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22-09-08 13:57:35 수정 : 2022-10-04 10:20:07

전문가들, 대법 연차 판결에 “당연한 판결...달라질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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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호 vol.377]

▲대법원 청사(사진=대법원)

1년을 초과하고 2년 미만으로 일한 근로자의 연차휴가는 26일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근로기간이 1년 3개월인 근로자의 연차가 11일이라고 판단한 원심이 잘못 됐다면서 26일로 정정한 것이다. 대법원이 1년 초과 2년 미만 근로자의 연차 산정 방법을 처음으로 구체적으로 내놓은 판결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당연한 판결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11일로 판단한 원심이 잘못됐고 대법원은 이를 정정했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8일 <노동법률> 취재를 종합하면 1년 초과 2년 미만 근로자의 연차휴가 산정 방식에 관한 대법원 판단을 놓고 원심 판결을 연차휴가 제도 취지에 맞게 바로잡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전날 경비용역업체 A 사가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을 상대로 낸 연차수당 지급 상고심에서 A 사 측 상고를 기각하고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1년을 초과하되 2년 이하의 기간 동안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에 대해서는 최초 1년 동안의 근로제공에 관해 11일의 연차휴가가 발생하고 최초 1년의 근로를 마친 다음 날에 15일의 연차휴가까지 발생해 연차휴가일수는 총 26일이 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연차휴가 계산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지만 파기환송은 하지 않았다. 연차휴가를 다시 계산하더라도 재단이 A 사에게 지급해야 할 금액이 없다는 결론은 바뀌지 않아서다.


 
"잘못된 원심 바로잡은 당연한 판결...달라질 건 없다" 

2018년부터 2019년까지 재단의 경비용역을 담당하던 A 사는 계약 종료 이후 추가로 연차수당을 지급하게 됐다. 재단에서 일하던 한 경비원이 대전지방고용노동청 청주지청에 연차수당을 받지 못했다면서 진정을 제기한 것이다. A 사는 청주지청의 지시대로 경비원 6명에게 연차수당 700여만 원을 지급하고 이를 재단에 청구했다.

그러나 재단은 A 사가 청구한 금액을 모두 지불하지 않았다. 경비원 6명들의 근무기간이 각각 달라 연차 산정에 이견이 생긴 것이다. 특히 문제가 된 건 1년 3개월 일한 근로자의 연차휴가였다.
 
1심은 A 사의 손을 들었지만 2심은 재단의 손을 들었다. 2심은 1년 3개월 일한 근로자에게는 연차휴가가 11일만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A 사의 상고를 기각하고 2심 판결을 유지했지만 1년 3개월간 일한 근로자의 연차 산정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그의 연차휴가는 11일이 아니라 26일이라는 판단이다.
 
다만 업계에서의 반응은 크지 않다. 대법원이 잘못된 원심을 정정하고 당연한 판결을 내렸을 뿐이라는 반응이다.
 
정경심 법무법인 한결 공인노무사는 "대법원 판결이 너무 당연하고 원심과 같은 논리는 들어본 적이 없다"며 "최종적으로 연차 휴가를 계산할 때는 전체 근무 기간을 총산하도록 돼 있어 다른 논리가 성립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금보미 노무법인 이수 공인노무사도 "실무에서는 아무리 계약직이라고 해도 1년 3개월 일한 근로자의 연차를 11일이라고 계산하는 경우가 없어 원심 판결을 보고 의문이 들었다"며 "만약 1년 근무 후 사직서를 제출하고 다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는 등 근로에 단절 기간이 있었다면 가능할 수 있는 계산이지만 이번 사건은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박종인 법무법인 강남 변호사(공인노무사) 역시 "실무상 원심처럼 계산하는 경우는 없고 당연히 26일로 보는 게 맞다"는 의견을 냈다.
 
원심이 실무와는 다른 판단을 했고 대법원이 이를 바로잡았기 때문에 이번 판결에 따른 변화나 파장은 미미할 거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대법 "1년 3개월 일하면 연차는 26일"...판단 바뀐 까닭은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1년간 80% 이상 근로한 근로자에게는 연차 15일이 발생한다. 1년 미만 근로자나 1년간 80% 미만 일한 근로자에게는 1개월 개근할 때마다 연차휴가 1일이 생긴다.

이때 연차휴가는 이전 근로의 대가로 근로를 마친 다음 날에 발생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다. 대법원은 지난해 10월에도 이와 관련된 판단을 내놨다. 1년 계약직 근로자에게 연차휴가가 11일만 발생하는지, 15일이 추가로 발생하는지 쟁점이 된 사건이었다. 

당시 대법원은 "연차휴가를 사용할 권리는 전년도 1년간 근로를 마친 다음 날 발생한다"면서 "1년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에게는 최대 11일 연차휴가가 부여된다"고 판결했다. 365일을 일하면 근로기준법 60조 1항에 따라 연차휴가 11일이 발생하고 366일째가 돼야지만 근로기준법 60조 2항에 따라 연차휴가 15일이 발생한다는 취지다. 고용노동부도 대법원 판결에 따라 행정해석을 변경했다.
 
그러나 2심은 1년 3개월 일한 근로자가 1년보다 더 일했음에도 연차휴가 11일만 인정했다. 2심의 논리는 이렇다. 처음 1년간은 지난해 10월에 나온 대법원 판례에 따라 11일이 인정된다. 그 다음 3개월은 1년간 80%를 근무하지 않았으니 연차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계산이다. 그가 1년 단위 계약직 근로자라는 점에 착안해 근무 1년차와 2년차를 분리해 계산했다.
 
이에 대법원은 "근로기준법은 최초 1년간 80% 이상 출근한 근로자가 그다음 해에도 근로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2년차에 15일의 연차휴가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2년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해 근로계약기간이 만료됨과 동시에 근로계약관계가 더 이상 유지되지 않는 근로자에게는 최대 11일의 연차휴가만 부여될 수 있다"면서 "1년을 초과하되 2년 이하의 기간 동안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에 대해서는 최초 1년 동안 근로제공에 관해 11일의 연차휴가가 발생하고 그다음 날에 15일의 연차휴가까지 발생한다"고 원심 판결을 정정했다.
 
이번 판결은 대법원이 1년 초과 2년 이하 근로자의 연차휴가 산정 방식을 처음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는 의미가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결국 2년 만근을 하고 퇴직한 근로자와 1년 3개월을 근무하고 퇴직한 근로자에게 부여해야 할 연차휴가일수는 26일로 동일하다는 취지"라고 부연했다.

이지예 기자 jyjy@elabor.co.kr
이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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