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22-01-13 13:35:00 수정 : 2022-02-28 14:33:03

[경제산업] ‘근골격계질병’ 산재 확대 움직임에 뿔난 경영계...“의학적 근거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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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호 vol.369]

▲사진=한국경영자총협회
 
고용노동부가 행정예고한 근골격계질병 고시 개정안을 놓고 경영계 반발이 거세다. 조선ㆍ자동차ㆍ타이어 등 특정 업종이나 직종에서 1~10년 이상 종사한 근로자들이 목ㆍ어깨ㆍ허리ㆍ팔꿈치ㆍ손목ㆍ무릎 상병에 걸리면 추정의 원칙을 적용한다는 것이 개정안의 골자다.
 
노동부는 그동안 근로복지공단에서 운영 중이던 지침 내용을 고시화해 제도의 안정적인 운영을 도모할 뿐이라고 말한다. 또 근골격계 질병의 산재 신청이 지난 몇 년간 급증해 산재 승인 결정을 빠르게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경영계는 산재의 인과관계가 충분히 검토되지 않은 상황에서 추정의 원칙을 도입할 경우 특정 업종과 직종에 낙인을 찍을 수 있다고 반발한다. 행정상 편의를 위해 추정의 원칙을 무리하게 도입해 산재 처리 과정을 간편화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참다못한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멍석을 깔았다. 산재 기준을 설정할 때 목소리를 내는 직업환경의학 전문가뿐만 아니라 인간공학 분야 전문가들도 불렀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노동부 관계자들도 참여했다.
 
"고시 개정안, 의학적ㆍ역학적 근거 없이 마련"

경총은 13일 '근골격계질병 산재 인정기준 개선방향' 토론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토론회는 지난달 20일 노동부가 행정예고한 근골격계 질병 산재 인정기준 고시 개정안의 개선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경총은 고시 개정안이 충분한 의학적ㆍ역학적 근거 없이 마련됐다고 본다. 또 특정 업종에 불합리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우려를 표하고 있다.
 
발제를 맡은 우동필 동의대 인간ㆍ시스템디자인공학과 교수도 "정부가 설명하는 추정의 원칙 적용은 사업장별로 노동강도 차이가 반영될 수 없는 구조"라면서 "같은 직종이어도 사업장마다 세부 작업조건과 노동강도가 다른데 (이렇게) 획일적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비과학적이고 무리한 시도"라고 지적했다.
 
개정안이 안전보건을 위해 노력하는 기업들의 '힘을 빼는 조치'라는 지적도 나온다. 작업 환경을 개선하거나 관련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선 기업들이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 교수는 "(개정안대로면) 직업환경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한 기업이나 열악한 작업조건을 고수하는 기업이나 모두 동일한 산재승인 결과를 받게 된다"면서 "객관적 작업조사가 수반된 기준이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뒤이어 발제를 맡은 김수근 용인강남병원 직업환경의학 전문의는 추정의 원칙 설정 방식이 단순한 통계접근에 불과해 현상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전문의는 "노동부 고시 개정안은 업무 요인과 질병 간의 인과관계를 확인하지 않은 채 단순 통계접근으로 산재 승인율이 높은 직종을 선정한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중량물 취급량, 부적절한 자세 횟수와 시간, 진동 노출 정도 등 업무상 요인과 특정 질병 간의 인과관계를 문헌검토로 확인 후 정의하는 것이 정상적인 추정의 원칙 설정 방식"이라고 꼬집었다.
 
또 "고시 개정안 개발 과정에서 관련 학회나 토론회ㆍ자문위원회 회의에서도 이런 문제점들이 지적됐으나 노동부가 전혀 수용하지 않았다"며 "기존 산재신청 집단을 대상으로 기준을 마련하면 특정 업종ㆍ직종의 산재승인이 더욱 용이하게 돼 불합리한 차별이 발생한다"고 평가했다.
 
경총 주장도 다르지 않았다. 경총은 추정의 원칙이 도입되면 산재 보상이 용이해지면서 기업의 사업장 안전보건 예방활동이 위축돼 산재예방체계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임우택 경총 안전보건본부장은 "조선ㆍ자동차ㆍ타이어 업종 생산직 70~80%가 적용되는 이번 고시 개정안 통과 시 무분별한 산재보상 확대로 부정수급 등 도덕적 해이가 심각해질 것"이라면서 "이로 인한 산재보험 재정 악화는 결국 성실한 근로자 보호를 제한하는 문제가 초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 본부장은 "고시 개정안이 산재보상과 예방활동을 바탕으로 마련된 산재예방체계를 무너뜨린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노동부는 근로복지공단과의 협업을 통해 지사 직원들과 산재 담당 병원에 있는 직업환경의학 전문의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경총은 이날 토론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검토해 행정예고 기간 중 노동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박소망 기자 hope@elabor.co.kr
박소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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