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22-08-05 08:54:27 수정 : 2022-08-05 10:46:32

[현장] 민주노동연구원, “정부 공공기관 혁신서 ‘위장된 민영화’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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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9월호 vol.376]
▲기획재정부는 7월 29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9차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새 정부 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을 상정ㆍ의결했다. 추경호 부총리가 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공부문 노동조합이 정부의 공공기관 개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가운데, 기획재정부가 새 정부 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노동계는 정부의 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이 공공기관의 공공서비스 기능을 위축시켜 공공기관의 존립 가치를 훼손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후 "공공기관 파티는 끝났다"는 발언을 시작으로 공공기관 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달 29일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9차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새 정부 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을 상정ㆍ의결했다. 이번 혁신가이드라인은 350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다.
 
혁신가이드라인의 핵심 키워드는 '생산성'과 '효율성'으로, 정부는 기능, 조직ㆍ인력, 예산, 자산, 복리후생 등 5대 중점 분야를 효율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할 것을 밝혔다.
 
"공공기관 파티 끝, 개혁 시작'…국정과제 현실로
 
정부는 우선 기능 측면에서 민간이나 지자체에서 수행하는 공공기관 기능과 직접 수행이 불필요한 비핵심 업무, 수요 감소 기능을 축소한다. 특히, 공공기관 기능 중 민간과의 경합성을 점검하고, 경합성이 있는 경우엔 민간과 경합하는 기능을 적극적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기관 간 유사하거나 중복되는 기능은 통폐합하거나 축소하기로 했다.
 
기능 조정에 따라 인력도 감축한다. 일정 기간 정ㆍ현원 차가 지속될 경우 초과 정원을 감축하는 등 정ㆍ현원 차를 최소화한다. 과도한 간부직 비율은 축소하고, 구성원이 적은 단위조직은 대부서화 한다. 해외조직은 사업 성과 및 서비스 수요를 입증하지 못하는 경우 축소한다.
 
정부는 기능 조정에 따른 조직ㆍ정원의 조정을 올해 12월 말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조직ㆍ정원 조정 후 발생하는 초과 현원은 자연감소 등을 활용해 일정 기간 동안 단계적으로 정리한다. 이때 감축 소요를 반영해 내년도 공공기관 정원은 감축한다. 국정과제나 법령 제ㆍ개정에 따른 필수인력소요도 기존 정원과 현원 간 차이, 인력재배치를 통한 자체 흡수를 원칙으로 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현재 근무하고 있는 공공기관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인위적 구조조정과 민영화는 추진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예산 축소를 위해 업무추진비, 여비 등 경상경비도 대폭 깎고, 보수체계는 직무ㆍ성과 중심으로 개편한다. 당장 올해 하반기부터 경상경비와 업무추진비 예산의 10% 이상을 절감하며, 내년엔 경상경비를 전년 대비 3% 이상, 업무추진비를 10% 이상 삭감한다.
 
임직원 보수에 대한 검토도 엄격하게 해 임원은 10월 임원보수지침을 통해 경제 상황, 기관 재무실적, 전반적인 보수수준 등을 고려해 보수를 조정하고, 직원은 12월 예산운용지침을 통해 기관 임금수준, 경영평가 결과, 공무원 처우개선율 등을 종합 고려해 보수를 조정한다.
 
이어 불필요한 자산을 매각하고 핵심 업무와 무관하거나 부실한 출자회사, 과도한 청사ㆍ사무실 등을 정비한다. 기관의 고유기능과 연관성이 낮은 토지나 건물을 매각하고, 골프회원권과 같이 보유필요성이 낮은 자산도 매각한다. 투자 손실 확대 등으로 출자금 회수가 불투명한 출자 회사의 지분 역시 마찬가지다.
 
더불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과도한 수준의 복리후생이 있는지 점검하고 이를 조정하기로 했다. 무상교육ㆍ보육에도 지급되고 있는 교육비나 보육비, 해외파견 자녀 학자금, 사택 관리비, 법정퇴직금 등은 조정된다. 또 사내 대출과 선택적 복지비 외 의료비 지원, 경조사비 등도 조정된다.
 
공공기관은 정부의 혁신가이드라인에 발맞춰 관련 계획을 수립해 주무부처 검토를 거쳐 8월말까지 기재부에 제출해야 한다. 기재부는 공공기관 혁신 TF를 구성해 기관별 계획을 조정하고, 조정이 완료된 기관부터 순차적으로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의결을 거쳐 계획을 확정한다. 또한 각 공공기관의 혁신 노력과 성과를 경영 평가와 정부업무 평가에 반영할 계획이다.
 
민주노동연구원, "공공기관 방만 운영? 전제부터 잘못"
 
공공부문 노동계는 정부가 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을 발표하기 전부터 비판과 규탄의 목소리를 내왔다. 정부가 '효율화'와 '혁신'으로 포장하고 있지만, 결국 정부에서 추진하려는 공공기관 정책의 핵심이 구조조정과 민영화라는 우려 때문이다.[▶관련 기사 : 공공부문 노조들 "윤 정부 공공기관 혁신은 민영화…중단해야"]
 
