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6-18 17:48:57 수정 : 2019-06-19 08:58:26

[Daily News] ILO 핵심협약 무시하다 무역제재 받는다...“FTA 분쟁 확대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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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호 vol.338]
[월간노동법률] 김대영 기자 =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에 어긋나는 국내법 개정이 늦어질 경우 실제 무역제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승욱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8일 오후 1시 50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CCMM에서 한국노동연구원 주최로 열린 'ILO 핵심협약 비준과 입법적 쟁점 토론회'에서 이 같이 주장했다.


▲지난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열린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위원회 공익위원 기자간담회에서 박수근 위원장(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이승욱 공익위원 간사(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수근 위원장, 김인재 공익위원 간사(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ㆍEU FTA 위반 인정되면 FTA 분쟁 확대될 수도"

앞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우리 정부가 한ㆍEU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합의한 ILO 핵심협약 비준 노력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정부 간 협의 절차를 요청했다. EU 역사상 FTA 노동조항을 이유로 분쟁해결절차를 개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ㆍEU FTA 협정문 제13장(무역과 지속가능한 발전)은 "양 당사자는 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뿐만 아니라 국제노동기구에 의해 현행 협약으로 분류된 그밖의 협약들을 비준하기 위해 계속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을 할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현재 분쟁해결절차는 마지막 단계인 전문가패널 소집만을 남겨 놓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패널 소집 기한은 별도로 규정돼 있지 않기 때문에 당사국이 요청하면 2개월 이내에 소집된다.

전문가패널은 양 당사자가 합의하지 않는 한 90일 안으로 조언 또는 권고 등의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후 보고서 이행 여부는 '무역과 지속가능발전 위원회'가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한다.

EU가 겨냥한 건 우리 정부의 ILO 핵심협약 비준 노력 여부만이 아니다. EU는 FTA 위반 사항으로 여섯 가지 제도를 언급하고 있다. EU가 협약 비준 노력보다 여섯 가지 제도를 주된 위반 사항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게 이승욱 교수의 설명이다.

EU가 꼽은 여섯 가지 제도는 ▲노동조합법상 근로자 개념을 결사의 자유를 부정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법원 판례 ▲근로자 아닌 자가 가입한 노조 부정 ▲노조원에 한정된 노조 임원 자격 ▲자의적 노조 설립신고제도 ▲행정관청에 의한 단체협약 시정명령제도 ▲파업 노조에 대한 업무방해죄 적용이다.

문제는 EU가 전문가패널 결정을 거쳐 한국을 FTA 위반국가로 판단하면 같은 노동조항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한ㆍ미, 한ㆍ캐나다 FTA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한ㆍ미, 한ㆍ캐나다 FTA는 한ㆍEU FTA와 달리 무역제제와 벌과금 부과가 가능하다.

이승욱 교수는 이날 발제에서 "한ㆍEU FTA 노동기준이 한ㆍ미, 한ㆍ캐나다 FTA에도 똑같은 기준으로 돼 있다"며 "만약 전문가패널이 여섯 가지 제도에 대해 FTA 위반을 인정하게 되면 미국과 캐나다도 우리나라에 FTA를 위반했다고 주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이어 "세 개의 FTA(한ㆍEU, 한ㆍ미, 한ㆍ캐나다 FTA)가 전부 얽혀서 돌아가는 것이고, 하나의 FTA에서 위반 사실이 인정되면 나머지 FTA에서도 연쇄효과로 위반이 인정된다"며 "EU가 문제삼는 건 단순히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노력만이 아니기 때문에 최소한 여섯 가지 제도에 대해 분명한 법 개정 결과를 제시하지 않으면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승욱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사진 왼쪽)가 지난 3월 28일 서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열린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위원회 회의실에 입장하기 전 의견을 밝히고 있다.

"ILO 핵심협약 비준동의안, 상임위 연석회의로 의견 수렴해야"

이날 토론회에서는 ILO 핵심협약 비준동의안을 심의할 국회 특별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ILO 핵심협약 비준동의안이 국회에 지출되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아니라 외교통일위원회가 심의를 맡게 된다. 국회법은 둘 이상의 상임위원회가 관련된 안건일 경우 효율적 심사를 위해 국회 본회의 의결로 특별위원회를 둘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ILO 핵심협약 비준동의안을 처리할 특위 구성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러나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권오성 성신여대 법학과 교수는 "(특위 설치 주장이) '효율적 심사'를 위한 것이 아니라 협약 비준동의안 심사의 '효율적 지연'을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비판이 제기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권오성 교수는 "핵심협약 성격상 일부 조항의 유보는 어렵다는 점을 고려할 때 차라리 본회의에서 핵심협약 비준 동의 여부를 의결하면 족하다는 점에서 별도로 활동기간을 정해 특별위원회를 설치할 실익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권 교수는 이어 위원회 간 연석회의 규정을 담은 국회법 조항을 언급하며 "(외교통일위원회가) 환경노동위원회와 연석회의를 여는 방법으로 의견을 교환해 처리하면 충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우리나라는 4개 핵심협약만 비준하고 있다. 8개 핵심협약은 ▲결사의 자유(제87호ㆍ98호) ▲강제노동금지(제29호ㆍ105호) ▲균등대우(제100호ㆍ111호) ▲아동노동금지(제138호ㆍ182호) 협약을 말한다. 우리 정부는 이 가운데 결사의 자유, 강제노동금지 관련 협약을 비준하지 않았다. EU 회원국은 ILO 8개 핵심협약을 모두 비준한 상태다.
 
김대영 기자 kdy@elab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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