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공동주택 경비원들의 노동환경 실태 파악에 나섰다. 노동부는 지난 2일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노무관리 자가진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공동주택 단지별로 배부된 자가진단표는 약 68% 회수됐다.

다만, 자가진단표를 통해 취합된 노동실태를 세부 항목별로 집계하지는 못한 상태다. 경비원 건강 보호를 위해 단지마다 운영하도록 권고한 고충처리위원회 설치 여부도 확인되지 않았다.


▲주민들이 지난 5월 11일 오후 서울 강북구 한 아파트 경비실 앞에서 숨진 경비원을 추모하고 있다. 아파트 입주민으로부터 폭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진 경비원 최 씨는 전날(10일) 오전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진=뉴시스)

자가진단은 지난 6월 22일부터 7월 10일까지 전국 150세대 이상 공동주택 1만6926개 단지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이 가운데 67.8%인 1만1474개 단지가 자가진단표를 제출했다. 자가진단은 강제사항이 아니다. 자가진단 대상 공동주택에서 근무하는 경비원은 지난 5월 기준 10만5000명이다.

자가진단표는 임금, 근로시간, 휴게시간, 유급휴일, 퇴직금, 직장 내 괴롭힘, 최저임금 등 구체적인 노동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 항목들로 구성됐다.

노동부는 경비원 노동실태를 확인하려면 자가진단표를 세부 항목별로 집계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인력이 부족해 한계가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자가진단표를 분석할 경우 외부에 위탁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고충처리위원회 설치 여부는 이번 자가진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노무관리 실태 파악에 중점을 뒀기 때문이다.

고충처리위원회는 경비원 건강보호를 위해 고충 상담, 인력 배치ㆍ전환 등을 심의ㆍ의결하는 기구다. 관리사무소장이 위원장을 맡고 관리사무소 직원, 입주민대표, 용역업체 관리자, 경비원 대표 1인을 포함해야 한다.

정부는 '공동주택 경비원 건강보호 지침'을 통해 단지마다 설치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반드시 지켜야 할 의무 규정은 아니다. 노동부는 근로감독관들이 현장에 나가 고충처리위원회를 설치하도록 권고할 방침이다.

정부는 앞서 지난달 8일 '공동주택 경비원 근무환경 개선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지난 5월 발생한 서울 강북구 아파트 경비원 사망사건을 계기로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이에 따라 노동부는 노무관리 자가진단을 실시하고 노동관계법을 준수할 수 있도록 지도하기로 했다. 지도ㆍ점검 이후에도 지적사항이 개선되지 않으면 근로감독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당장 이달부터 최근 3년 이내에 노동관계법 위반으로 지방고용노동관서에 신고사건이 다수 접수된 공동주택 관리사무소 500개소를 대상으로 지도ㆍ점검을 실시한다. 근로감독관이 관리사무소를 직접 방문해 노무관리 실태, 감시ㆍ단속적 근로자 승인 요건 준수 여부 등을 중점적으로 확인한다. 또 '공동주택 경비원 건강보호 지침'이 이행될 수 있도록 지도할 계획이다.

오는 9월에는 노무관리 지도를 통해 개선 권고를 받고도 이행하지 않는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근로감독을 실시한다.

한편, 정부는 경비원 근무환경 개선 대책의 일환으로 '공동주택 경비원 제도개선 TF'를 구성한다고 밝혔다. TF는 경비원 업무 범위 조정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개선 방안을 마련한다.

노동부는 감시ㆍ단속 근로자 승인제도 운영 개선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서는 연구용역 등을 통해 제도 개선 방안을 순차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전해졌다.
 
김대영 기자 kdy@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