혁신가이드라인이 발표된 이후에도 이 같은 노동계의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현재 근무하고 있는 공공기관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인위적 구조조정과 민영화는 추진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노동계는 당장 내년부터 공공기관 정원이 감축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인원 감축이 안전사고 위험을 낳고, 비용 감축을 위해 위험업무의 외주화를 확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가운데 4일 민주노총 부설 민주노동연구원은 '윤석열 정부 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 비판적 검토' 이슈페이퍼를 발행하고 혁신가이드라인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동연구원은 "혁신가이드라인의 전제가 되는 지난 5년간의 공공기관의 방만한 재정 운용ㆍ인력 운영 등의 진단이 잘못된 상태에서 정부는 공공기관의 기능ㆍ조직ㆍ인력ㆍ임금 등을 손질하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강행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민주노동연구원은 지난 5년간 실제로 공공기관이 방만하게 운영됐는지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공공기관 방만 운영의 핵심 전제로 설정하고 있는 82.7조 원의 부채 증가의 경우 지난 5년간(2017~2021년) 자신 증가(169.5조 원)에 미달함으로써 오히려 공공기관 부채율은 16.2%p 감소했고, 기재부 역시 지난 4월 보도자료를 통해 이를 인정한 바 있다는 게 민주노동연구원의 설명이다.
 
또한, 지난 5년간 공공기관 인력이 10만8500명(35.3%) 증가하긴 했으나 공공기관의 비정규직ㆍ간접고용 감소 인력(7만39명)을 반영하면 공공기관 전체 인력은 3만8000여 명 증가(8.9%)하는 데 그쳤다고 설명했다. 민주노동연구원은 여기에 정규직화 인력 10만3619명을 반영할 경우 결국 공공기관 정규직의 순수 인력 증원 규모는 별로 높지 않다고 주장했다.
 
공공기관의 평균임금 역시 지난 4년간(2017~2020년) 4.2% 증가했으나 이 수치가 동일 기간 총인건비 누적 인상률(11.5%) 및 공공기관 자산 증가율(21.2%)에 비해 낮고, 공공기관 1인당 복리후생 예산은 지난 5년간 20.9% 감소했다고 덧붙였다.
 
민주노동연구원은 "이 같은 사실 확인 결과, 지난 5년간 공공기관의 방만한 재정 운용ㆍ인력 운영 진단은 잘못된 것으로 드러났으며 오히려 지난 5년간 문재인 정부는 재정 긴축 기조에 갇혀 공공기관의 기능ㆍ재정ㆍ인력 등의 확대에 소극적이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혁신가이드라인에서 기능 조정을 위해 '민간과 경합하는 기능을 축소하겠다'고 한 '민간경합 기능의 축소'와 관련해서는 정부의 민영화 추진이 엿보인다고 밝혔다.
 
민주노동연구원은 "혁신가이드라인에 포함된 '민간경합성 점검 테스트'는 이전 박근혜 정부의 '시장성 테스트'를 확대 계승함으로써 공공기관의 공공서비스 기능을 전반적으로 축소시키고 철도ㆍ에너지ㆍ의료 등의 필수 공공서비스의 민영화 가능성을 높이고 있으나 윤석열 정부는 민영화 추진 계획을 부정하는 등 '위장된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서 말하는 민간경합성 점검 테스트는 공공기관이 민간경합성을 스스로 점검하는 것으로, 공공기관은 점검 결과를 혁신계획에 포함해 기재부에 제출해야 한다. 구체적인 테스트 항목은 ▲제공하고자 하는 재화ㆍ서비스를 대상으로 경쟁성 도입이 가능한지 ▲시장은 해당 재화ㆍ서비스 공급능력이 있는지와 민간 경쟁업체가 있는지 ▲공공기관이 공급할 경우 민간에 비해 경쟁력 있는 요소가 있는지 등이다.
 
또한, 민주노동연구원은 "공공기관의 인력 감축과 관련해 인위적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고 하면서도 신규 채용 감소 최소화를 제시하는 모순된 정책 방향을 통해 공공기관 직원의 임금 추가 삭감 또는 인위적 구조조정을 강요하고 있다"며 "더 큰 문제는 OECD 국가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공공기관 고용 비중 축소를 통해 전 사회적인 '고용 없는 성장'을 가속화할 위험성을 지니고 있다"고 지적했다.
 
직무ㆍ성과 중심으로 공공기관 보수체계를 개편한다는 것에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직무ㆍ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은 근로시간제도 개편과 함께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려는 노동개혁의 핵심이기도 하다.
 
민주노동연구원은 "공공기관의 임금수준 및 임금체계 개편은 공공기관의 임금구조에 대한 제대로 된 진단과 교섭 절차 없이 공공기관 임금수준을 하향 조정하고, 윤석열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 개악 흐름을 선도하기 위한 직무ㆍ성과 중심 임금체계 개편을 강행하는 문제점이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혁신가이드라인에서는 자발적 추진 및 상향식 접근으로 이전과는 차별화된 구조조정 추진을 밝혔으나 구속력 있는 경영평가제도의 정치적 악용, 최소한의 민주적 공론화 절차 생략, 공공기관 노조의 개혁 대상화 및 정부정책 동원 전략 등을 통해 결국 이전 이명박ㆍ박근혜 정부의 역주행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마지막 평가에서 민주노동연구원은 "정부는 공공기관을 사적 이윤의 극대화를 근간으로 하는 시장경제체제에 하위 동반자로 종속시키려는 발상을 거침없이 드러내고 있는데 이는 이윤 극대화가 아닌 국민 권익 극대화를 존립 가치로 설정하고 있는 공공기관의 기능을 무력화시키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며 "정부의 공공기관 진단 및 혁신가이드라인 내용은 공공기관의 공공서비스 기능을 위축시켜 공공기관의 존립 가치를 훼손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평가했다.
 
이동희 기자 dhlee@elabor.co.kr
이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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