'가 될 우려가 있어 재고할 필요가 있다.

    둘째, 근로조건의 적용에 관한 것으로 법안은 '호출대기' 형태의 근로를 고려해 근로시간에 비례해 휴일과 연차휴가를 부여하고, 휴게시간의 법 적용은 배제했다. 이는 근로시간에 관한 근로기준법이 완전히 적용될 수 없는 가사노동의 특수성에 근거한 것이므로 합리적으로 인정될 수 있다. 이는 소위원회 논의 과정에서도 수용됐다.

    셋째, 제공기관의 비용부담 증가와 이로 인한 이용자 비용 증가의 문제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비용부담 증가를 인정하면서도 사회보험 혜택 또는 세제(稅制)상 혜택을 통해 보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논의 과정에서 수용됐다.
    넷째, 사용자의 지위에 관한 것으로 누구에게 노동법적 책임이 귀속되는지의 문제다. 고용노동부는 제공기관이 사용자라고 하면서도 근로기준법 적용이 되지 않는 가사노동자를 채용하는 경우에는 이용자가 사용자가 되는 것이라고 봤다. 당시 이에 대해 추가적인 논의로 나아가지 않았으나, 이용자에게 일률적으로 노동관계법상 사용자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지고, 가사서비스 활성화와도 부합되지 않는다. 근로기준법상 규정을 선별적으로 적용해 최소한 임금에 관해 서비스제공기관과 연대해 책임을 지도록 하는 등 조정이 필요할 것이다.

    위와 같은 논의과정을 참고해 21대 국회에서는 불필요한 논의는 생략하고, 보완이 필요한 사항을 협의․조정해 반드시 입법화돼야 할 것이다.

    ILO 사무총장 후안 소마비아(Juan Somavia)는 "가사노동자는 하인도 아니고, 가족 구성원도 아니며, 이등(二等)노동자도 아니다"라고 했다. 가사노동 종사자에 대한 노동법적 보호 필요성은 충분히 인정된다. 가사서비스뿐만 아니라 노인요양, 간병, 아동방문보육, 장애인활동보조, 산후조리 등 돌봄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계속 확대되고 있다. 불과 5년 후인 2025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게 되면 노인요양, 간병, 가사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급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법부가 근로자성 인정 여부라는 기존의 틀에 갇혀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책임을 방기하는 것과 같다.

    나아가 가사노동자법은 특정 직군을 위한 특별법에 그쳐서는 안 된다. 가사노동자법을 모델로 보다 근본적으로는 간병 등 돌봄노동, 플랫폼노동 등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수용할 수 있도록 노동법 체계를 전환하는 입법적 논의가 추진돼야 한다.
     
    필자는 그 시작을 직업안정법상 '근로자공급사업'의 재구조화라고 주장한다. 근로자공급사업은 '공급계약에 따라 근로자를 타인에게 사용하게 하는 사업'으로 근로자가 공급사업주와 고용 등 계약 또는 사실상 지배관계를 갖고, 공급사업주와 사용사업주가 체결한 공급계약에 따라 근로자가 사용사업주에게 노무제공을 하는 구조다. 



    여기서 노무제공자가 공급사업주가와 '사실상 지배관계'를 갖는 경우에는 반드시 근로자성이 인정될 필요가 없고, 이러한 경우 서비스제공기관과 가사노동 종사자와 관계에 대입할 수 있다. 서비스제공기관을 통한 노무제공이 계속적․전속적으로 이뤄지는 경우에 가사노동 종사자는 사실상 경제적․사회적으로 종속된다. 이는 서비스제공기관이 일정한 사용자 책임을 부담하는 근거가 되고, 이러한 노무공급 관계에 적용할 수 있도록 변형된 임금, 근로시간, 휴일, 휴가 등에 관한 규율 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파견, 도급 등 사용과 고용이 분리되는 간접고용 관계와 체계적 규율이 필요하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정치한 논의가 필요할 것이나, 플랫폼노동 등 새로운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포섭하는 규율 체계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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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명구

     진명구 국회 서형수의원실(더불어민주당ㆍ경남 양산시을) 보좌관 /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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