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21-04-07 15:31:03

[고등법원] ‘24시간 발렛 대기’에 휴게시간 실종된 아파트 경비원…法, “야간근로 수당 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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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5월호 vol.359]




[월간노동법률] 곽용희 기자
 
아파트 경비원들의 휴게시간이 실질적으로 보장이 되지 않고 늘 입주자들의 호출에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면, 해당 휴게시간은 근로시간으로 봐서 연장 및 야간 근로수당에 해당하는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제1민사부(재판장 전지원)는 지난 3월 26일, 아파트 경비원 A 등이 압구정현대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청구한 임금 청구 소송에서 1심을 뒤집고 이 같이 판단해 경비원 측의 손을 들어줬다(2019나2044676).
 
이 아파트 경비원들은 근로계약기간을 1년 단위로 정해 매년 갱신해 왔는데, 오전 9시부터 익일 오전 9시까지 24시간 근무 후 24시간을 쉬는 격일제 교대근무 방식으로 근무했다. 휴게시간을 6시간으로 정하긴 했지만 구체적으로 언제 쉬는지는 알 수 없었다. 이들은 동별 경비초소에 배치돼 순찰은 물론 주차 관리 및 대행, 택배보관, 재활용품 분리수거 업무도 해왔다.
 
한편 이 아파트는 규모에 비해 지하주차장이 없어 이중주차가 불가피 했고, 결국 입주민들은 주차공간이 없는 경우 주변에 불법주차를 하고 단지 내 빈 공간이 생기면 자신의 차량을 옮겨서 주차해 달라며 경비원에게 차량 열쇠를 맡기는 식의 주차문화가 있었다. 경비원들은 "이 아파트 경비원 업무의 70%는 발렛서비스 업무"라며 "24시간 동안 경비초소에 대기하다 경비반장 무전을 받거나 입주민 요청을 받으면 차량 이동 업무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사실은 입주민들의 증언으로도 입증됐다.
 
업무환경도 열악했다. 경비초소는 한 평이 안되는 공간이었지만 택배보관장소가 없어서 경비실 안에 택배를 보관했고 입주민이 언제라도 찾으러 오면 전달해야 했다. 게다가 인터폰이 없는 탓에 입주민들이 필요할 때마다 경비원 개인 휴대전화로 연락하는 방식이 보통이었다.
 
또 입주자대표회의는 매월 실시하는 산업안전보건교육시간을 통해 "모자를 벗지 말 것, 무전기 상시 휴대하고 호출시 응답 철저히 할 것, 근무 중 수면행위 절대 금지할 것" 등의 지시사항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들은 경비실의 불도 끌 수 없었고 항상 무전에 대기해야 했으며, 조는 경우 입주민들의 꾸지람을 받기도 했다.
 
결국 쟁점은 경비원들에게 부여된 휴게시간이 실질적인 휴게시간으로 볼 수 있느냐가 됐다.
 
법원은 "휴게시간(6시간)은 근로자의 실질적인 휴식 및 자유로운 시간 이용이 보장되지 않은 채 피고의 지휘․감독을 받았다"며 근로자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아파트 경비원의 휴게시간은 총량(6시간)만 정해져 있었을 뿐 단체협약, 근로계약서 등 어디에도 구체적인 휴게시간이 정해진 바 없다"며 "경비원들 및 입주민들에게 이를 공식적으로 공지한 바 없다"고 지적했다. 경비원들이 경비초소에 근무하고 있는 24시간 중 구체적으로 언제가 휴게시간인지를 경비원과 입주민들 모두 알지 못하는 상태였기 때문에 입주민들이 항상 업무처리를 요구했을 것이고, 경비원도 이를 거절할 뚜렷한 근거가 없었다는 지적이다.
 
이어 법원은 "계약기간을 1년 단위로 갱신돼, 갱신 거절을 걱정해 휴게시간을 주장하며 입주자대표회의의 지휘명령에 따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법원은 "야간에 감시적 근로(순찰, 방범)만 한게 아니라, 주차대행이 빈번해 사실상 경비초소에 상시적으로 대기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휴게시간에 대체할 인력이 존재하지 않았고, 독립된 휴게공간도 없어서 휴게시간 중 입주민들의 돌발성 민원(주차대행, 음식배달 및 방문인 확인, 관리사무소 민원 접수 등)이 발생할 경우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를 바탕으로 "입주자대표회의는 원고들의 미지급 연장근로수당, 야간근로수당, 퇴직금 차액분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근로자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입주자대표회의 측은 "경비초소에 경비원들 휴게시간이 쓰인 A4 용지를 부착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실제 휴게시간과 맞지 않고, 동별 출입구가 아닌 주차장 가운데 위치한 경비초소에 부착한 것에 불과해 경비초소를 직접 방문하지 않는 입주민으로서는 그 내용을 알 수조차 없었다"라고 반박했다. 입주민들에게 정확한 고지를 통해 경비원들의 휴게시간을 확보하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그 외에 매월 2시간씩 수행하는 산업안전교육도 사실상 지휘감독이었으므로 이 시간도 근로시간에 포함돼야 한다는 판단도 덧붙였다.
재판부는 "산업안전교육에 소집돼 각종 지시사항을 전달받았고, 교육을 이탈하거나 위 시간을 자유로이 이용할 수는 없었다"며 "2시간에 해당하는 임금 및 그에 따른 퇴직금 차액분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한편 고용부가 지난 2월 내놓은 '감시단속적 근로자 승인제도 개선방안'에 따르면, 앞으로 경비업을 영위하면서 감시단속적 근로자 승인을 받기 위해서는 경비 근로자가 정해진 휴게시간에 쉴 수 있도록 외부에 휴게시간 알림판을 부착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또 휴게 장소와 근무지를 엄격하게 분리해야 하고, 휴게실의 적정 실내온도를 유지하고 소음 차단, 위험물질 노출 금지에 대한 기준도 마련하는 내용의 개선책이 담겨 있다.
 
곽용희 기자 kyh@elabor.co.kr
 
 

 
곽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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